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부터 생활사까지 '다양'
다양한 주제를 담은 호남학 학술서, 국역서가 한국학호남진흥원 지원 아래 발간돼 눈길을 모은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이 8종의 출판물을 최근 발간했다.
이번 출판물은 한국학호남진흥원의 호남학 분야 학술서·국역서 저술 출판 지원 사업의 결과물이다. 매년 원고를 공모해 엄정한 심사를 거쳐 출판을 지원하는 이 사업은 호남학 연구자의 연구역량 증진과 호남학 연구성과 보급, 확산을 위해 마련됐다.
올해 출간된 8종의 책은 지난해 공모에 선정된 원고들로 '호남한국학 저술지원총서1-장춘동수창록', '호남한국학 저술지원총서2-지방양반과 경화사족의 대를 이은 교류', '호남한국학 저술지원총서3 -전남의 농악, 다양성과 창의성을 품다', '호남한국학 저술지원총서4 -근대 호남지역 소방활동연혁사', '호남한국학 저술지원총서5 -석아 최원순 전집', '호남한국학 저술지원총서6 -한국 남서 해 도서 민가 연구', '호남한국학 저술지원총서7 -사찰문화재, 유물과 문헌의 대화', '호남한국학 저술지원총서8 -만운집'이다.
'장춘동수창록'은 해남군 옥천면 송산리의 옥산서실에 소장된 자료를 번역했다. '지방양반과 경화사족의 대를 이은 교류'는 부안군 보안면 우반동에 있는 부안 김씨 우반종가에 소장된 간찰 중 반남박씨 박태관이 김수종에게 보낸 편지 70여 통을 간추려 번역한 책이다.
'전남의 농악, 다양성과 창의성을 품다'는 농악을 현대적으로 풀어냈으며 '근대 호남지역 소방활동연혁사'는 1920년대 후반~1930년대 초반 목포와 군산, 광주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이 소방조를 만들어 활동한 내용을 기록한 책자를 번역한 결과물이다. 이 책을 통해 개항 이후부터 1930년대 초반까지 화재발생 양상과 당대 소방수들이 화재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일제강점기 소방조가 시대적으로 어떤 역할을 부여받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석아 최원순 전집'은 일제 식민지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있는 정신으로 시대를 돌파했던 독립지사이자 언론인인 최원순의 글 27편을 모아 싣고 작품의 연보와 생애 연보, 해설을 덧붙여 만든 책이다. '한국 남서해 도서 민가 연구'는 전남 도서에 있는 민가를 조사하고 문화적 특징을 도출한 책자로 도서 주민들의 주거문화와 민가의 특징 등이 담겼다.
'사찰문화재, 유물과 문헌의 대화'는 옛 전남도청 일대 사찰문화재와 전남지역의 신라하대 석등인 담양 개선사지 석등, 광양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에 담긴 의미와 진정한 가치 찾기 등을 시도한 책이다. '만운집'은 광주 대표 인물인 금남 정충신의 문집을 번역한 책이다. 이 번역서는 1894년에 기우만의 서문을 받아 6권 2책의 활자본으로 중간(重刊)한 것을 저본으로 했다.
천득염 한국학호남진흥원장은 "올해도 2차에 걸쳐 저술 출판 지원 공모를 하고 있다"며 "관심있는 호남 연구자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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