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출신 5월 단체 최초 방문…감귤 기증
5월 단체와 공수부대(특전사) 간 '80년 5월 광주'로 인한 40년 넘게 쌓여진 두터운 장벽이 '용서와 화해'의 훈풍으로 빠르게 내려 앉고 있다.
5월 단체가 그동안 적대시하던 감정을 내려놓고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자, 특전사 단체도 화합의 손을 함께 잡아 국민대통합의 서막이라는 가슴벅찬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공법단체인 5·18 부상자회는 최근 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를 통해 전국 특전사 출신 인사들의 5·18 민주묘지 참배를 추진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5·18 민주묘지는 5·18 당시 특전사 등 계엄군에 의해 죽거나 다친 유공자들이 안장된 곳으로 특전사 단체가 공식 참배한 적은 없었다.
5월 단체는 그동안 1980년 5월 항쟁 당시 유혈진압의 선봉에 선 특전사 출신 인사들을 적대시해왔다. 그러나 진압 작전에 투입된 부대원 대부분도 군사정권의 부당한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처지였다는 점, 잔혹했던 기억과 죄책감으로 고통을 받아온 특전사도 피해자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5월 단체는 오는 17일 서울 동작국 국립현충원을 찾아 5·18 당시 계엄군으로 참여했다가 숨진 특전사의 묘지를 참배할 예정이다. 현충원에는 5·18 진압 작전 당시 오인 사격 등으로 사망한 23명의 계엄군이 안장돼 있다.
이같은 변화에 따라 특전사 동지회는 내달 초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다는 계획이다. 또 5월 단체와 화합하겠다는 취지의 공동성명도 준비 중이다. 공동성명에는 계엄군으로 참여했던 특전사 당사자들도 함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5월 단체와 특전사 단체간 화해와 감사를 알리는 행사도 시작됐다.
㈔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 광주지부는 이날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5·18 기념문화센터를 찾아 감귤 20상자를 기증했다. 제복을 입은 군 출신이 5월 단체를 찾아와 화해와 감사를 약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일봉 5·18 부상자회장은 "화해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 계엄군과 함께 5·18 선양사업을 벌여 국민대통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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