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모티머 지음/ 현암사/ 600쪽
20세기까지 지난 1천년은 변혁과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변화의 세기'는 영국 역사가 이언 모티머가 1천년간의 서구 사회를 '변화'라는 키워드로 정리한 책이다. 11세기부터 20세기까지 각 세기별 가장 중요한 변화들을 제시하고 변화의 주체가 되는 인물들을 꼽았다.
저자는 변화와 변화의 주체가 단일 세기 내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에 주목했다. 히틀러는 전쟁과 대학살을 통해 과학과 의학이 혁신될 수 밖에 없게 만들어 한 세기 내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레고리오 7세는 교황의 목소리를 기독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목소리로 바꿨으며, 피에르 아벨라르는 종교적 믿음에 합리적 의심을 더함으로써 신학의 탄생에 큰 공헌을 했다. 콜럼버스는 원주민을 학살했으나 기독교 세계 밖에도 새로운 진리가 있음을 유럽 대륙에 전파했으며, 루터는 종교 개혁을 통해 서양 세계를 전방위적으로 흔들었다.
지난 천 년간, 서양을 뒤흔든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기독교의 확산과 십자군 전쟁, 유럽 기준에서의 '신대륙 발견'과 유럽 열강의 확장, 종교 개혁과 프랑스 혁명, 증기기관과 전신의 개발, 두 번의 세계대전과 핵무기 사용 등이 떠오르지만 저자는 이 모두를 다루면서 변화의 주체로는 세기별로 한 명의 인물만을 꼽는다. 각 세기마다 변화의 주체가 유럽 대륙에 변화를 일으키고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는다는 것이다.
산업 혁명이라 불리는 혁신도 그다음 세기에 영향을 미쳤고 비행 기술도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았으나 실용화되는 데에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이어지는 변화의 주체들은 15세기의 콜럼버스, 16세기의 마르틴 루터, 17세기의 갈릴레오, 18세기의 루소, 19세기의 마르크스, 20세기의 히틀러다. 그들의 선악, 업적의 경중과 관계없이 이들도 단일 세기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해 이름을 올렸다. 전쟁과 기근으로 흑사병 팬데믹 이후 가장 황폐했지만 예술적 성취가 봇물 터지듯 폭발한 시기이기도 한 17세기에 이름을 올린 갈릴레오는 뉴턴, 로크를 꺾었다. 과학자로서의 업적이 결정적일 뿐 아니라 교황청의 억압에도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진리 그 자체에 헌신해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그는 과학 분야에서 교황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게 되고 과학자들의 견해가 대중에게 인정받게 된 결정적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루소는 시민 혁명의 기반이 되는 '사회 계약론'을 세상에 내놓았다. 마르크스는 사회주의 혁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혁명을 앞당겼으며 사회복지를 태동시켰다.
이후 유럽 열강이 확장되었다. 17세기에는 의학, 과학 혁명이 변화를 주도했고 18세기에는 산업 혁명과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다. 19세기에는 철도가 유럽 대륙 곳곳을 이어주었고 도시화가 고도화되었으며 사람들이 공중 보건과 위생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세기에는 전자기기가 보급되었으며 수많은 기술이 혁신되었고 전쟁이 인간 존엄을 파괴했다.
저자 이언 모티머는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역사가이자 기록물 연구가이다. 12권의 역사서와 4권의 역사소설을 썼으며 그의 책은 15개 언어로 번역돼 13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타임스'는그를 "우리 시대의 가장 주목할 만한 중세 역사학자"라고 평가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적막과 상처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 · 음모론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의 모습
- · 소설처럼 쉽게 이해하는 우리 역사
- · '문정희 시인의 문학과 인생' 대담 특집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