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자연 그대로의 산나물 길러내"

입력 2022.01.17. 19:05 나윤수 기자
[자랑스러운 여성 임업인 유소명씨]
30여 년간 터전이자 동반자 삼아
여자 혼자 몸으로 산 가꾸고 키워
산마늘·두릅 등 임산물 재배·판매
함평 주 무대 영광·장성까지 확장

2021년 산림조합중앙회가 주는 '자랑스러운 임업인상'을 수상한 전남 함평군의 유소명(62)씨는 "산에 나무를 심고 키우는 것은 자식을 키우는 것과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30여년간 여성의 몸으로 산을 가꿔온 유씨는 나무 키우는 것을 사람 키우는 것에 곧잘 비유한다.

함평군 나산면이 고향인 유씨는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여성 혼자 몸으로 산을 터전 삼아 살아 왔다. 그에게서 산은 삶의 영감을 주는 대상이자 의미였다. 산에 있는 순간은 행복했고 인생사 시름을 잊게 해주는 동반자이기도 했다.

그가 애지중지 관리하는 산은 고향인 함평을 주무대로 인근 영광, 장성에 걸쳐 8만여평에 달한다. 남성도 힘들다는 산 일에 매달리는 이유를 "산에서 크는 나무를 보면 행복하다"고 간단히 정리한다. 산나물로 최고 품질의 음식을 개발하고 천연 산나물을 재배·판매하는 모범적 임업인으로 성장하는 그의 스토리는 우리 임업 발달사와 궤를 같이하는 한편의 드라마 같은 삶이다.


◆ 30여년 산과 함께 한 집념의 임업인

유씨가 본격적인 임업인의 길로 들어선 것은 지난 1990년대 초반이다. 처음에는 살기위해 논밭 농사를 지었지만 취미로 산을 찾아 도라지와 더덕을 심어 음식재료로 썼던 것이 임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됐다. 산에 매료돼 농사를 지으면서 소득이 생기면 산을 사들이기 시작 한지 30여년 그는 어느덧 함평을 대표하는 자랑스런 임업인의 반열에 들어서 있다.

그는 웬만하면 자연적으로 산을 내버려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면서 아기 단풍과 산수유, 편백 같은 품종을 특화해 키우는 것이 그 만의 산 관리 노하우다. 유씨는 "나무는 자연스럽게 커야 한다"면서 개발을 최소화하고 자연적으로 산을 가꾸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유씨는 자연스럽게 산을 관리하면서도 임업 소득 창출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유씨가 키우는 임업 소득 주작물은 산마늘과 두릅이다. 이들은 함평을 대표하는 특화 임산물 중 하나다.

그는 심기 전 철저한 토양분석과 기후, 온도까지를 감안해 품목을 고른다. 최소한 이 고장 함평 땅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엄선된 품목만 골라 명품으로 키워 낸다. 두릅과 산마늘을 대단위로 키운데는 수년 전 잘 된다는 소문만 믿고 오미자를 심었다 큰 낭패를 본 것이 반면 교사였다.


◆ 명이나물·두릅, 지역 명품으로

유씨가 키우는 두릅은 가시가 없는 특징을 지녀야 하고 산마늘은 울릉도산만을 고집한다. 그렇게 심은 두릅과 산마늘은 편백숲의 좋은 기운을 받아 최상품으로 변신한다. 먹는 것 만큼은 소비자가 믿고 먹어야 한다는 것이 대표 임업인의 자부심이자 이제껏 철저히 지키는 소신이다.

유소명씨는 두릅과 더덕, 산마늘등을 함평 대표 임산물로 키운다.

두릅은 봄나물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새순은 데쳐서 먹고 뿌리와 나무껍질은 약용으로 쓸 수 있어 버릴게 없다. 최근 피로회복과 당뇨병, 신경쇠약, 류마티스 관절염 등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찾는 이가 부쩍 늘고 있다. 값도 500g에 5만원을 호가 할 정도로 높이 쳐준다. 유씨가 재배하는 명이나물로 알려진 산마늘은 산에서 나는 나물 중 거의 유일하게 마늘 맛이 나는 나물이다. 명이나물은 울릉도 해발 800m 이상 고지에서 자생한다. 강원도 일부 산악지대에서 재배 하던 것을 이곳 함평 땅에 안착시켜 명품 명이나물로 재탄생 시켰다.

