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옐로우시티’, 미래를 디자인하다③] 예술 입은 도심

입력 2021.05.26. 15:15 김봉일 기자
郡 관문인 고려시멘트부터
장성역·버스터미널·교차로까지
눈길 사로잡는 한 폭의 수채화
장성군은 엘로우시티 디자인 거점지역 조성을 목적으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군은 먼저 노후산업시설인 고려시멘트의 미관 개선을 위해 공공미술 '슈퍼그래픽'을 활용 색채도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시멘트 공장, 굴다리, 옹벽···곳곳 물들인 '노란 물결'


장성의 아침은 싱그럽다. 여느 시군에서는 좀처럼 느껴볼 수 없는 매력이 꿈틀댄다. 노랑, 주황, 자주, 초록으로 어우러진 단아한 꽃동산은 뭇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깔끔하면서도 익살스럽게 꾸며진 옹벽과 각종 조형물은 꿈과 희망이 있는 장성임을 알려주는 바로미터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장성읍 단광리 고려시멘트 앞 트라이앵글형 패턴의 꽃동산과 장성읍 장성오거리 랜드마크 애플탑의 회전교차로 꽃밭, 장성역을 중심으로 한 꽃길은 편안하고 행복한 쉼터로서의 장성을 이미지업 시켜준다. 적어도 장성 인터체인지 입구에서 장성의 관문인 장성역을 지나 성산리로 가는 방구다리 회전교차로까지의 4.5㎞ 구간을 거닐어 보거나 드라이브를 한다면 장성의 향기에 매료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팬지와 튤립, 메리골드, 안젤로니아, 해바라기, 국화꽃으로 만발하고 겨울철에는 팬지만으로도 장성만이 지닌 독특한 아름다움을 쉽게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성을 표방하는 캐치프레이즈가 옐로우시티(Yellow City)라더니 장성은 역시 노란 빛깔로 채색된 한 폭의 어여쁜 수채화다. 항상 흉물스럽게 솟아 있던 고려시멘트의 원통형 사일로조차도 병아리색 빛깔 위에서 황룡의 비상을 그려내고, 읍내 도심으로 이어지는 굴다리는 예전의 칙칙함에서 벗어나 밝고 평화로운 장성의 이미지를 한껏 끌어올려준다. 고려시멘트 인근 길가의 옹벽은 현대적 터치로 회화적인 해학성까지 가미한 채 옐로우 라인 위에서 자연스럽게 춤추고 있다. 장성에서 꼭 만나야 할 ▲장성호 ▲남창계곡 ▲홍길동 테마파크 ▲입암산성 ▲영화마을 ▲백양사 ▲축령산 휴양림 ▲필암서원 등 장성팔경을 멋들어지게 소개하면서 말이다.

장성역으로 이어지는 중앙분리대에는 노란 빛깔의 황금사철나무와 붉은빛을 띤 홍가시나무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장성군의 대표 특산물인 중앙분리대 꽃밭 속 사과나무도 넉넉하고 풍요로운 고장임을 깨닫게 한다.

KTX가 서울 용산역부터 목포역까지 하루에 두 번씩 정차하는 장성역 부근도 옐로우시티의 관문답게 온통 노랑과 초록 일색이다. 그 광장에는 뜻깊은 동상이 자리하고 있어 참 남다르다. 소녀상과 홍길동 동상이 마주하고 있어서다. 소녀상은 장성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가 모금운동(6천700만원)을 벌인지 5개월 만인 지난 2018년 8월 제막식을 개최하고, 같은 해 10월 장성군으로 기부 채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말이지 그 소녀상은 다소곳하게 앉아서 옐로우시티로 가꿔가는 장성군의 행보를 마냥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 2004년 건립된 홍길동 동상은 날쌘 자태를 뽐내며 의적다운 색깔로 옐로우시티로의 비전을 역설하는 몸짓이다.

