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단편 통해 삶 가능성 모색
각자 방식으로 인간 세계 탐구
전통에서 벗어난 새로움 제시
가족은 소설의 단골 주제 중 하나다.
국내 문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7명의 소설가들의 가족을 주제로 한 단편 작품집을 냈다.
가족을 테마로 한 단편 소설 7편을 엮은 '끌어안는 소설'(창비刊)이 출간됐다. 작가 정지아, 손보미, 황정은, 김유담, 윤성희, 김강, 김애란은 이 책을 통해 각자의 시선에서 다양한 가족의 삶을 그려 내며 인간을, 나아가 세계를 끌어안는다. 그리고 오늘날 가족이 지니는 가치와 의미를 돌아보고, 독자들에게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하고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 사회가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가족의 모습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세상의 모든 가족이 그러하듯, 이 책 속 가족들도 각자 그 가족만이 안고 있는 저마다의 다른 이유로 부대끼며 살아간다. 그 삶의 장면에는 희로애락애오욕 등 다채로운 감정이 녹아 있고, 우리는 그 장면을 엿보며 자연스럽게 다양한 층위의 삶과 인간의 본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끌어안는 소설'이 그리는 가족의 삶에는 가족의 의미와 형태, 기능은 물론이고 가족의 갈등과 화해, 상실과 치유, 화합과 포용의 모습 또한 담겨 있다.
이 책은 창비교육에서 출간하는 테마 소설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으로, 노동을 주제로 한 '땀 흘리는 소설', 재난을 주제로 한 '기억하는 소설', 생태를 주제로 한 '숨 쉬는 소설', 우정을 주제로 한 '함께 걷는 소설'의 후속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가족은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 속의 가족은 이 정의만으로 정의하기에는 부족하다. 7편의 소설은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을, 나아가 인간과 세계를 끌어안는 모습을 보인다.
정지아의 '말의 온도'는 자신의 삶은 뒤로 한 채 남편에게, 또는 자식에게 모든 것을 맞춰 가며 살아야 했던 늙은 어머니의 삶을 이제는 나이가 들어 자신도 어머니가 된 딸의 시선에서 그려 낸다. 이 작품 속 어머니는 삼시 세끼 남편과 자식들의 입맛에 맞춰 밥을 차리던, 좋은 것은 자식들에게 모두 양보하며 살아온 그 시절 어머니의 삶 그것이다.
손보미의 '담요'는 아들이 좋아하는 록 밴드의 콘서트에 갔다가 사고가 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버지는 이 사고로 아들을 잃고 상실감에 빠져 살아가고,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나'는 그 삶을 훔쳐 소설을 써내 유명 작가가 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히 상실감만을 그리지 않는다.
황정은의 '모자'는 자꾸만 모자로 변할 수밖에 없는 연약한 아버지의 삶을 끌어안는다. 정확히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쑥 모자로 변해 버리는 아버지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모자가 된다. 널브러진 모자는 이리 치이고 저리 밟힐 수밖에 없는데, 이 모자는 한없이 힘없는, 처량해져 버린 아버지의 처지를 드러낸다.
김유담의 '멀고도 가벼운'은 어릴 적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친 '보배 이모'의 삶을 그린다. 남편은 뉴질랜드에 있고, 사촌동생 보배와 고향으로 돌아온 이모는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그런 이모를 엄마는 못마땅해하지만 '나'는 그 삶에서 가능성을 엿본다.
윤성희의 '유턴 지점에 보물 지도를 묻다'는 새로운 가족 형태의 가능성을 끌어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이니셜로 지칭되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보여 주는 인물들은 모두 전통적 개념의 가족에서 벗어난 존재들이다.
김강의 '우리 아빠'는 '생산 인구의 감소, 노인 인구의 증가, 출생률 저하'라는 현실에 부딪힌 미래 사회의 가족을 그린다. 2030년, 국가는 정책적으로 '우리 아빠'의 정자와 '우리 엄마'의 난자를 수정하여 '우리 아이'를 생산해 사회에 편입시킨다.
김애란의 '플라이데이터리코더'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마의 안녕을 끌어안는다. 이 작품은 플라이데이터리코더 37번지, 파란색 슬레이트 지붕 집에 사는 아이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 속의 가족들은 각자 그 가족만이 안고 있는 저마다의 다른 이유로 부대끼며 살아간다. 그 삶의 장면에는 우리가 살아가며 느끼는 모든 감정이 녹아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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