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광주'로 만들자

누구나 찾고 싶은 도시, 레이스 시작됐다

입력 2020.04.28. 19:26 김현주 기자
이제는 스포츠 관광도시 '스토리 광주'로 만들자
수영대회, 세계 5대 메가스포츠
‘개최’만으로 국제적 이목 집중
한국은 獨·伊·日 이어 네 번째

7월이면 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개최된 지 꼭 1년이 된다. 수영 인구는 성·대륙·연령별로 고르게 분포한다. 건강을 위한 생활체육으로서 인기가 많다. 한국을 포함해 중국·일본 등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 등 전 세계에 동호인들이 있다. 역사와 위상은 올림픽과 함께한다.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대회 때부터 정식종목. 육상과 더불어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배당금 순위도 가장 높다. 수영대회는 동·하계올림픽과 월드컵 축구 등과 함께 세계 5대 메가 스포츠로 꼽힌다. 그 간 4개 국이 개최했다. 한국은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 이어 4번째. 대회전부터 전 세계 수영인들의 눈이 광주에 쏠린 이유다.

◆스포츠와 깊은 인연

광주는 스포츠와 인연이 깊다. 2002년 월드컵 4강과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이하 U-대회) 성공 신화를 이룬 곳이다. 제18회 광주수영대회는 이들의 유산(레거시)이다. '저비용 고효율' 대회를 지향했다. 한 달간의 지구촌 수영축제에는 총 2천36억원이 들었다. 경기장 건설을 위한 시설비 732억원, 운영비 1천304억원이다. 2013년 7월 19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개최지로 확정된 순간부터 들어간 비용. 효과는 컸다. 미디어 노출 등에 따른 브랜드 마케팅 측면에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수단·관계자 등이 참가했다. 191개 국가에서 1만3천여명. 145개국에 TV로 중계됐다. 시청자는 총 10억9천58만2천여명.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만 33만2천여명에 달했다.

◆대회기간 외교·교류의 장으로

국가대표들만 참여하는 게 아니다. 선수권대회에 이어 열린 마스터즈대회에는 수영 동호인들이 참여했다. 84개국에서 선수 4천13명, 코치 193명 등 5천365명이 왔다. 항공·숙박·참가비 등은 스스로 부담한다. 대회 등록비·참가비 수익만 6억원. 대부분 휴가를 겸해 가족·친구들과 동행했다. 일주일부터, 길게는 보름까지. 선수촌에는 1천200여명의 선수와 가족 등이 묵었으며, 총 1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들을 대상으로 모두 72차례 운영한 전통문화 체험과 관광 프로그램에는 1천136명이 참여했다.

마이스(MICE:Meeting·Incentives·Convention·Exhibition) 도약의 발판이 됐다. 광주는 대회 기간 스포츠 외교 및 교류의 장이 됐다. 평소 만나기조차 힘든 200여개 국가의 수영연맹이 한 자리에 모였다. FINA 뷰로회의(80명), FINA 총회(500명), FINA 갈라(1천100명), FINA·IOC 미팅(40명) 등 공식행사 뿐만 아니라 대륙별·종목별 위원회 회의 등이 잇따라 열렸다.

각종 만찬과 총회·갈라 장소는 김대중컨벤션센터.

부다페스트와 바르셀로나, 상하이 등 그 간 개최도시와 달리 대규모 인력을 수용할 만한 특급호텔이 없어서다.

홍보는 개최도시 선정 때부터 시작됐다. 세계체육기자연맹(AIPS), 아시안게임, 유럽·아시아·아메리카 등 각 대륙별 수영대회 등에 홍보관을 설치·운영하면서 '광주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

문화 공연도 빼놓을 수 없다. K-POP 스타인 방탄소년단(BTS) 등이 참여한 대회성공기원 콘서트 땐 전 세계에서 3만여명(외국인 1만여명)이 왔다. 문화중심도시 광주를 각인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대회 기간, 경기장과 선수촌, 5·18 민주광장 등에서 매일 선보인 공연만 139차례에 달했다. 음악과 무용, 퍼포먼스, 연극 등 분야도 다양했다.

