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마스크 속에 가려진 마음

@손미경 조선대치과병원장 입력 2022.04.14. 11:39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쓴 시간이 어느덧 2년이 지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부터 백신접종 등 감염확산을 막기위해 여러 방역 지침이 새롭게 적용되거나 상황에 따라 변화되어왔지만 마스크 착용만큼은 가장 기본적으로 철저하게 지켜져 왔다. 이처럼 팬더믹이 시작된 이후로 오랜 기간동안 마스크를 사용하다보니, 이제는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기 위해서 잠시 마스크를 벗는 순간조차도 어색하고 허전하며, TV 드라마에서 마스크 없이 일상을 사는 장면들은 현실성이 떨어져 보이기까지 한다.

치과는 코로나가 최정점에 달했던 시기에도 '마스크 벗어주세요'라는 말이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던 공간이었다. 환자가 마스크를 벗지 않으면 입안을 볼 수도 치료를 할 수도 없으니, 치과는 모든 환자가 치료를 받는 순간만큼은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극히 드문 예외의 장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감염의 위험에 더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은 있었지만,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보고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와 마스크를 쓰는 것이 방역과 건강을 위해서는 필수적이지만 정신건강과 사회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어린 학생들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또는 친구들과 대화와 공동체 생활을 통해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 인지하고 배려하는 것을 배운다. 그런데, 온라인 교육이 시행되면서 공동체 생활이 사라지고, 가끔 만나는 오프라인의 학교생활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하다보니 언어전달이 정확히 잘 안될 때도 있을 뿐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을 읽을 수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도 없는 상황들을 겪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회성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현저히 부족하고 학교생활의 제 시기에 배워야 하는 기본적인 인성이나 배려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어린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치과의사인 필자도 환자들의 표정을 보고, 아픈 정도를 판단하고 환자가 치료에 만족하는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불편은 없는지를 가늠해야 하는데 치료를 진행하기 위해 마스크를 내리기 전에는 환자와의 상담이나 대화 속에서 감정을 읽기가 쉽지가 않다. 그러다보니 환자와 소통이 이전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마스크를 쓰면서 생기는 또 다른 문제 중의 하나는 익명성이라고 한다. 온라인에서 필명이나 가명을 사용하면서 불특정 다수의 일원이 되어 자신의 행동을 감추고 책임을 회피하는 현상이 익명성에서 시작되곤 한다. 이러한 익명성이 마스크로 얼굴의 반이 가려지다 보니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타인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므로 행동에 구속을 받지 않게 되고, 대중 속에서 가려져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곤 하는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마스크가 얼굴만 가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까지 가리고 있지는 않는지 안타깝다. 그래서 코로나 이후로 마스크로 가려지지 않은 눈을 보면서 마음을 전달하려고 노력하지만 내성적인 사람들은 오히려 불편하고 당황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보니 그것도 조심스럽다.

국가간의 이동에서 격리기간이 없어지고 있고, 일상에서도 마스크를 벗는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서로를 향해 활짝 웃으며 마음을 마음껏 전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해본다. 손미경 조선대치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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