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3(이경수 외 지음)=일본인이 알고 있는 기모노에는 관능적인 이미지가 전혀 없다. 그럼 기모노를 입을 때 왜 목덜미를 드러낼까? 실제로 기모노를 입을 때 목덜미 부분에 주먹 한 개가 들어갈 정도로 깃을 아래쪽으로 당겨 입는 것이 기본이다. 그 이유는 옛날 머리 스타일에 있다고 한다.
에도시대에는 머리 스타일을 다듬을 때, 유채기름과 사라시모쿠로(검양옻나무 열매 껍질이 재료인 왁스)에 향료를 섞어서 만든 기름이나 녹은 초에 송진을 섞어서 만든 정발제 등을 썼다. 당시 여성의 머리 스타일은 아래쪽에 상투처럼 머리카락을 부풀게 만들었기 때문에 깃이 쉽게 더러워졌다. 지식의 날개/ 568쪽.
▲이별 후의 삶(사브리나 폭스 지음)=관계에 있어서 사람들은 자기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상대를 거울삼아 나 자신을 보거나, 내가 원하는 모습을 투영해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한다. 관계에서 빠져나오면 비로소 진짜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다만 헤어질 결심에는 이후 뒤따를 온갖 불안을 감내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특히 자녀들이 있다면 바닥까지 내보일 진흙탕 싸움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책 '이별 후의 삶'의 저자인 독일 최고 심리상담가 사브리나 폭스는 관계의 늪에 빠져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율리시즈/ 456쪽.
▲마흔에 읽는 중용(최지연 외 지음)=2천500년 전 쓰인 사서 '중용'에서 자기다운 삶의 방향을 찾아낸다. 중용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쓴 동양고전 중 하나로 조선시대 통치개념은 물론 현대인에게도 논어와 대학, 맹자를 읽는 기초가 되는 책이다. 책의 세 저자인 최지연, 김진희, 유영관은 어째서 중년의 나이에 '중용'을 찾게 됐을까. 저자들은 열정이 넘쳤던 20대, 안정된 삶을 꿈꾸며 사회생활을 시작한 30대를 지나 마흔의 나이가 됐을 떄 무엇이 성공이고 행복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됐다. 마음속 억울함과 분노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했고 존재에 대한 고민은 그들을 중용으로 이끌었다. 미다스북스/ 256쪽.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자 여행(황윤 지음)=도자기는 기술력만 뒷받침되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실용품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18~19세기 백자가 15~16세기 생산품보다 질적으로 퇴보했다는 것은 의문이 든다. 저자 황윤은 백자에 깃든 조선의 미를 제대로 보려면 당시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조선백자 이야기를 넘어 세계사 속에서 한국 도자기 의미를 살펴보는 안목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저자는 '과연 그사이 조선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에 대한 의문을 품고 도자 역사로 초대한다. 위기 순간 조선은 명나라 틀을 벗어나 우리의 것으로 해결해 나가면서 새로운 창조의 순간을 맞는다. 책읽는고양이/ 240쪽.
▲헨리 키신저 리더십(헨리 앨프리드 키신저 지음)=헨리 앨프리드 키신저는 현존하는 외교의 전설이라 불린다. 1970년대 미국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고 하버드대 교수를 지내며 수많은 리더를 만났다. 올해 100세를 맞은 그는 현존하는 인물 가운데 국제 관계와 관련해 가장 권위 있고 고급 정보에 근접한 인물로 여겨진다. 최근 출간된 '헨리 키신저 리더십'은 그가 세기의 리더 6인을 통해 알아본 리더의 자질이다. 사회의 행복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사회는 어디에서부터 붕괴하는가. 과거의 유산 중 무엇을 보존해야 하고 무엇을 바꾸거나 버려야 하는가 등 전환기에 가장 중요해지는 리더십을 위해 생각해야 할 질문들은 과거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아데나워, 드골, 닉슨, 사다트, 리콴유, 대처 등 책에서 다룬 이들은 모두 세기의 지도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민음사/ 604쪽.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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