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고민이 있다면? 또래…’ 출간
말 못할 고민 공감 위로 건네
어른들도 동심 이해 폭 확장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의 삶은 고민의 연속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고민거리가 하나도 없다고, 있다고 해도 그 고민이 가벼울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그 순간을 지나왔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지점 때문에 아이들은 더더욱 어른들에게는 고민을 나누지 못하기 일쑤다. 어른들은 고민을 '들어' 주기 보다 조언이나 충고를 해 주려고 한다.
최근 나온 무등일보 신춘문예 출신 임지형 동화작가의 '고민이 있다면? 또래 상담소!'(키다리刊)는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는 아이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해주는 작품이다.
임 작가는 아이들이 '또래 상담'을 통해 서로를 보듬고 함께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사강이는 아무도 모르는 병이 있다. 엄마도, 아빠도, 선생님도, 물론 친구들도 모른다. 바로 '신학기병'입니다. 신학기만 가까워지면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프고, 잠도 잘 안 오는 병입니다. 사강이의 신학기병은 2학년 신학기 때 벌어진 한 사건으로 생겼다. 그 뒤로 의기소침해진 사강이는 4학년이 되도록 통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있다.
4학년 신학기, 사강이네 반에 오소리라는 아이가 전학을 온다. 어디를 봐도 자신과 공통점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사강이는 그 아이와 짝꿍이 됩니다. 게다가 소리는 사강이에게 우리끼리 또래 상담을 같이 하자고 제안한다.
또래 상담은 같은 또래의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에게 상담적 도움을 주는 활동을 말한다.
사강이는 또래 상담을 할 생각에 한숨만 나온다. 같은 반 아이들 모두 즐거워 보여서 고민이 있을 것 같지 않고, 정작 자신의 고민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강이는 또래 상담을 하면서 나만 있는 줄 알았던 고민이 다른 친구들에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남들한테는 작은 문제처럼 보여도 정작 상담을 요청한 아이들 본인한테는 큰 문제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남몰래 혼자 끙끙 고민만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누구나 고민이 있으며, 해결하지 못하는 고민은 없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느끼게 해 준다.
또래 상담은 상담을 받는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상담을 해 주는 아이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 사강이는 주변 친구들도 자신과 같다는 것을 깨닫고 용기를 내어 친구들에게 다가선다. 그리고 다른 이들을 배려하고 이야기를 경청하는 장점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이처럼 이 작품은 아이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고, 함께 공감하며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나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내면의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쓰여졌다.
임지형 작가는 "아이들이 커 가면서 직면하는 고민과 문제들을 함께 나누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작품을 쓰게 됐다"며 "아이들 뿐 아니라 선생님과 학부모 등 어른들도 아이들에 대한 이해의 장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임지형 작가는 지난 2008년 무등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2009년 제1회 목포문학상을 수상했고, 2011년 광주문화재단과 2013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창작 지원금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환상의 책방 골목'(공저), '내일은 슈퍼 리치', '나는 너의 페이스메이커', '달고나 예리', '늙은 아이들', '리얼 게임 마스터 한구호' 등이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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