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주년 기념식서 윤 대통령과 '동시입장'
노동·학생운동, 세월호, 촛불…활약 '지속'
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거나 고통 속에 가족을 지켜낸 아내이자 누이, 엄마인 오월 어머니들에 집중했다.
5월의 한(恨)을 품은 채 애통한 세월을 살아온 이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의 무대가 펼쳐지자 오월어머니들의 얼굴에선 뜨거운 눈물을 흘러내렸다.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윤석열 대통령과 오월어머니 15명이 함께 입장했다.
주요 인사들과 함께 입장하는 관례에서 벗어났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오늘 이 자리에 5월의 어머니들이 함께하고 계신다"며 "사랑하는 남편, 자식, 형제를 잃은 한을 가슴에 안고서도 5월의 정신이 빛을 잃지 않도록 일생을 바치신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애통한 세월을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분들의 용기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 중에는 이들에게 바치는 헌정곡 '엄니(나훈아)'가 울려 퍼졌다.
공연 직전 영상에서는 오월 어머니들의 삶의 행적이 소개됐다. 국가폭력으로 상처를 입고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오월 어머니들의 삶을 기억하려는 취지였다.
오월 어머니회는 1980년 5·18 당시 가족이나 본인이 희생당한 '오월어머니' 단체다. 이들은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여성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편히 쉴 수 있게 하는 쉼터를 운영 중이다.
오월 어머니들은 5·18 직후 '5·18구속자가족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뭉쳤다. 군사정권 아래서 '폭도 가족'으로 내몰리자 기댈 곳이 없던 이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5·18구속자 석방운동을 벌였다.
5·18구속자 석방운동이 끝난 후로도 이들은 민주화운동 대열에서 묵묵히 활약하며 끈끈한 연대를 다졌다. 1980년대 후반까지도 거리에서 최루탄까지 맞아가며 노동자·학생들과 크고 작은 집회에 함께했다. 집회 과정에서 구속된 이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힘을 보탰고 전국 교도소를 순회하며 재소자 처우 개선을 위한 활동도 전개했다.
이들은 서로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공동체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2000년 '오월 여성회'를 창립했다. 2005년부터 '오월 어머니회'로 이름을 바꾸고 2014년부터는 남구 양림동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오월 어머니집'으로 운영 중이다.
오월 어머니들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팽목항으로 달려가 유가족들을 만나고, 2016년 촛불집회에도 참여하는 등 43년 내내 활발히 활동하며 '모두의 엄니'로 거듭났다.
오월 어머니들은 5·18 최후항쟁이 벌어진 곳이자 시민군의 심장부로 사용되던 옛 전남도청이 아시아문화전당 조성 과정에서 훼손되자 원형 복원을 위한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오월 어머니들은 2016년 9월부터 옛 전남도청 별관에서 숙식하며 농성을 벌였고, 삭발·단식 투쟁도 불사한 끝에 정부로부터 복원 약속을 끌어냈다.
이명자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완전한 5·18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이 이뤄질 때까지 오월 어머니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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