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등 대한민국 민주화 화두 담은
1983년부터 올해까지 작품 망라해
투쟁 속 희생자 담아낸 12폭 작품
들불야학 중심 시민아파트 모습 등
"그 분들의 육신은 이 세상에 없지만 그들의 숨은 우리와 여전히 함께 있다는 의미를 담아낸 전시예요."
12일 홍성민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작가는 이날부터 6월 15일까지 소태동에 위치한 갤러리 생각상자에서 초대전 '숨'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1983년 졸업 작품부터 여순사건을 담아낸 올해 작업물까지를 선보인다. 작품들은 오월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 속 다양한 화두를 담고 있다.
'열사의 고향-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는가'는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메인 작품이다. 지난 1994년 현재 5·18기록관인 가톨릭센터 지하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에서 선보인 바 있는 작품이다. 당시만 해도 5·18을 입에 담기 어려웠던 시절이다. 작품을 선보이는 일주일 동안 당시 안기부 직원이 전시를 감시하기도 했던 때다.
작품은 오월 열사와 그 이후 대한민국 민주화 투쟁 속 절명한 열사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박종철, 이한열, 박승희, 이철규, 홍기일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민주열사들과 주인을 찾지 못한 수의를 통해 무명 열사들이 12폭에 담겼다. 이들의 발은 모두 땅을 딛지 못한 채 둥둥 떠있는 모양새다. 육신은 떠났으나 이들의 숨, 정신은 우리 곁에 둥둥 떠있음을 표현한다.
홍성민 작가는 "20여년 전에 그릴 때 사실 박관현 열사나 윤상원 열사는 일부러 '아껴'두고 그리지 않았는데 이 작품에 오월 상징과도 같은 두 사람이 없어 갸웃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며 "박관현 열사 경우는 가까웠던 사이이기도 했고 두 열사를 그린다는 것이 당시엔 부담이었다. 언젠가는 두 열사로만 채운 전시를 열고 싶은 것이 내 소망"이라고 전했다.
'겨울한파'는 김영철, 윤상원 열사 등이 거주하며 들불야학의 불을 밝혔던 광천시민아파트의 당시 모습을 통해 이들이 처한 환경이나 배경, 당시 기층민들의 삶을 보여주며 이들이 민주화 투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단적으로 설명한다.
이밖에도 작가를 대표하는 소재이자 오월 항쟁의 의미와 정신을 함축하고 있는 대나무 작품, 순천만에서 채취한 갯벌로 여순항쟁의 아픔을 그려낸 작품 등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홍 작가는 "최근에 대나무 작업을 많이 했더니 '홍성민'하면 '대나무'만 아는 분들이 많이 있어 오월 작품들을 찾아보니 정말 많더라"며 "특히 '열사의 고향' 경우는 당시 일주일 동안 전시하고 거의 20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역사 속 양민들의 죽음을 달래고 이들의 숨과 정신을 많은 이들이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한편 홍성민 작가는 신안 출신으로 전남대 미술교육과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민중미술가이자 수묵작가로 최근 생명평화미술행동에 속해 미술행동과 작업 중이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산에 안겨 강에 기대어 이어 온 우리네 삶 오상조 작 '영산강' 예로부터 산과 강은 아주 좋은 회화 소재였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은 산과 강을 애호하며 화폭에 담아 왔다. 왜일까. 산과 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지역 만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산과 강은 이들의 넉넉한 품에 안긴 민중의 정신을 이루는 뿌리다. 우리는 무등산과 영산강의 품에 안겨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같은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해 어미와 같은 무등산과 영산강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나. 이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시립미술관이 '무등에서 영산으로'전을 지난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본관 1, 2실에서 진행한다.이번 전시는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우리 지역의 미적 가치와 무등이 주는 인문 사상, 영산강이 주는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자리다.우리 가까이에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 풍경, 삶, 문화, 역사를 회화, 사진, 설치, 아카이브 등에서 찾아본다.배동신 작 '무등산'전시는 소장작품을 통한 광주인의 삶과 멋,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시작해 무등산을 소재로 한 전통적 회화와 현대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무등산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기상을 보여준다. 대형 사진 작품은 점으로 우주와 같은 무등산을 그린 회화작품과 어우러져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르게 선사한다. 영산강을 소재로 한 대형 벽면 설치 작품은 무등산과 영산강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영산강이 어머니의 강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계단을 지나서는 특별 섹션이 이어진다. 시립미술관 순수 소장품 중 1946년부터 1999년까지 그려진 무등산 그림 8점을 한 번에 전시해 20세기 화가들이 무등산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김형수, 양수아, 배동신, 임직순, 김영태, 박상섭 등 20세기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광주미술사적, 조형적으로 무등산을 살필 수 있다.정송규 작 '무등을 바라보다'아카이브 자료도 풍성하다.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무등정신을 문화적, 사상적, 예술적으로 공부하고 체화해 새로운 무등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무등공부방의 미술작품과 활동자료 등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사진의 기록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꾸려진 5명의 영산강 사진그룹은 3년 간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산강의 시원지인 담양에서부터 목포 하구언까지 136.66㎞를 답사하며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영산강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강가를 따라 자리한 역사유적, 삶의 모습 등이 담겼다. 영산강에 대한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 영산강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의미를 더한다.조진호 작 '소쇄원'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무등산과 영산강을 한 번에 다룬 최초의 대형 전시로 지역민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위로와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자리다"며 "이번 전시가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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