25일 엘로우시티 장성군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새롭게 꾸며낸 장성역 앞 우리동네미술관(홍길동테마역)을 관광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우리동네 미술관'으로 개조된 홍길동 기차는 전람회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는 30일까지 '따뜻한 마음을 그리다'는 주제로 한국미술협회 장성지부회원전이 열리고 있다. 민간차원에서도 품격높은 도심으로 만들어가려는 몸부림이 아닌가 싶다.

장성역 엘리베이터와 캐노피식 부드러운 곡선 이미지를 살린 지하연결 통로 입구는 하양과 노랑을 대비시켜 '장성=옐로우시티'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Y'자로 형상화 작업을 거쳤다. 지하연결 통로는 옐로우시티다운 노란빛깔과 초록색감의 상쾌한 이미지를 조화롭게 구성, 사람들의 발길을 머뭇거리게 한다.

장성역 주변에서 약간 떨어진 장성 공용버스터미널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가는 버스 몸체 회색 바탕에 'Yellow City 장성'이라는 큼지막한 노란색 로고를 새겨 누구라도 금방 군내버스라는 걸 인식할 수 있다. 터미널 옆쪽 주차장에는 낡고 허름한 창고가 있는데 장성군은 조만간 발효차와 미디어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리노베이션 할 계획이다. 장성군은 또 장성읍 영천리 1273-229번지에 터미널 공용주차장을 마련한다. 총사업비 19억5천만원을 투입, 5월말 준공하는 이곳은 노란빛으로 무장한 황금사철나무가 식재된다.

장성군은 지난 2014년말부터 장성읍 로터리와 장성역 광장, 장성대교 등지에 노란꽃 팬지를 심는 것을 시작으로 옐로우시티 기반조성을 위한 단초를 마련했고, 2016년초부터 본격적인 옐로우시티 이미지 메이킹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군은 ▲장성읍 영천리 일대 활성화 사업에 58억6천800만원(국비 41억800만원, 군비 17억6천만원) ▲장성읍 장성역 광장 일대 향기나는 옐로우시티사업에 25억원(국비 16억원, 군비 9억원) ▲장성역~청운고가간 도로와 고려시멘트 4차선 확장공사 등 도시계획 도로개설사업에 군비 150억원을 투입, 장성읍 중심지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도심 곳곳에 옐로우 바람을 불어넣어 기적의 관광도시로 탈바꿈하려는 거대 프로젝트를 착착 진행했던 것이다.

급기야 주민들도 장성군의 참뜻을 헤아렸는지 각자의 건물과 간판에 노란 물감을 입히고 꽃밭 가꾸기에도 열성적으로 동참해 나갔다. 단적인 예가 꽃동산 조성을 위한 시민정원사 육성이었다. 도심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는 행복한 장성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이론과 실습을 겸비한 정원사들이 대거 필요했던 것이다. 주민들은 장성군이 제공한 이론교육과 실습교육(80시간)에 자발적으로 참여, 식물 전문가로 태어나기 시작했다. 시민정원사가 하나 둘씩 양산되다 보니 이제는 꽃동산을 조성할 때 일년초만이 아닌 다년초 식재로 변경하기도 하는 등 관리시스템이 크게 향상되기 이르렀고 예산을 절감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나타났다.

장성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는 농업기술센터에서 꽃묘를 생산할 경우 시민정원사들이 봉사활동으로 장성군 꽃동산과 꽃길을 조성 관리하기 때문에 앞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향기나는 옐로우시티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옐로우시티로 품은 지 5년이 지난 지금, 장성의 도심은 노랗게 익어가는 벼이삭처럼 여물어가고 있다. 도심 속 꽃동산이 이제 1백40곳으로 늘어난데다 연중 90만본 이상 생산되는 꽃묘도 100여명의 시민정원사들에 의해 조성 관리되고 있어 더욱 멋지고 아름다운 옐로우시티로 울려 퍼질 날이 머지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다. 김봉일기자 amazingreporter@srb.co.kr  장성=최용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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