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바리스타가 있는 함평교육지원청 카페 '해밀'

입력 2021.10.15. 13:31 선정태 기자
함평 특수학교서 교육받은 청년들 근무
바리스타 역할하며 자신감·사회 적응
적응에 시간 걸릴 뿐…'한 사람 몫 충분'
함평교육지원청 안에 위치한 카페 '해밀'은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영화학교 학생들이 근무하고 있다.

"카페 아르바이트 학생인 줄 알았어요. 장애 청년들이 만들어준 음료라고 생각하니 맛이 더 특별한 것 같아요."

특색있는 카페들이 생겨나고 있는 함평군에 또 다른 특별한 카페가 있다. 함평교육지원청 wee센터 내에 있는 카페 '해밀'.

지난 13일 오후 5평 규모의 카페에 3명의 바리스타가 능숙한 모습으로 주문을 받고 카드로 결제한 후 영수증을 건넨 뒤 음료 제조에 나섰다. 이 손님이 주문한 음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과 냉매실차 1잔.

함평교육지원청 안에 위치한 카페 '해밀'은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영화학교 학생들이 근무하고 있다.

주문을 받은 바리스타는 곧바로 원두를 갈아 에스프레소를 내린 뒤 얼음과 물을 담은 컵에 커피를 붓고 빨대와 함께 준비하고 있었고, 그 뒤의 바리스타는 매실차를 만들어 몇분 지나지 않아 "주문한 음료 드리겠습니다"하며 쟁반을 내밀었다.

어느 카페에 가나 흔히 보는 풍경이지만, '해밀'에서는 특별한 일이다. 이 청년 바리스타들은 모두 지적장애를 가진 함평 '영화학교'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함평 영화학교 전공과 2년에 재학 중인 청년들이다. 이들은 바리스타 과정을 수료하고 지난 3월부터 이 곳에 취직했다. 이들은 하루 4시간씩 주 5일 근무하면서 교육지원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나, 교육지원청 직원들을 비롯해 인근의 함평중학교 학생들도 찾는 곳이다. 최근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함평중 학생들이 하교하면서 시원한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자주 방문하기도 했다.

함평교육지원청을 방문한 함평중학교 학생들이 카페 '해밀'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에서 지원하는 다른 곳의 카페는 장애 학생들이 바리스타 체험을 위한 곳이지만, '해밀'은 엄연한 영업 공간이다. 해밀에 근무하는 바리스타들도 직원 자질을 갖춘 것은 당연한 일.

처음에는 살갑게 인사하고 주문받아 음료를 제공하는 과정에 익숙지 않았지만, 이제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채현석 함평교육지원청 장학사는 "개점 초기, 바리스타들이 사회적응 능력이 부족하고, 위축돼 무뚝뚝하다는 불만도 있었지만, 금방 익숙해져 이제는 너무 친절한 종업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 청년들은 직업 교육을 수료하고도 취업하기 힘들다.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이 연습한 분야 보다는 사업장의 허드렛일이나 가장 하기 싫은 일, 힘들면서도 단순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리스타 과정을 수료한 학생들 역시 다른 커피 매장에서는 커피나 음료 제조 대신 물건을 나르거나 청소, 분리수거 등만 맡긴다.

하지만 '해밀'을 통해 장애 바리스타들도 음료를 제조하고 손님을 응대하는 등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채 장학사는 "장애 바리스타라고 음료를 못 만들거나 커피가 맛이 없거나 위생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며 "장애에 대한 편견이 하루 빨리 사라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 바리스타는 지난 7월 화순 오송초등학교에서 바리스타 교육도 진행해 학생들의 질문 세례를 받을 정도였다. 강의한 바리스타는 한 사람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강의는 물론 질의응답까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났고, 함평교육지원청과 영화학교는 이 사례를 통해 '다른 학생들도 교육을 받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한없이 기뻐하기도 했다.

상당 수 장애 학생들이 취업해도 여러 이유 때문에 금방 포기하는 상황에서, 지역과 사회로 나가 부딪치면서 직장인으로서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해밀'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해밀'은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만 운영한다. 다음 해 3월 새로운 직원들을 선발한다. 더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자신감과 성취감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써 한 바리스타는 '그만둘 때가 다가와 아쉽고 슬프다. 더 오래 일하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생겼고 애정도 커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채 장학사는 "드림워크 사업을 통해 장애 학생들의 취업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며 "장애 학생들이 많은 곳에 취업해 장애인들의 취업률이 올라가고 좋은 곳에 취직해 평생 한 직장에 머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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