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공공의료에 대하여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의장(연합외과 원장) 입력 2020.09.24. 12:05

요즈음 공공의대설립이 화두가 되면서 공공의료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번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국회의원은 의사는 공공재라며 아무데나 의사들을 차출해 쓸 수 있다는 식으로 발언하면서 의료계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서구 유럽 등 선진국과는 달리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부터 졸업, 수련 과정 그리고 의원이나 병원을 개원할 때 까지 재정적인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막상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나면 의사의 공공성을 얘기하면서 공적인 의무를 강조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공공의료라는 용어는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용어일 뿐이며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의료가 곧 공공의료이므로 공공의료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공공의료의 정의를 기본권, 소유주체, 정부 통제, 사익 또는 공익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으나 필수 의료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건강 보장이라는 국민의 기본권 측면을 고려한다면 '공적 재정으로 공급되는 의료'로 정의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고 합리적이라 할 수 있겠다.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보장을 위한 핵심 제도가 건강보험제도인 현실에서 건강보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의료기관은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립 병원은 영리를 추구하는 잘못된 집단이고 공립병원은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선한 집단이라는 이분법적인 선악의 문제로 인식하여 잘못된 공공의료 정책이 난립하고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즉, 공공부문을 확충함으로써 민간 부문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전제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는 대부분 민영화 의료다. 공공부문의 의료공급체계는 매우 열악하며 그 몫도 적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나라의 특이한 의료시스템이 나타난다. 전 국민 건강 보험을 통하여 의료수가를 통제하고 이를 통하여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공급자는, 아니 모든 경제 주최는 최대한의 이익을 얻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가에서 이것을 통제한다. 즉, 건강 보험 제도를 통하여 의료에 공공성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의사는 힘들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좋은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서 공공 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극히 낮다. 하다못해, 민간 의료의 천국인 미국도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이 병상 수 기준으로 26%에 달한다. 우리는 14%이다. 병원 수로 따지면 우리나라 전체 병원 중, 공공 병원은 겨우 6%에 불과하다. 이렇게 공공 의료 비중이 낮은 우리 사회지만, 90% 넘는 병원들이 모두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민간 의료기관은 공공성이 강화된 민영화의료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면 이 같이 사립의료기관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감염병에 대응하는 가장 효율적인 대처방법은 무엇일까? 방법은 간단하다. 막대한 국가 재정이 들어가는 공공의료 확충도 중요하지만 이것은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립의료기관과 정부의 끈끈한 파트너십을 통하여 약 5년에 한 번씩 발병하는 감염병에 대응하는 것이 비용도 적게 들고 효과도 확실한 대처방법이다. 그런데 지금 현재 정부 태도를 보면 정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번 코로나 19 상황에서 대구 동산병원이 자진하여 모든 환자를 비우고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자처하였으나 삼 개월 만에 98억여 원의 적자를 보고 그 중 정부가 보전해주는 돈은 50억여 원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광주에서도 빛고을 전남대병원이 코로나19 전담 병원이 되었으나 보상이 미진하여 적자가 누적되자 얼마 전 코로나19 전담 병원을 반납하겠다고 하는 신문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사립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하는 보건 의료 환경에서 공공의료에 사립의료기관의 참여를 배제하는 것은 명분이나 효율성 등에서 설득력이 없다. 막대한 세금을 들여 새로운 공공의료 전담병원을 짓는 것보다는 우선 있는 사립의료기관을 최대한 활용하여 이용할 수 있는 유인책을 펼쳐야한다. 필요할 때에는 이용하고 나서 적자보전 마저 해주지 않는다면, 향후 전염병이 다시 창궐할 때 사립의료기관이 정부에 협조하지 않으려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앞으로 정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동호 광주시의사회장(양동호연합외과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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