①용서와 화해 논란
5·18부상자회·공로자회·특전사회
일방적 화해·화합 행보 분란 고조
전우원 무릎사죄도 내분 기름붓기
“의도 따지기 앞서 진상부터 밝혀야”
[43주년 ‘오월 광주’ 의 오늘] ①용서와 화해 논란
격동의 시기였던 1980년 5월, 광주시민의 피로, 숭고한 투쟁으로 민주주의를 얻었다. 하지만 일부 극우 세력들은 여전히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 폄훼·왜곡하는 망언을 일삼고 있으며 지난 한 세월을 함께 버텨온 5월 단체 간 불협화음도 되풀이되고 있다. 43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무엇 하나 명확해진 것 없이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외침은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그사이 학살의 주범은 호의호식하며 반성 없이 세상을 떠났고 그를 대신한 손자의 무릎 사죄에 대해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해 5·18 기념식에서 강한 의지를 내비치며 급물살을 탈 것이라 기대했던 '오월 정신 헌법전문 수록'도 1년간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5·18진상규명조사위 활동도 올해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행방불명자와 암매장 의혹 등 진실은 여전히 깊고 어두운 터널 안에 갇힌 듯하다. 5·18의 전국화와 세계화는커녕 지역에 매몰된 '오월 광주'를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무등일보는 오월 광주의 현주소를 짚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 7편을 보도한다.
◆ 오월단체와 시민사회의 깊어지는 갈등
올해 초 오월공법단체 간에 용서와 화해 논란이 일었다. 일부 공법단체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특전사동지회와 '포용과 화해의 감사 대국민 선포식'을 열기로 하면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내 부정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선포식은 예정대로 지난 2월19일 진행됐고 행사장 입구에는 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길을 막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더욱이 5·18 부상자회 등 행사 주최측은 비밀리에 일정을 바꿔 행사 전에 국립5·18민주묘지 참배까지 강행하면서 '도둑참배'라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5·18 부상자회 등은 이에 그치지 않고 특전사회와의 후속 행사로 2차례에 걸쳐 증언 행사를 개최했다. 이들은 당시 계엄군들의 증언을 통해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는 취지였지만 이마저도 이미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수차례에 걸쳐 조사를 마친 사람들이어서 '재탕'이라는 평을 듣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5·18 부상자회 등은 "조사를 받았던 사람들이더라도 증언행사를 통해 더 많은 계엄군의 양심고백을 이끌어 내 진상규명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지만 설득력을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대국민 공동선언식 이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와 부상자회·공로자회의 갈등으로 공법단체 5·18 3단체 모두 행사위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열흘 앞둔 제43주년 기념식은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 전두환 손자 전우원의 사과 행보, 그리고 '진정성'
지난 3월 14일 고(故)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는 SNS에 어린 시절 전두환과 찍은 사진 등을 공개하며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일 뿐이다"고 밝히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부터 전씨는 SNS 통해 전두환 일가의 초호화 생활과 더불어 지인들의 마약 등 불법 행위를 폭로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5·18 피해자들을 만나 사과하고 싶다고 밝히며 광주 방문을 약속했고 실제 같은달 30일 오전 12시33분께 광주를 찾았다.
이후 3일간 광주에 머물며 공식·비공식으로 5·18 관계자들과 만남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5·18 피해자들을 만나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자신의 겉옷을 벗어 묘비를 닦기도 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처럼 전씨는 현재까지도 여러 방송과 개인방송을 통해 폭로와 사과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사과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한다.
다시 광주를 찾겠다던 전씨는 아직 방문하지 않고 있으며 여러 방송을 통해 가족들에 대한 폭로를 주로 이어가 그의 '목적'에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올해 5·18은 용서와 화해 논란을 해결하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어 시민사회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5·18 원로 관계자는 "지금 너무 좋은 시기 아닌가. 의도가 어떻든 일단 전두환 일가에서 처음으로 학살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것에는 의미가 깊다. 전두환의 손자가 사과를 하고 진상 규명에 앞장서겠다고 하고 있는데 정작 5월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간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상황이 안타깝다"며 "1980년 5월처럼 하나로 똘똘 뭉쳐 진상규명을 향해 힘썼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 "인자 울지 마시오" 5·18 기념식서 오월 영령 달랜 노래들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렸다. 윤석열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광주전남사진기자단 "엄니, 엄니. 무등산 꽃 피거든 한 아름 망월동에 심어주소.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5·18민주화운동 제43주년 기념식이 18일 엄수된 가운데 다양한 노래들로 오월 영령의 한(恨)을 달래 눈길을 끌었다.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올해 기념식의 테마는 5·18로 인해 가족을 잃는 등 힘겨운 삶을 버텨낸 '어머니'들을 다뤘다.먼저 소리꾼 이봉근은 가수 나훈아의 곡 '엄니'로 헌정 공연을 나섰다.부산 출신인 나훈아는 1980년 5월 군부로 인해 희생된 이들을 위해 '엄니'라는 곡을 직접 작사·작곡했다.나훈아는 지난 1987년 곡을 만들었으나 알려지지 않았고 13년 뒤인 2020년에야 곡을 발표할 수 있었다.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오월 어머니들은 이봉근의 공연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기념 공연에서는 '함께 잇는 오월'이라는 영상과 함께 서울·부산·대구·광주 지역 청소년부터 청장년층 30명으로 꾸려진 연합합창단이 '바위섬'을 합창했다.기념식 초반 애국가는 광주 주남마을에 있는 지한초등학교 학생들이 나섰다.주남마을은 1980년 5월 당시 광주와 화순을 오가는 길목을 차단하려는 계엄군들의 주둔지로 이용된 곳이다. 1980년 5월23일에는 이곳에 주둔하던 군인들이 화순으로 향하던 미니버스에 무차별적으로 총을 쏴 민간인 17명을 사살했다.5·18을 상징하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석자 전원이 제창했다.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 모두 주먹을 흔들거나 손을 맞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오월 영령을 넋을 기렸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 · 43주년 5·18 추모 열기 고조···민주묘지 추모객 줄이어
- · 행진·전시·공연 등 '다채'···의향으로 금남로 꽉 찬다
- · 정의당 광주-캄보디아 촛불당 "5·18 성과, 亞 전체로 확대돼야"
- ·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만이 근본적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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