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사색의 숲/ 백승영 옮김

프리드리히 니체는 서양의 전통적인 사유 패러다임을 전복하고, 현대철학과 현대정신의 지평을 펼쳐 보였다. '힘에의 의지', '영원회귀', '위버멘쉬' 같은 개념을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삶을 영원히 긍정하는 노래를 남겼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명실공히 그의 대표작이다. 니체 사상의 모든 주제가 어우러져 있으며 그가 전하는 깊고 심원한 사상의 골수가 담겨있다. 현대의 정신은 이 책에서 발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라투스트라'가 철학의 고전인 이유다.
하지만 '차라투스트라'는 어렵다. 정말 난해하다. 전통적인 철학책과 달리 서사시 형식을 갖추어서 개념의 명징성이 없다. 사상은 낯설고 플롯은 복잡하며 의도마저 모호해서 독자들은 혼란에 빠지기 쉽다. 게다가 뜬금 없이 나오는 온갖 비유와 상징과 패러디는 책 읽기의 어려움을 더한다.
니체가 이 책의 부제를 '모두를 위한, 그러나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이라고 붙인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니체 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문학 작품을 배경으로 하며, 서양 철학과 그리스도교 문화 전체의 역사를 전제한다. 문학, 철학, 종교, 역사를 아우르는 풍부한 지식을 바탕에 두어야 '차라투스트라'의 비밀이 비로소 밝혀질 수 있다.
백승영 교수는 국내 최고의 니체 전문가다. 이번에 출간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번역서는 단순한 번역을 넘어서는, 말하자면 번역과 주해를 병행한 작품이다. 니체를 이해하기 쉽도록 전편에 걸쳐 720개의 주석을 달았다.
에피소드마다 펼쳐지는 이야기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에 담긴 철학적 개념과 맥락이 무엇인지, 니체의 표현 구석구석에 담긴 문학적 배경은 또 어떠한지, 그리고 독자들이 늘 당혹해하는 수많은 비유와 상징과 패러디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풀어서 일러준다.
그 주석을 따라가며 본문을 읽다 보면, 이 책이 얼마나 아름답고 풍요로우며 깊이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때로는 가슴을 뒤흔드는 감동과 울림을 만나고, 때로는 주체할 수 없는 사유의 힘을 대면하기도 한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니체 철학의 윤곽이 차츰 드러나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면, 고독했던 시인이자 철학자인 니체가 우리의 영혼에 건네는 음성을 또렷이 들을 수 있다.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 소중한 경험 거리는 니체의 단단한 문장이다. 때로는 파도가 몰아치는 바닷가의 칼바람 같이 힘차고 때로는 가을 오후 정원을 비추는 햇살처럼 따사롭다. 니체 문장이 독일 문학의 한 경지를 이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백승영 교수는 원문의 뜻뿐 아니라 문장의 힘과 매력 역시 고스란히 우리말로 전달하기 위해 세심하게 다듬고 살펴 옮겼다. 단어 하나하나, 원문의 줄 바꿈 하나, 문장 부호 하나까지 원문을 충실하게 재현하여 원문의 맛을 살렸다. 치아가 딱딱 부딪는 것 같이 강건한 니체 특유의 문장을 접할 수 있다.
책에 담긴 니체의 단단한 문장과 자세하고 친절한 주해는 독자들이 니체의 사상을 대면하는 새롭고도 풍요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벡승영 교수는 한국어 니체 전집(고증판 KGW) 편집위원이자 번역가로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등 많은 저서와 번역서를 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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