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형 동화작가
톺아보는 심정으로 예년에 비해 더 많이 응모된 작품을 살폈다. 전반적으로 문장은 안정적이긴 하나 여전히 동화의 탈을 쓴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거기에 반복되는 소재, 전형적인 전개 방식의 글이 다수를 차지해 신인의 치열함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부디 소재 측면에서라도 참신함이 돋보이는 작품 쓰기를 권유한다.
그래도 다행히 본심으로 올릴 작품은 나왔다. '그 녀석과 한 시간'은 우연한 계기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위기상황을 맞는 우일이와 병준이의 이야기다. 둘은 한때는 친했으나 사소한 일로 사이가 멀어졌는데 밀폐된 공간에서 서로에게 가졌던 마음을 돌아보며 다시 관계를 회복해간다. 아이들에게 충분히 있을 만한 이야기라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하지만 빤한 결말이 아쉬웠다.
'고양이 엄마'는 옛이야기인 우렁각시가 고양이에게 차용된 판타지다. 주인공은 엄마를 잃은 후 한동안 방황하게 된다. 그때 틈틈이 돌봐준 고양이가 어느 날부터 자신의 집에 도우미로 찾아온다. 그로 인해 차츰 안정감을 찾으며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이야기다. 고양이를 우렁각시로 차용한 발상은 신선했으나, 전체적으로 작품이 설익은 느낌이었다.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손보면 좋은 작품이 될 듯하다.
'어둠을 뚫고 나온 아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가정 폭력을 다룬 이야기였다. 우선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돋보였다. 장면에 필요한 깔끔한 문장들로 인해 이야기의 힘이 다른 작품들보다는 강했다. 하지만 글의 흐름이 동화보다는 청소년 소설에 가까워 고심하다 내려놓았다. 눈높이를 높여 청소년 소설로 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당선작으로는 '마기꾼'을 뽑았다. 마기꾼은 마스크와 사기꾼을 합친 신조어다. 소재 자체는 다소 가벼워 보일 수는 있으나 지금 이 시기의 아이들이 가장 공감할 만한 부분인 외모와 콤플렉스 그리고 자존감의 영역을 잘 짚었다. 코로나가 3년째 머물면서 이젠 마스크를 쓰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신학기 때부터 마스크를 쓰는 바람에 맨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더 어색해져버린 아이들. 그 속에서도 주인공 솔지는 풋풋한 감정을 키워낸다. 마스크 아래에 있는 자신의 원래 얼굴에 대한 고민을 남자 친구의 대담한 고백으로 시원하게 해소한다. 그 건강함이 좋아 당선작으로 뽑았다.
'톺아 보다'의 말은 원래 '톺다'에서 나왔다. 가파른 곳을 오르려고 길을 더듬어 찾거나, 빈틈없이 모조리 뒤지면서 찾는다는 뜻이다. 동화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이라면 평소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 특히 아이들의 일을 톺아 봤으면 좋겠다. 그 끝에 나온 글이 이 시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동화가 되리라 생각한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낙선자에게는 더 연마할 시간이 주어졌음에 또 다른 의미의 축하를 전한다. 임지형 동화작가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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