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조유나 양 실종사건을 성찰하며

@서해현 광주 서광병원장 입력 2022.07.07. 10:55

한 달 제주도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광주를 떠났던 열 살 조유나 양이 실종 30일 만에 완도 송곡항 앞바다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채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조 양은 7월 1일 오후 광주 영락공원 화장장에서 마지막 길을 떠났다. 지키는 유가족이나 장례절차도 없이 쓸쓸히 화장됐다. 유골을 인계하기로 한 유가족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6월 24일 오후, 10살 조유나 양이 완도로 이동 후 행방불명됐다는 실종문자가 광주광역시에 발송되었다. 체험학습 기간이 끝나도 등교를 하지 않는 조 양의 집을 방문한 담임교사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고 공개수사가 시작됐다.

수사 결과, 가족은 5월 24일부터 완도에서 펜션에 머물고 있었다. 30일 밤 일가족이 짐을 챙기고 펜션을 나왔다. 그리고 그다음 날 새벽 유나 양과 어머니의 휴대폰이 차례로 꺼지고 아버지의 휴대전화도 새벽 4시 15분, 마지막 신호가 잡힌 뒤 끊겼다. 이후 일가족의 연락이 완전히 두절되었다.

펜션 CCTV영상을 보면, 유나 양 어머니가 쓰레기를 챙겼으며, 두 차례에 걸쳐 분리수거까지 꼼꼼히 마친 뒤 숙소를 떠났다. 공중도덕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좋은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조 양 아버지의 지인들은 "원래 연락을 먼저 하지 않는 성격이며 폐업하고 나서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조 양의 부모는 2020년부터 최근까지 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왔다. 복잡한 가정사로 평소 친인척과 왕래도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지난 5월 한 달 동안 휴대전화 통화가 부부 각각 5회 뿐이었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황이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위기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 받을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을 보여주는 사회적 고립도는 2021년 34.1%로 2019년 보다 6.4%p 증가하였다. 2013년 이후 감소추세였으나, 코로나19로 증가하였다. 여성보다 남성이 고립도가 더 높으며, 연령이 높을수록 증가하여 60세 이상은 41.6%나 된다.

사회적 고립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의 문제이다. 미국 성인 다섯 명 중 세 명, 스위스는 다섯 명 중 두 명이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하였다. 영국은 여덟 명 중 한 명이 의지할 수 있는 가까운 친구가 단 한 명도 없다고 응답하였다.

경찰은 6월 28일 오후 가족의 차량을 발견한다. 일가족 3 명이 탄 승용차는 완도 송곡항 방파제에서 80m 떨어진 곳, 수심 10m 아래 펄에 묻혀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부검 결과 외상이나 질병 흔적은 없었다. 아직 사인 불명이지만 익사(자살)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전세계 자살률 1위 국가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자살은 10·20·30대 사망 원인 1위, 40·50대 2위이다. 인간관계의 어려움과 경제적 문제가 주요 원인이다. 특히 20대는 가족·친구·연인 사이 반복되는 갈등, 30대는 업무 관련 스트레스와 경제적 어려움이 자살 요인으로 꼽혔다. 40·50대는 경제적 문제와 사회적 문제 그리고 가족관계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 그리고 자살은 상호 연관성이 매우 높다. 당연히,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정부 정책으로 예산과 인력을 동원하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인관계의 갈등과 경제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회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시민과 국가가 씨줄과 날줄로 협력 할 때 사회안전망이 완성된다. 위기에 처한 이들을 구조할 그물이 촘촘해지려면 다양한 채널이 작동해야 한다.

'정다운 마을' 캠페인을 제안한다. 1960년대 동네 구멍가게나 이발소 미장원은 사회적 고립과 경제문제의 완충 지대였다. 노인 젊은이 어린이가 함께 모여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았다. 돈이 떨어지면 외상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월급날이 되면 갚았다. 마을은 공동 운명체였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이웃들은 마음을 터놓고 지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아픔을 함께 하였다.

자살은 절박함의 표현이다. 정다운 이웃에게 속마음을 이야기 하다 보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형편을 잘 아는 이웃의 작은 도움이 절망의 늪에 빠진 이에게 생명의 밧줄이 될 수 있다. 사막의 생명수가 될 수 있다. 절망을 넘어 희망으로! 

서해현 서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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