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땀 눈물 없는 행복은 가짜

@서해현 광주 서광병원장 입력 2023.01.19. 10:22

2022년 12월,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행복했다. 그리고, 주장 손흥민은 헌신과 열정으로 온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물했다. 흥민은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 2주 전 안와골절 부상을 당했다. 아직 뼈가 붙지도 않은 상태에서 안면 보호대를 착용하고 한국의 조별리그 세 경기와 16강전을 모두 풀타임 출전했다. 최선의 노력을 넘어 사력을 다해 차고 뛰고 달렸다.

"행복하게 경기하고 와" 축구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아들에게 아버지 손정웅이 하는 말이다. 하지만 아들의 행복이 최우선인 아버지의 훈련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그 혹독함이 흥민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 축구를 하면서 행복을 누리게 한 뿌리였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통증과 곤경을 피하려 한다. 쾌락과 안락을 추구하고 무탈한 삶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세상, 슬픔과 고통 없는 세상, 전쟁과 범죄 없는 세상에 살면 행복할까? 땀 흘릴 필요 없고 눈물 젖을 일 없다면, 사는 재미가 있을까? 극락과 천국은 어떨까?

인간은 쾌락만큼이나 고통을 환대하며, 안락한 삶 뿐 아니라 의미 있는 성장도 추구한다. 발레리나 강수진은 자신의 울퉁불퉁한 발 사진을 보며 "내 발을 보고 웃을 때도, 울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기특하다"고 말한다. 연습 때문에 굳은살과 염증이 반복되면서 발톱이 빠지고 뼈마디가 굵어진 발. 성장을 위한 땀과 눈물의 결정체이다. 하지만 그녀는 발레 때문에 행복하다.

불교의 네 가지 최고 진리를 사성제(四聖諦)라고 하는데, 그 가운데 첫째는 생즉고(生卽苦, Life is pain)이다. '삶은 고해(苦海)'라는 말은 세상에 대한 염세나 비관이 아니다. 행복 앞에 따라오는 '화려한','평화로운','단순한','복잡하지 않은','고민하지 않는' 표현이 거짓이라는 말이다. 행복은 우리가 고통을 감당할 용기와 슬기를 갖출 때 찾아온다. 행복을 위해 헛것을 찾아 헤맨다면 인생은 더 불행해진다.

실업자가 24시간 침대에 누워 누리는 안락함과 마약중독자가 약물로 얻는 쾌감을 행복이라고 하지 않는다. 어려운 숙제를 풀거나 힘든 운동을 할 때 같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목표에 도달한 뒤 얻는 행복이 물건을 사서 얻는 행복감보다 훨씬 강렬하고 오래 지속된다. 예일대 심리학 교수 폴 블룸은 '최선의 고통'에서 "적당한 고통은 이후에 더 나은 쾌락을 얻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고난의 기쁨'은 고통과 쾌락이 적절히 조화될 때 오는 정상 반응이며, 인간이 쾌락에 머물지 않고 고통을 통해 진보하는 것이 진화의 본질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고통과 위험에 기꺼이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 쾌락 대신에 고통을, 안전 대신에 위험을 선택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원해서 참전하는 사람도 있고, 히말라야 고산등정을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도 있으며,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아이를 키운 것이 내가 한 최고의 일 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식만큼 큰 고통을 주는 존재는 없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 부모의 행복도가 뚝 떨어진다. 아기가 부부싸움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아이를 갖지 않았다면 시간과 돈 모두 훨씬 여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아이 낳는 일을 후회하지 않을까?

부모는 아이를 키우며 고통과 공포 그리고 기쁨을 경험한다. 하지만 어려웠던 기억은 대부분 사라지고, 추억은 대부분 즐겁고 기뻤던 순간으로 가득 찬다. 자녀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낸 사람일수록 삶이 더 행복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쏟은 정성만큼, 슬픔과 고통을 함께 한 시간만큼 행복과 보람이 크다.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대한민국의 카타르월드컵 16강 결정 역전골은 손흥민-황희찬이 만든 기적이었다. 아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의 결과이다.

땀과 눈물 없는 행복은 가짜다. 더 이상 고통 앞에서 주눅 들지 말라. 험하고 좁더라도 주어진 길을 기쁜 마음으로 걸어가라. 그리고 캄캄한 고난 터널 끝에는 항상 밝은 햇살 있음을 잊지 말라. 서해현 서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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