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나라로 읽는 부의 세계사
조홍식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42쪽
부(富)는 강대국을 이루는 중요 오소 중 하나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자본주의나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에도 부국은 존재했다.
중국의 공자는 국가를 지탱하는 정치의 근본으로 국민 신뢰와 먹고사는 문제, 군사력을 들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wealth'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well'에서 파생됐다.
결국 부는 자본 축적이나 경제력 외에도 복지와 행복이라는 개념과 연결된다. 부국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책 '22개 나라로 읽는 부의 세계사'의 저자는 풍요로운 삶을 의미하는 부는 문화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지금은 무작정 앞선 나라를 쫓아가기보다 우리만의 철학으로 미래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해야 할 단계라고 본다.
저자는 이 책에서는 바빌로니아, 로마, 송나라, 인도, 이슬람,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독일, 일본, 칠레, 미국, 중국, 유럽연합 등 총 22개 부국의 역사를 경제적 관점으로 살펴본다.
질서, 개방, 경쟁, 혁신, 학습, 단결, 비전 등 이들 국가가 부를 일군 7가지 요소도 도출해낸다. 부자 나라가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을 '질서-학습-단결'과 '개방-경쟁-혁신' 등 두 가지 집합이 균형을 이루며 '비전'을 향해 나아갈 때라고 제시한다.
우리는 과연 잘사는 나라에 살고 있을까? 불과 100년 전 한국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었고 한국전쟁과 민족 분단의 위기를 겪었음에도, 정치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이룩해 지금은 이른바 선진국 클럽에 진입했다. 끼니를 걱정하거나 굶어 죽는 사람도 드물지 않았던 현실에서 벗어난 한국은 현재 비만을 걱정하고 웰빙을 추구하는 사회로 변모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잘사는 나라'가 되기 위한 길목에 서 있다. 경제발전을 위해 앞만 보며 달려왔던 조급함에서 벗어나 국제 정세에 따라 달라지는 경제적 타격, 인플레이션, 무역 적자, 빈부격차 등 다양한 위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방법을 모색할 때다.
또한 다양한 위기를 뛰어넘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의 청사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류의 긴 역사를 살펴보고 경험을 곱씹으며 우리 사회를 깊이, 다각적으로 고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 자본주의의 조국인 영국과 미국은 대항해시대의 기치를 이어받은 뒤, 산업혁명으로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이탈리아 도시국가의 자본주의는 이베리아반도와 네덜란드를 통해 영국과 미국으로까지 확장되면서 현대 자본주의 세계를 만든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바닷가의 모래와 늪 위에 널빤지를 깔아 물을 제거한 뒤, 흙과 돌을 쌓아 광장, 건물을 지어야 했던 베네치아는 자연적 조건 덕분에 강인해졌다. 이런 이유로 베네치아인들은 서로 협력해야 했고, 파벌을 타파하고 분열하지 않는 공화국 제도를 만들었다. 개간사업부터 도시개발, 해외 팽창, 무역 관리, 식민지 운영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베네치아는 국가가 정책을 주도했고 국가자본주의의 모델을 만들었다. 안정적인 정치 체제는 베네치아를 성공한 도시국가로 만든 1등 공신이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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