도시 브랜드와 관광객 유치 등 수익 창출을 위해서다.

많은 예산 낭비 논란에도 메가스포츠이벤트를 개최하는 이유다. 관광은 스포츠이벤트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다. 올림픽과 월드컵, 수영선수권대회 등을 활용하는 스포츠 관광은 지난 10년간 관광 분야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분야다. 세계관광기구(WTO)에 따르면 스포츠가 선진국의 국내 총생산에 기여하는 정도는 1~2%, 관광 기여도는 4~6%에 달한다. 관광 전문가인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대회를 지역발전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와 연계해 투자유치와 지역제품의 수출 활성화, 관광객 유치, 컨벤션 산업과 같은 신성장동력 육성 등 파급효과 창출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21세기 도시경쟁력은 도시의 인지도와 지명도를 높여 더 많은 기업과 방문객을 유치하는 도시브랜드 파워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스포츠 관광의 현실은 초라하다. 5대 메가 스포츠 개최에도 관광과의 연계는 미흡했다. 각 대회·도시별 스포츠 관광의 큰 그림 없었다. 관광객들이 쇼핑과 음식·미식 탐방 위주로 몰리는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제일 많이 한 활동(중복 응답)은 '쇼핑'(92.5%)과 '식도락 관광'(71.3%)이다. 국내 프로 스포츠 시장도 마찬가지.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일 매력이 떨어진다. 메이저리그(미국), 프리메라리가(스페인)·프리미어리그(영국)·세리에A(이탈리아) 등 야구·축구 선진국과 비교할 때 프로팀 경기력은 떨어지고 세계적 스타선수도 없다.

광주의 현실도 마찬가지. 도시관광 자원 및 수영기반 시설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본격 추진될 수영대회 레거시도 우려된다. ▲수영진흥센터 건립 ▲수영대회 창설 ▲수영인구 저변 확대 등 대부분 인프라에 방점이 찍힌다. 수 천억원을 들여 수영대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도시 브랜드 및 이에 따른 관광 수익 창출 등에 대한 기대다.

이번 시리즈는 광주가 관광객들이 찾고 싶은 재밌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 지, 어떤 정책이 뒷받침돼야 하는지 등을 알아보는 기획물이다. 우선, 국내·외 선진사례를 통해 스포츠 관광에 대한 이해 및 정책 필요성 등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수영대회와 연계한 지속가능한 관광마케팅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또한 곳곳에 산재해 있는 구슬(관광 자원·요소)을 스토리를 통해 꿰어 보려고 한다. 스포츠와 문화·관광을 연계하는 스토리텔링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스토리는 도시 마케팅·브랜드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브랜드 및 네이밍 전문가인 민은정은 저서 '브랜드;짓다'에서 "브랜드 스토리를 개발할 때 '내가 들려주고 싶은' 기업의 언어가 아니라 '고객이 듣고 싶은' 브랜드 언어로 말하라"며 "그래야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올림픽 슬로건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 등을 만들었다.

광주는 월드컵과 U-대회, 수영대회 유산이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국가가 추진 중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명분과 실리도 갖췄다. 관광 마케팅을 통해 개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그래야 "수 천억원을 들인 단순 일회성 스포츠 이벤트"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 효과 분석 등을 토대로 스포츠 관광의 미래 비전과 로드맵을 촘촘히 짜는 지혜가 필요하다. 평창·강릉(동계올림픽)과 대구(세계육상대회), 부다페스트 등 광주에 앞서 스포츠 관광마케팅에 적극 나섰던 국내·외 도시를 찾는 이유다. 이들 도시들의 비전과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성공·실패 사례와 노하우 등을 미리 파악해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레거시 추진 등의 과정에서 불필요한 행·재정적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광주가 스포츠관광 도시로 전 세계인들에게 기억되는 그날까지 지혜를 찾는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유지호기자 hwaone@srb.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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