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 코드(박정현 지음)= 조선 후기 학자 다산 정약용(1762~1836)은 '한자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저술서'를 펴낸 학자이자 사상가이면서, 200여 년 전에 어려운 계산을 해냈고 화성축성에 삼각함수를 활용한 수학자였다. 특히 수학자이면서도 음악가이자 메모광이라는 점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완전 닮은 꼴이라고 '정약용 코드'의 저자는 설명한다. 메모는 503권이라는 사상 유례 없는 저술을 남기게 한 비결로 꼽힌다. 다산의 공직사회 성공 비결은 지금도 유효하고, 민간에 적용해도 무방하다. 다산은 총애를 과감하게 거부하고 윗사람의 존경을 받으라고 당부한다. 새움/ 296쪽.
▲푸드 사피엔스(가이 크로스비 지음)=요리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활동이다. 요리의 발전은 인류가 진일보하는 과정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긴 시간에 걸쳐, 인간은 불을 다루고 농경을 시작했다가, 과학을 발전시켜서 음식을 만들 때 분자 단위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탐구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인류가 스스로를 먹여 살리는 다양한 요리법을 발전시킨 대서사를 써 온 끝에, 현재 약 80억에 달하는 인간들이 그 어느 때보다 긴 삶을 영위하게 됐다. 30년 넘게 음식 산업에 종사했고 하버드대에서 음식 과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책 '푸드 사피엔스 (북트리거)에서 건강한 식생활을 목표로 요리 예술의 역사와 과학을 탐색한다. 북트리거/ 356쪽.
▲젊은 여자는 살아남는다(최은 지음)= "모든 면접은 중개자 없는 매춘이다. 우리는 밥과 빵을 얻기 위해 자신의 어떤 것을 팔아야만 한다. 자신의 무언가를 거래하지 않으면 세상에 들어갈 수 없다. 그것이 재능이건, 총기건, 지력이건, 젊음과 매력과 성기건." 최은의 첫 장편소설 '젊은 여자는 살아남는다'는 한 여성을 통해 부패한 욕망만이 들끓는 현실을 들춰냈다. 주인공 채유리는 다양한 회사의 면접을 전전하며 내심 가장 기대를 걸었던 입사 면접에서 떨어진다. 이후 성인 인증만 하면 바로 볼 수 있는 '19금 바(Bar) 알바 사이트'에 접속한다. 그곳에는 룸살롱, 방석집, 보도방, 키스방, 심지어 유신시대에 사라진 줄 알았던 요정방까지 존재하고 있었다. 걷는 사람/ 492쪽.
▲아주 약간의 너그러움(손정연 지음)='아주 약간의 너그러움'은 심리치료사 손정연이 삶에 너그러운 사람들의 특성을 이야기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게슈탈트 심리치료의 '알아차림'과 '접촉' 이론을 중심으로, 무엇이 너와 나의 너그러움을 방해하는지 짚었다. 어떻게 해야 너그러운 태도를 더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마음 청소법을 소개했다. 수많은 상담을 진행한 저자는 과거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단단히 세우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들 마음의 여유가 '받아들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이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삶에 너그러워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타인의 사유/ 196쪽.
▲뉴잉글랜드 수녀(메리 E 윌킨스 프리먼 지음)= 미국 작가 메리 엘리너 윌킨스 프리먼(1852~1930)의 삶과 문학이 담긴 소설집이다. 표제작을 비롯해 '길 잃은 유령', '고귀한 존재', '엄마의 반란', '사라의 선택' 등 26편이 담겼다. 프리먼은 1926년 여성 최초로 윌리엄 딘 하우얼스 메달을 수상했다. 이 상은 미국문화예술아카데미에서 5년마다 그 시기에 가장 뛰어난 미국 소설가에게 수여한다. 그녀는 뉴잉글랜드라는 보수적인 지역에서 엄격한 청교도적 가르침을 받고 자랐으나, 부모님이 원하는 딸이 되지 않기 위해 평생 저항했다. 이런 삶의 태도는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 미네르바1/ 723쪽.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적막과 상처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 · 음모론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의 모습
- · 소설처럼 쉽게 이해하는 우리 역사
- · '문정희 시인의 문학과 인생' 대담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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