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정보 홍수의 시대 속 환자의 알권리

@ 입력 2023.01.12. 16:03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유튜브를 찾고 네이버를 검색하며 커뮤니티를 떠돈다. 환자나 보호자가 치과적 상식이나 개념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를 흔히 덴탈아이큐라고 부른다. 과거에 비해 요즘 환자들의 건강과 의료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아지면서 덴탈아이큐가 매우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이러한 지식의 대부분을 떠돌아다니는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통해 습득하게 된다는 점에서 볼 때 환자들의 높아진 덴탈아이큐가 치과의사와 환자에게 득인지 실인지 알쏭달쏭할때가 있다. 인터넷을 통해 누구든지 원하는 정보를 읽고 들을 수 있는 세상이다. 아직 정확도나 일반성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완료되지 않는 데이터들 조차도 공공매체에 공개되고 있고 자신만의 경험을 일반화 시켜 자료로 제공되는 경우도 있다.

진료실에서 환자나 상담하며 너무나 해박한 그들의 지식에 놀랄 때가 있고 그 지식 중 상당 부분이 잘못된 것임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최근 7살 아이의 부정교합치료를 위해 상담을 한 어머니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이 어머니는 인터넷에서 특정 장치를 검색해서 알게 되었고 이 장치가 부드럽고 편안해서 어린아이에게 최적의 장치라는 정보를 습득하고 이 장치를 목적으로 여러 치과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총 5곳의 치과를 방문해서 상담을 진행했으나 마음에 차는 설명을 듣지 못하고 혼란에 빠져 결국 대학병원을 찾아오게 되었다고 했다. 이 환자의 경우 골격성 부정교합이 있어 그 장치가 적합하지 않은 상태임을 설명하였으나 인터넷에서는 이게 좋다고 하던데 하면서 여전히 미련이 남은 표정으로 귀가하는 어머니를 지켜보며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다.

치과치료는 디스플레이 되어 마음에 드는 것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기성품이 아니다. 물론 과거처럼 환자가 의사를 신처럼 믿고 무조건 따르는 시대가 아니고 의사가 일방적으로 치료방법을 강요해서도 안되며 환자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듣고 알 권리가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치료방법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그 환자에게 맞는 최선의 치료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의사는 수많은 변수들을 고려하게되고 그것은 환자와 의사가 직접 대면해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도출되어야만 한다. 환자가 사전에 잘못된 정보를 입수하거나 부정확한 인터넷 정보를 신봉하게 되면 대면한 의사의 의견을 불신하게 되고 이것은 환자와 의사간 대화의 단절을 초래하게 된다. 누가 이러 이러한 치료를 받았는데 좋다더라는 정보에서 핵심은 그 누구와 나는 다른 사람이라는 점이다.

성공적인 치료의 출발점은 무엇보다 환자와 의사간 신뢰에서 비롯된다. 내 주치의가 나를 위한 최선의 치료법을 제시해줄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좋은 치료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환자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 의사들은 더 적극적으로 환자와 소통하고 환자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2023년에는 환자들이 인터넷 검색보다 나의 말을 더 들어주길 바라며 내 진료실에 오는 환자와 보호자들과 한번 더 눈을 마주치고 마스크 너머로나마 미소를 전달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다짐해본다. 이난영 조선대학교 치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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