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기념식, 나눔정신은 그대로
경찰 대치·화환 훼손…일부 소란에도
치유·약속 이뤄내는 발길 이어져
■"새벽부터 준비했어요" 3년만의 주먹밥 나눔
"새벽 6시부터 나와서 준비한 사람도 있어요. 주먹밥을 통해 오월광주가 전달되길 바라요"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이 열린 국립 5·18민주묘지에서는 대한적십자사(적십자) 회원들이 참배객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주먹밥을 직접 빚고 있었다.
봉사자들은 '오랜만에 주먹밥 나눔에 동참할 수 있게됐다'며 화색을 표했다. 민주묘지는 최근 3년간 코로나19상황을 고려해 주먹밥나눔행사를 중지했다.
이날 주먹밥 나누기에 참여한 봉사자들은 청소년봉사자를 포함해 약 70명이다.
주먹밥이 가득 담긴 주먹밥을 옮기던 봉사자 박모(51)씨는 "정성스러운 주먹밥을 준비하고 싶어 새벽 7시 전부터 묘지에 나왔다"며 "5·18을 추모하기 위해 묘지를 찾은 사람들이 주먹밥을 통해 따뜻한 광주의 정과 공동체 정신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1인시위하겠다"vs"경호법상 금지" 묘지 곳곳 소란
기념식을 앞둔 18일 오전 국립5·18민주묘지 일대에서는 시민들과 경찰·경호인력 간 대치상황이 벌어졌다.
오전 8시30분께에는 '슬픈410만억지노동운동시민군'이라고 밝힌 한 시민이 피켓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이 수많은 노동자를 학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시민은 피켓을 든 채로 준비해온 보드를 타고 인파 사이를 질주하기도 했다.
앞서 오전 8시에는 다른 시민이 "국가와 광주시에 땅을 빼앗겼다"고 주장하며 피켓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장의 경찰들과 수십 분간 대치한 끝에 민주의 문에서 200m가량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광주경찰 관계자는 "18일은 민주묘지 일대가 경호법상 집회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며 "기념식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한 50대 여성이 참배객들에게 행패를 부리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 여성은 오후12시30분께 5·18민주묘지 일대에서 다른 참배객들을 밀치고, 그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애도 화환을 훼손해 국화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아픔'의 버팀목 될게요"
이날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문 입구에는 광주트라우마센터가 마련한 심리상담 부스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광주트라우마센터는 지난 2013년 출범 이후 매년 5·18전야제와 기념식에서 상담활동을 위한 부스를 운영해왔다. 센터에 따르면 전날 금남로 전야제에서도 500여명의 시민들이 센터 부스를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한 상담사는 "광주에서는 '5월 증후군'이라는 현상이 매년 관측된다. 이는 5·18즈음에 광주시민 전체가 우울감을 호소하는 것을 말한다"며 "국가폭력피해자들뿐 아니라 고통을 겪고 있는 일반 광주시민들에게까지 도움을 주기 위해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란(51) 광주트라우마센터 사회적치유팀장은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치유공동체'가 광주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수 망언' 위덕대의 재방문 "대신 사과·계속 기억"
5·18 기념식이 끝난 오후 국립5·18민주묘지에는 경북 위덕대학교 학생들이 망언을 한 교수 대신 사과의 뜻을 전하기 위해 다시한번 추모탑을 찾았다.
위덕대학교의 한 교수는 지난해 '5·18은 북한군이 개입해 벌인 폭동이다'는 망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위덕대 학생 15명은 지난해 5월 5·18 41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스승을 대신해 사과하고 5·18을 공부하기 위해 광주에 왔다"며 민주묘지를 방문했었다.
위덕대 학생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약속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민주묘지를 방문, 오열 영령들을 추모했다. 위덕대 총학생회장 출신 이다영(24)씨는 "우리가 약속했던 대로 5·18을 제대로 배우고 있고,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 민주묘지를 찾았다"며 "앞으로도 민주묘지에서 느꼈던 다짐과 먹먹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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