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18 당시 강의 '시’통해 저항 표현”
작품 '직녀에게'로 비분 희망의 빛 전파

지난 2015년 9월 타계한 고(故)문병란 시인은 1961년 조선대 문학과를 졸업하고 1962년 '현대문학'에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그는 60년 동안 광주 동구 지산동에 살며 조선대 국문과 교수,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와 5·18 기념재단 이사를 역임하는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 문학적 업적은 물론 민주화운동에 큰 업적을 남겼다.
문병란 시인 타계 7주년을 맞아 일본 문예지 '여성의 광장'이 그의 시문학에 담긴 저항 정신을 조명하는 등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5일 문병란시인기념사업회에 따르면 해당 문예지는 9월 호를 통해 문 시인이 지난 1980년 5·18 당시 대성학원에서 강의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권력에 맞서는 민중을 다뤘다.
문예지는 문 시인이 강의 당시 '경찰의 감시가 엄했기에 학생들에게 나가 투쟁하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삼갔다'고 설명하며 '(대신) 일제강점기 저항 시인들이 쓴 시를 통해 권력에 맞설 것을 강조했다'고 서술했다.
또 '남북분단과 군사독재 등을 겪어오며 대한민국 민중들이 벌인 권력에 대한 저항을 시라는 응축된 형태로 표현했다'며 문 시인의 작품 '직녀에게'를 예로 들었다.

아울러 문 시인이 평소 애창하던 이육사 시인의 작품 '절정' 전문을 소개하며 '식민지 지배에 항거하며 암투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던 시인들의 언어는 군사독재정권 현실에 고통스러워하던 비분의 감정을 대변하고 희망의 빛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본에서의 문병란 시인 조명작업은 그의 삶과 문학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이를 계기로 한국 시문학의 위상을 강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1971년 첫 시집 '문병란 시집'을 발간한 이후 시집 '죽순 밭에서'를 시작으로 '벼들의 속삭임'(1978), '땅의 연가'(1981), '뻘밭'(1983), '무등산'(1986), '5월의 연가'(1986), '견우와 직녀'(1991), '새벽의 차이코프스키'(1997), '인연서설'(1999),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2001), '동소산의 머슴새'(2004), 시선집 '장난감이 없는 아이들'(2015) 등을 발간했다.
그는 1970년대 중반 진보적인 문예단체 자유실천문인협회에 가입해 반독재 투쟁을 전개했고, 1980년 5·18민중항쟁을 겪은 후 그 아픔과 정신을 알리는 시 창작을 했다. 교육자이자 학자이기도 했던 그는 2015년 9월 25일 향년 8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한편, 여성의 광장은 일본 진보 학회인 '일본민주주의문학회' 소속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하는 문예지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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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창작에 매진하라는 채찍질로 기쁘게 수상" 정지아 소설가 "더욱 더 소설 창작에 매진하라는 채찍질이라 생각합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만해문학상을 받게 돼 개인적으로 기쁨이 큽니다."제38회 만해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정지아(58)씨는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수상작은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다.이 작품은 전직 빨치산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3일간의 이야기로, 화자인 딸 아리는 아버지의 기억을 촘촘히 떠올리고, 빈소를 찾은 친척과 이웃 등이 들려준 일화를 통해 아버지의 일생을 통해 개인적 서사와 분단의 역사를 밀도 있게 그려낸 수작으로 꼽힌다.만해문학상 주관사 창비는 "한반도 분단, 좌우 갈등과 투쟁, 민간인 학살 같은 어두운 역사를 다룸에도 유머러스한 어법과 개성 넘치는 인물을 통해 밝음과 어둠이 뒤섞이고 웃음과 슬픔이 교차하는 수작을 완성해냈다"며 "삶과 사람, 역사를 작가 자신의 가족사를 토대로 설득력 있게 그려낸 작품"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소설은 '전직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 이후 3일간의 시간만을 현재적 배경으로 다루지만, 장례식장에서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해방 이후 70년 현대사의 질곡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남도의 구수한 입말로 풀어낸 일화들은 저마다 서글프지만 피식피식 웃기고, 울분이 솟다 말고 '긍게 사람이제' 한마디로 가슴이 따뜻해진다.소설 속 아버지는 지리산과 백운산을 카빈 소총을 들고 누빈 빨치산이었다. 그는 일제강점기가 끝난 직후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싸웠으나 처절하게 패배했다. 동지들은 하나둘 죽었고, 아버지는 위장 자수로 조직을 재건하려 하지만 그마저 실패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자본주의 한국에서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았다. 평등한 세상이 올 거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고, 생판 초면인 이들의 어려움도 무시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조금 우스꽝스럽게 생각한다. 누구나 배불리 먹고 차별없이 교육받는 세상이 이미 이뤄진 마당에 혁명을 목전에 둔 듯 행동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누가 봐도 블랙코미디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 작가는 그렇게 평행선을 달려온 '나'와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노동절 새벽,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세상을 등진 아버지를 통해 가족과 역사를 그려냈다.정지아 작가는 써내는 작품마다 삶의 현존을 정확하게 묘사하며 독자와 평단의 찬사를 받아온 작가는 이번에 역사의 상흔과 가족의 사랑을 엮어낸 대작을 선보임으로써 선 굵은 서사에 목마른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정지아 작가는 1965년 구례에서 태어나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을 펴내며 작품활동을 시작,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고욤나무'가 당선됐다. 소설집 '행복' '봄빛' '숲의 대화' 등이 있다. 김유정문학상, 심훈문학대상, 이효석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올해의 소설상, 노근리 평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한편 만해문학상은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불교 승려였던 만해 한용운(1879~1944) 선생의 업적을 기념하고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73년 제정됐다. 본상의 상금은 3천만원이며, 2016년 상금 1천만원의 특별상을 신설해 본상과 장르가 다른 작품에 시상하고 있다.올해 특별상은 고명섭 한겨레신문 기자의 인문서 '하이데거 극장: 존재의 비밀과 진리의 심연'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중 열릴 예정이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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