명이나물은 울릉도 춘궁기에 목숨을 이어준다고 해서 '명이 나물'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유씨의 산마늘은 항암작용과 비타민C 유지를 위해 유기농만을 고집한다. 자연 그대로 먹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유씨는 5년산 두릅과 3년산 산마늘만을 골라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한국 임업협회 부회장 유소명씨

◆ '산나물 요리의 여왕' 타이틀 획득

임업인 유씨에게 성공가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임업의 길로 들어선 90년대만 해도 임업은 크게 주목받지 못한 분야였다. 산에서 나는 작물에 대한 소득 개념도 없던 시기였다. 특히 여성 임업인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귀산촌 한다는 것도 여성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그런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어 재배한 것이 산도라지와 더덕이었다. 7천여평 규모의 산에 도라지와 더덕을 심어 키웠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게 애써 키운 도라지와 더덕을 한꺼번에 도둑 맞고 말았다.

5년여를 키운 도라지와 더덕을 도둑이 들어 차떼기로 몽땅 캐간 것이다. 지금처럼 CCTV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여성이 산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는 낙담하지 않았다. 다시 도전하자는 오기가 생겼다. 그는 산이 주는 영감을 무시하지 않았다. 성공적인 임업인 삶 반전에는 뛰어난 미적 감각이 뒷받침 했다. 그에게는 산에서 나는 각종 재료를 활용해 건강하고 보기 좋은 독특한 요리를 생산해 내는 장인 기질이 있었다. 그는 각종 임업인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었다.

유씨가 산에서 만든 음식들은 단번에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선보인 꽃송편과 꽃차, 단호박 영양밥, 산재료 케잌 등은 맛과 멋에서 예술품에 가깝다는 찬사를 얻었다. 그런 그의 공로가 인정돼 '임업인 후계자 전라남도 여성부회장'과 '한국임업후계자협회 중앙회 여성부회장', '산림조합 함평 대의원' 같은 굵직한 타이틀을 지니기에 이른다.

임산물 대회 하이라이트인 산요리 경연대회 모습

◆"귀산촌, 끈기가 있어야 성공 한다"

유씨가 꿈꾸는 임업인의 삶은 경제적 삶이 보장되는 지속 가능한 임업인이다. 산을 가꾸는 자연지킴이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안정된 경제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여성 임업 1세대 후계자인 그는 후배 임업인들에게 길을 열어 주기 위한 지역사회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중이다. UN 지속 가능발전목표를 위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운영위원, 숲속의 전남 함평위원, 함평군 전남 농어가 수당위원 등은 후배 임업인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활동이다. 유씨는 "귀산촌해 임업인이 삶을 뿌리내리려면 실제 살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 하다"면서 "젊은이들이 지역에 내려와 산과 함께 살고자 한다면 최소한의 경제적 삶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후배 귀산촌 임업인들에 대한 자세도 따끔하게 충고한다. 산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임업은 끈기의 산물이다"면서 "좋은 사람이 좋은 임업인이 된다"는 독특한 지론을 내세운다. "나무를 사람 대하듯 하면 나무는 반드시 사람에게 보답한다"는 것이 나무에 대한 그의 오래된 믿음이다.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만이 좋은 임업인이 될 수 있다는 철학인 셈이다.


◆"푸른 산을 물려주는 것 후세에 대한 의무"

오늘도 그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맛을 쫓아 산을 찾는다. 최근에는 들꽃 자수에 푹 빠져 있다. 30여년 산과 같이 하다 보니 산에 피는 꽃 한 송이도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그는 자연의 꽃을 한 땀 한 땀 백지 천에 수놓는다. 산에 자라는 이름 없는 꽃을 수놓다 보면 산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라고 한다. 자수를 하면서도 새삼 깨달은 것은 나무 심는 일은 단기간에 승부 나지 않는 끈기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한국임업후계자 전국 대회 참가 모습

최근 그는 임업인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경제적인 것보다 우리 산을 푸르게 키워왔다는 것에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한다. 임업인이자 한가정의 어머니로서 푸른 산을 물려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든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들 숙이듯 "산에서 겸손함을 배웠다"는 유씨는 임업인의 삶이 부침은 있었지만 부끄럽지도 않다고 했다. 산이 있어 나무를 심었고 거기서 베풀고 사는 인생살이를 배웠기 때문이란다. 산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자그만 덩치로 산을 벗 삼아 살아온 한 60대 여성의 삶에서 우리 산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나윤수기자 nys2510857@mdilbo.com·함평=정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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