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보 지음/ 헬스레더/ 731쪽
2000~2500년 전 경 '예기(禮記)'에 따르면 하늘에 제사 지낸 다음, 모여서 음주가무를 즐기는데, 조나 궤를 사용해 음식을 차리고, 식기는 변, 두, 보, 궤를 사용하고 술은 작에 따라 마셨다. 백제는 음양오행법을 안다고 나온다.
음식을 차리고 제사 후에 음복연(飮福宴)이 있어 술을 마시고 춤추며 밤낮으로 즐겼다. 음복연은 이후 연향(燕饗, 宴饗) 문화로 발전하고, 이는 1910년 한일병합 때까지 이어졌다.
우리민족의 음주문화는 2천년간 오랜 시간 연속성 안에 있다. 술과 함께하는 우리 연회 문화의 뿌리는 음양사상이 깃든 유학 정신이다.
술이 있는 곳에 술안주가 있는 것은 술은 정신을 살찌게 하고, 안주는 육체를 살찌게 한다는 유학에 근거를 둔다. 양(술)과 음(술안주)이 결합해야 완성된 주도(酒道)가 이뤄지는 것이다.
'전통주 인문학-술(陽)과 술안주(陰), 술마심(飮酒)의 의미'는 2천년 한반도 술 역사에서 술과 술안주, 음주문화의 핵심만을 골라낸 책이다.
한반도가 철기시대 후 도교와 불교의 유입이라는 문화적 변혁을 거쳐, 술과 술안주 문화를 발전시켜온 장구한 술 콘텐츠를 역사적, 서사적으로 집대성했다.
음주문화 속에 꽃 피운 술과 안주문화를 중국과 한반도를 비교하고 고대, 중세, 근세까지 시간의 연속적 맥락에서 진화과정을 살펴본다.
우리 술 문화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 조상들이 지녔던 음주 기록은 고대 중국문헌에서 발견된다. 부여국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이 있고, 마한은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군집가무(群集歌舞) 후, 가무음주를 즐겼다.
술은 사람으로 하여금 천도(天道)와 지도(地道)를 알게 해 주는 군자의 음료이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삶, 상식적으로 사는 사람은 천도와 지도를 아는 군자이다. 사람의 영혼을 술이 맑게 해주어 사람의 뜻과 신의 뜻을 화합하게 하는 매개체가 곧 술이다. 술을 마시는데 있어서 도(道)란 술과 술안주를 대할 때에는, 만드는 사람의 노고를 생각하고 술을 통하여 깨닫고 깨달아 겸손하고, 겸손한 맑은 영혼을 지니게 되어, 상식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터득하고자 함이다. 술마심(飮酒)의 의미는 영혼을 살찌게 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다.
전통주의 정체성 연구는 술과 음식, 음주 문화 분야의 중국과 한국, 일본의 고문헌 1차 원전에 대한 해석과 통찰이 필요한 어려운 영역이다. 저자인 김상보 교수는 고문헌 원전 해석이 가능하고, 음식인문학을 평생 연구해온 음식 학자여서 이런 과제 수행이 가능했다. '전통주 인문학'은 전통누룩 베이스의 전통주와 술안주, 음주문화라는 3대 키워드로 한반도의 술 발전사와 진화과정을 집대성한 저작물이다. 4년간의 집필 끝에 완성한 730쪽의 벽돌책이다. 전통주와 누룩, 안주, 음주문화가 2천년간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밝힌 한반도 전통주의 통사이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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