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세 남자가 갑작스럽게 좌측 팔다리가 안움직여져서 응급실로 내원하였는데 뇌 MRI 검사에서 뇌졸중으로 진단되었고 심전도 검사를 했더니 심방세동이라는 부정맥이 발견되었다. 도대체 심방세동은 무엇일까? 심방세동은 '심방잔떨림'이라고도 하는데 심방이 부르르 떠는 듯해 혈액이 심실로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고 심방에서 정체돼 혈전 (피떡)이 생기고 뇌졸중의 위험도가 일반인에 비해 5배나 증가하는 질환이다. 심방세동은 연령이 증가하면서 발생율도 증가하는데 50세 미만에서는 0.5% 미만에서 발병하지만 80세 이상이 되면 발생율이 10%까지 증가하며 전체적으로 약 2%의 유병률을 보인다. 심방 세동은 심장 질환을 지닌 사람들과 노년층에서 보다 일반적으로 잘 발생하는 질환이다. 심방세동은 증상이 생겼다가 사라지거나 지속되기도 하는데, 지속 시간을 기준으로 하여 48시간 미만인 발작성 심방세동, 48시간에서 4주 사이인 지속성 심방세동, 4주 이상인 만성 심방세동으로 분류된다. 심방세동 환자는 심방이 정상적으로 수축하지 않으므로 혈액이 심실로 공급하도록 도울 수 없고 일부 혼란스런 전기 자극만이 심실로 전도되므로 심실이 불규칙한 박동을 하게 된다. 심방세동의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 중 많은 경우 전기 자극이 정상보다 빠른 속도로 (분당 60~100회인 정상 심박수에 비해 분당 140~160회 정도로 자주) 심실로 전도된다.
심방세동 환자의 약 25%는 무증상이고, 가장 흔한 증상은 두근거림, 피로, 호흡곤란, 현기증이며, 다뇨증과 실신도 발생할 수 있다. 심방세동은 심장에 특별한 구조적 이상이 없이도 노화와 관련되어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약 30%에서는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고혈압, 관상동맥 질환, 비만, 승모판막 질환, 비후성 심근증, 확장성 심근증, 심낭염, 심근염, 폐색전증, 개방형 심장 및 흉부 수술, 과도한 음주, 갑상선 기능항진증, 폐색성 수면 무호흡증 등이 있는 경우에 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심방세동 환자는 혈액이 심방에서 심실로 완전히 이동하지 않아 심방의 혈액이 완전히 비워지지 않게 되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심방 내 일부 혈액이 정체되어 혈전이 생길 수 있고 이러한 응고된 혈액 조각들이 좌심실로 통과하여 혈류를 따라 흘러가고, 우리 몸의 주요 동맥을 차단할 수 있다. 특히 응고된 혈액 조각이 뇌 속의 동맥을 차단하면 뇌졸중이 유발될 수 있고 이러한 뇌졸중이 심방세동의 첫 징후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심방세동으로 인해 심장이 지나치게 급격히 박동하게 되면, 심실이 혈액으로 완전히 채워지기까지의 시간이 충분하지 못하게 되고 완전히 채워지지 않으면 심장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감소하게 되어 혈압을 떨어뜨리고 심부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심방세동을 진단하기 위한 가장 정확한 검사 방법은 심전도이고 심전도에서 불규칙한 맥박이 관찰된다. 만성 심방세동의 경우에는 간단한 심전도 검사로 쉽게 진단이 되지만 발작성 심방세동일 경우는 심방세동이 발생했을 때 심전도를 찍어야만 진단이 가능하여, 그 순간을 포착하지 못한 경우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심방세동과 관련된 심장 질환이 있는지, 또한 좌심방 확장 정도와 혈전 생성 유무를 알기 위해 심장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다.
심방세동의 치료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1) 과도한 심박수를 조절하는 것, 2) 불규칙한 맥박을 정상 맥박으로 전환시키는 것, 3) 뇌졸중과 같은 혈전색전증을 예방하는 것이다. 심방세동 환자에서 심실이 수축하는 속도를 조절하기 위하여 심박수를 느리게 하는 약물을 사용할 수 있고 정상적인 심장 맥박으로 회복하기 위해 항부정맥 약물, 전기적 심율동 전환,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 냉각풍선 절제술 등의 치료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심방세동이 있는 사람들은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혈액 응고를 예방하기 위해 항응고제를 처방받게 되는데 대표적인 약물은 와파린이다. 와파린은 피를 묽게 하여 심방 내벽에 혈전 형성이 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특별한 이유로 인하여 와파린 치료를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아스피린으로 치료를 할 수가 있으나 혈전색전증 방지 효과는 와파린보다는 떨어진다. 최근에는 와파린보다 효과가 우수하며 부작용이 적고 복용하기 편리한 (와파린 복용 환자에서는 필요한 혈액검사가 필요 없고, 음식을 가릴 필요가 없는) 새로운 항응고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한 가지 이상의 위험 요인을 지닌 사람들 (심부전, 고혈압, 75세 이상의 고령, 당뇨병, 뇌졸중의 기왕력, 혈관질환, 여성)은 와파린이나 다른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한다.
심방세동은 커피와 술, 흡연, 과식 등으로 인해 악화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으며, 이 외에도 건강보조식품, 성분을 잘 모르는 약, 기름기가 많은 육류, 튀긴 음식도 피하는 것이 좋다. 심방세동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뇌졸중의 발생 위험이 5배나 높으며,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도 2배 이상 높아지므로 적절한 치료 및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홍영준 전남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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