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대신...직계가족 첫 사죄 행보
"한국에 남아 진정성 있는 행동 보답할 것"
5·18민주화운동 학살의 주범으로 꼽히는 고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27)씨가 할아버지를 대신해 5·18 영령들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한다.
30일 5·18기념재단과 공법단체 5·18 3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에 따르면 전우원씨는 오는 31일 오전 10시께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전두환의 직계가족 최초로 5·18민주화운동 유가족과 5·18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 사죄하는 시간을 갖는다.
먼저 전우원씨는 5·18기념문화센터에 도착한 뒤 오월기억저장소에서 원순석 재단 이사장, 황일봉 부상자회장, 정성국 공로자회장, 양재혁 유족회장 등과 차담회를 갖는다.
차담회를 마치고 나면 곧바로 5·18기념문화센터 리셉션홀로 이동해 사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할아버지인 전두환을 대신해 사죄하는 시간인 만큼 5·18 유가족과 부상자도 함께 참석하기로 했다.
전우원씨로부터 광주 방문 목적과 심경을 들은 뒤 고 문재학 열사 어머니인 김길자 여사와 1980년 5월20일 광주교도소 총상 피해자인 김태수 부상자회원, 5·18 당시 폭행·구금 피해자 김관 부상자회원 등 3명이 5·18 유가족과 부상자를 대표해 지난 43년간의 소회를 전우원씨에게 털어놓을 예정이다.
기자회견이 끝나면 5·18기념공원 내 추모승화공간까지 걸어가 4천296명의 유공자 명단을 확인한 뒤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로 이동해 5·18 영령들에 참배할 계획이다.
민주묘지에서는 방명록을 남기고 추모탑에 헌화한 뒤 5·18 당시 첫 사망자인 고 김경철 유공자와 학생 피해자 전재수군의 묘지를 참배한다. 또 행방불명자 묘역도 찾을 예정이다.
이기봉 재단 사무처장은 "전우원씨가 5·18 유가족을 비롯해 5·18로 피해를 본 모든 사람들에게 사죄하고 싶어 광주를 찾은 만큼 있는 그대로 지켜볼 생각이다"며 "공법 3단체와 함께 사죄와 반성을 위한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앞서 전우원씨는 이날 오전 12시33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모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앞에 도착한 전우원씨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5·18로 상처받은 피해자들의 억울한 마음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늦게 온 만큼 앞으로도 반성하고 노력하면서 살아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전씨는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이날 오후 호텔 주변에서 SNS 라이브 방송을 켜고 한국에 남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전씨는 "뉴욕으로 돌아가는 비용을 아껴 한국에서 더 좋은 곳에 쓰고자 한다. 한국 생활에서는 어떠한 정치적인 성향도 띄지 않을 생각이다"며 "생활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재산을 기부하려고 한다. 더 많은 분들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창피한 마음이 가장 크다. 너무 죄송하다"며 "광주에 사죄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준 만큼 진심 어린 사과를 할 것이며, 앞으로도 저를 포함한 제 가족들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을 위해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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