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원숭이두창의 공포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의장(연합외과 원장) 입력 2022.06.09. 13:48

최근 코로나19가 주춤해 지면서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원숭이두창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달 7일 영국에서 첫 감염 사례가 나온 뒤 유럽, 북미, 중동 등에서 잇따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기준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는 풍토병이 아닌 지역 27개국에서 780건이 발생했다. WHO는 원숭이두창을 억제할 수 있다던 기존 입장을 선회하여 이 바이러스의 보건 위험단계를 총 5단계 (0-4단계)의 중간인 2단계:보통 위험 (moderate risk)으로 격상했다. 국내에서도 8일 원숭이두창을 2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는 고시를 발령했다. 아직 국내 유입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환자가 증가하면서 선제적 대응에 나서겠단 취지다. 현재 2급 감염병으로는 코로나19, 결핵, 수두 등 22종이 지정되어있다. 2급 감염병이 되면 의료기관 등이 확진자를 24시간 이내 신고해야 하고 격리 조치해야 한다. 특히 방역당국은 지난 2일 원숭이두창 확진자를 격리병상에서 치료받게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두창은 두창바이러스로 발생하는 감염병으로 제1급 법정 감염병의 하나이다. 천연두(天然痘)·손님·마마·포창(疱瘡)·호역(戶疫) 등 많은 병명으로 불려왔다. 원숭이두창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인수공용감염으로 1958년 두창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실험실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다람쥐와 쥐 등 설치류도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감염 사례는 1970년 처음 보고되었고 지금까지는 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발생했다. 주로 동물과 인간 사이에서 전파되고 사람 간 감염은 드문 것으로 여겨져 왔다. 최근 전 세계에서 확산하고 있는 원숭이두창이 수년 전부터 동물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전파되어온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전파속도가 느리고 백신효과가 좋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팬데믹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고 있다.

원숭이 두창은 공기 중 전파가능성이 낮으며, 대개 감염자의 콧물, 침, 체액 등에 직접 접촉했을 때 전파가 이루어진다. 또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과 접촉에도 옮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같은 공간에서 숨만 쉬어도 전파될 수 있는 코로나19에 비해 전파력이 낮다. 증상은 천연두와 비슷하게 발열, 두통, 근육통, 요통, 림프절 비대, 오한, 허약감 등을 시작으로 1-3일 후에 얼굴을 중심으로 발진 증상이 나타나며 점차 다른 부위로 발진이 확산된다. 구진성(경계가 뚜렷하고 언덕과 같이 조직이 융기된 발진의 한 증상)발진의 경우 수포나 농포 등으로 진행하는데, 특히 손에는 수포성 발진과 함께 심한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잠복기는 보통 6-13일이며 최대 21일 이고, 발현된 증상은 약 2-4 주간 지속된다.진단은 ELISA, 항원검사, PCR(유전자 검출검사), 바이러스 배양 등으로 이루어진다. 치료는 전용 백신치료제는 없고 여러가지 항바이러스제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치료제를 쓰지 않아도 대부분은 자연치유 된다. 하지만 수포가 생긴 자리에 흉터가 남게 되어 발병을 막는 게 중요하다. 확진자 접촉 후 4일 이내에 백신을 접종 받으면 약 85%의 발병 예방 효과가 있다. 아프리카에서 원숭이두창의 치명율은 3-6%에 이른다고 보고되지만 한국처럼 의료체계가 잘 갖춰진 곳에선 치명률이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아프리카 외부에서 원숭이두창으로 숨진 사람은 없으며, 이 질환은 국내 확진이 시작되더라도 치명률이 1% 미만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국내에 원숭이두창 전용 백신은 없으며, 흔히 천연두라 불리는 사람두창 바이러스용 백신을 3천만 회분을 비축하고 있다. 이 백신을 맞아도 85%정도의 원숭이 두창 예방 효과가 생긴다고 한다. 국내에 있는 두창 백신은 살아 있는 백신의 독성을 약화시켜 체내에 주입하는 생백신이라 부작용 발생 우려가 크므로, 전파력이 낮은 원숭이두창에 코로나19처럼 전 국민이 백신을 맞을 필요는 없으며 밀접 접촉자만 맞으면 된다. 국내에선 1978년까지 사람두창 백신을 전 국민에게 의무 접종 했다. 2-6개월 영아기, 5세 ,12세 등 세 차례 접종이 원칙이었다. 따라서 1966년 이전 출생자 (만 56세 이상)들은 3차 접종까지 맞았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1979년 이후 출생자(만 43세 이하)는 한 번도 두창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없다. 따라서 고령층은 면역력을 갖췄을 가능성이 많고, 젊은이는 바이러스에 취약하며, 해외에서도 20-40대 감염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언론에서 원숭이두창에 대해 자주 얘기함으로써 시민들이 불안감을 가질 수 있지만 전파력이 낮고 치명률이 낮으므로 그렇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해외여행 후에 발열, 오한, 근육통, 발진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바로 1339로 연락하거나 보건소로 찾아가서 원숭이두창의 발병을 미리 예방해야겠다.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연합외과 원장)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