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소비자 중심 교육 혁명

@서해현 광주 서광병원장 입력 2022.08.18. 14:28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변화한다. 변하지 않는 것들은 도태한다. 살아남으려면 적응하고 진화해야 한다. 환경 변화에 제 때 대응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는다. 죽은 생명체는 변화할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 교육이 바뀔 때이다. 1949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때 만들어진 교육 시스템, 이제는 변해야 한다. 교육은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고 추진 동력을 제공하는 기본 도구이다. 지난 73년 동안 발전한 시민과 사회 그리고 국가의 변화에 따라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2021년 7월, 우리나라의 유엔무역개발회의 (UNCTAD) 선진국 그룹 진출은 UNCTAD 설립 이후 57년 만에 처음 있는 사례이다. 우리의 경제 발전은 무역과 투자를 통한 성장의 모범적 사례이다.

국가는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경제체제는 산업 중심에서 디지털 중심 경제로, 생산체제는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바뀌었다. 평범한 성실과 근면이 미덕이던 시대에서 번뜩이는 개성과 창의성이 중요한 시대로 변했다.

세계인의 열광을 받는 BTS와 기생충, 오징어게임.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의 클래식 콩쿨 입상.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 이들의 빛나는 성취는 공교육의 틀을 벗어났을 때 이루어졌다. 이들이 만일 공교육의 틀 안에 갇혀 있었더라면 그들의 재능은 피워보지도 못하고 시들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학생의 인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학생들이 온전한 시민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 자격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학생을 행복한 시민으로 만들기 보다는 시스템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

지난달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9화 '피리부는 사나이'는 초등학생들이 학원에 갇혀서 매일 밤 10시까지 공부하며, 화장실도 맘대로 가지 못하는 상황을 고발한다. 학습량이 너무 많아,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하다. '우영우'는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방구뽕을 통해 '어린이는 놀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조리극으로 지적한다.

지난 7월 발생한 광주 대동고 컴퓨터 해킹 시험부정 사건의 주인공은 내신 1등급 최상위권 학생이었다. 교무실에 침입해 교사의 컴퓨터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문제지와 답안을 빼내는 수법을 사용하였다. 그는 작년 전교학생회 부회장에 이어서 2학년인 올해 회장에도 당선됐다.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진학이 목표였다.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다는 생각일까? 건강하고 유쾌하고 똑똑한 젊은이가 어찌하여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을까? 시험 성적으로 줄 세우는 학교 현장에서 일등을 제외한 모두는 실패자이다. 아니, 일등도 치열한 경쟁의 전쟁터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일등마저도 파멸로 몰아가는 교육 시스템, 지속 가능할까?

우리나라 공교육의 경쟁력은 선진국 최하위 수준이다. 학습을 위해 지불하는 돈과 시간과 노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결과는 미흡하다. 오히려, 학교공부가 학생의 지적능력을 떨어뜨리고, 창의력과 인성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학생들은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잠을 잔다. 초등학교부터 수능 대비 학원 선행학습에 매달린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수능에 유용한 선행학습 반복학습은 창의력과 학습능력을 저하시킨다.

새로운 교육부 장관이 중요하다. 종합적 기획력과 실행력을 갖추고 혁신적 사고를 하는 인물이 필요하다. 남다른 철학과, 변화를 추구하는 열정과, 실행의 혜안을 갖춘 분이면 좋겠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을 주도했다. 설립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탁월한 안목과 추진력 덕분에 오늘날 한예종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예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린 공로자이다. 덕분에 우리는 문화 강국에 살고 있다. 당파를 떠나, 그런 능력 있는 분을 우리나라 교육시스템 설계자로 세우면 좋겠다.

교육 변해야 한다. 조금 개선해서 될 일 아니다.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백년을 내다보자. 교육개혁 방향은 공급자 아닌 소비자 중심이어야 한다. 학교나 교사가 아닌 학생과 보호자의 이익 중심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서해현 서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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