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한 시적 형상화 속 이미지 구현
자연스런 리듬·번득이는 착상 돋보여
삶에 대한 새로운 눈과 해석 담아내
이별은 춥고 슬프다.
시인은 그 아픈 마음을 쓸쓸한 길을 걷는 것처럼 자신의 시어로 토해낸다.
강덕순 시조시인이 시조집 '시심의 강에 하얀 돛배 띄우고'(한림刊)를 펴냈다.
그는 이번 시조집에 정형율격을 갖추고 이미지 속에 시린 가슴을 얹어놓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시인은 여름 그 너머의 날들에 있는 사랑을 능소화에 비유했다.
능소화는 되돌아갈 길도 남기지 않고 최후의 고백 같은 사랑을 님이 오는 길모퉁이에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시랑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하지만 님은 오지 않고 한숨만 가득하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 속은 아리다. 이처럼 사랑에 가닿는 길은 춥고 고되다.
시적 화자는 그 절절함이 흐르는 달빛마저 절규로 불러 본다며 그리움을 쏟아낸다.
"바닷길 숨쉬는 길 지평선 바라본다/ 거친 숨 몰아쉬고 흰고래 높이뛰기/ 갈매기 천국인 하늘 놀이 즐긴다// 속 깊고 너른 마당 바닷속 끓어 올라/ 은빛만 출렁 출렁 만선인 고깃배에/ 뱃머리 돌고 돌더니 되돌아서 달린다// 연인들 속삭임들 모래밭 새기면서/ 수평선 파란 길은 왜 보내주니/ 붉은 빛 뿌려 주면서 눈부시게 빛난다"('바다처럼'전문)
시인은 바다처럼 살고 싶어한다.
전신에 차오르는 뜨거움이 급물살에 휩쓸린다 해도 난바다를 향해 다시 나아가고 싶어한다.
흰고래와 갈매기를 품는 넉넉한 바다처럼 반짝이는 무지갯빛 이름을 수놓고 싶어한다.
모든 이들은 예리한 파도의 칼날에 찢겨도 뱃머리 다시 돌며 희망을 함께 달린다.
강덕순 시인은 전체적으로 짤막한 시적 형상화 속에 이미지 구현, 낯설게 하기, 자연스런 리듬, 번득이는 착상, 삶에 대한 새로운 해석, 전율이 흐르게 하는 깨달음 등을 시조의 맛과 멋으로 빛내주고 았다.
박덕은 시인은 "강덕순 시조시인은 시조의 특질을 골고루 갖추어 독자들의 가슴을 소르르 열게 하고 눈길을 확 잡아 끌어당기고 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의 배치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평했다.
강덕순 시인은 함평에서 태어나 지난 2018년 6월 '문학공간' 시 부문 신인문학상과 시조 부문 신인문학상, 디카시 문학대상 수상으로 등단, 샘터문학 특별작품상과 고마노 문학상, 오은문학 시조대상 등을 받았다.
광주문협과 광주시인협회 회원이며 시집 '그리움의 시간'을 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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