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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원 2천명 확대는 국가기간사업 흔드는 일"

입력 2024.02.21. 19:12 한경국 기자
박유환 광주시의사협회장에 듣는다
복지부 28차례 논의했다 하나
단 한번 증원 언급 없어
현실적 의료수가 안돼 리스크로
상대적 수입적은 진료 기피해
의료인 부족 아닌 시스템 문제
박유환 광주시의사협회장.

"전공의들이 의료 포기를 선택하는 것은 이대로 가다간 의료산업이 아니라 국가 기간사업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박유환 광주시의사협회장은 전공의 집단사직과 근무지 이탈,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등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정갈등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의료계는 물론 국민과의 공감대 형성조차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가는 향후 사회경제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의료계 현실을 알아주지 않는 이상 현장을 떠나는 의사 또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회장은 의사협회에서 지난 27년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한 의료수가 현실화 등의 근본적 문제가 해결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남은 지역 의료 인력들의 고충과 환자·보호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빠른 대처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의료인들이 환자 곁을 떠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의료인들이 떠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보인다. 중요한 것은 왜 떠나냐는 것이다. 지금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의사들 대부분은 의대생 증원에 공감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원하면 그렇게 하는 게 맞기 때문이다. 다만 한 번에 2천명씩 증원하는 것을 원했는지는 국민에게 물어봐야 한다. 의료계 현실도 모른 채 국민들 동의 없이 의대생을 증원하겠다고만 해서 문제가 됐다.

-의료정부가 의료인들과 수차례 논의 끝에 결정한 것이라고 했는데.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월30일부터 최근까지 28차례 의료인과 논의했다고 했지만, 단 한 차례도 의대증원에 대해 언급한 일이 없다. 회의록에 한 줄도 적혀있지 않은 것이 증거다. 의료인들과 충분히 논의도 하지 않고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의료인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료인들은 왜 의대정원 확대를 반대하나.

▲의대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면 늘릴 수 있다는게 의료인들의 전반적인 생각이다. 지금과 같은 사태가 일어난 것은 정부가 의료계와 동의 없이 한 번에 대폭 증원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사실 의료인들은 의료인원보다 시스템을 먼저 손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의료인 인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대한민국 의료를 리셋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문제가 되는 의료시스템은 무엇인가.

▲의사협회는 정부에 현실적인 의료수가를 27년째 요구했다. 진료를 보면 볼수록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대장내시경의 경우 미국은 1회당 1천500만원일때 우리나라는 1/100 정도 값인 13만원이다. 이런 사례들이 빈번하니 대부분 의사들이 리스크가 크고 상대적으로 수입도 적은 진료를 기피하고 있다. 이러면서 의사가 부족해지고 있는 것이다. 응급실 부족 문제는 의사 수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하려는 의사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다. 적어도 의료수가를 최소 원가는 받을 수 있도록 현실화해 줘야 의료인들이 골고루 분포될 것으로 본다.

-해마다 2천명씩 의료인이 늘어나면 어떻게 되나.

▲우리나라 기간사업이 흔들릴 것이다. 보통 의사1명이 생기면 간호사, 간호보조,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응급구조사 등 8명의 의료인이 늘어난다. 이 논리대로 10년이 흐르면 인구 20%가 의료계 종사자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회경제 시스템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 의료인을 늘리다 경제가 후퇴한 베네수엘라와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의사가 늘어나는 만큼 건강보험료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추측건대 10년 후 건강보험료는 한 달에 8만원씩 더 증액될 것이다.

-고령화가 되면 의료인구도 늘어나야할텐데.

▲사실 우리나라는 전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의사가 많은 나라다. 간단한 감기나 찰과상 정도는 2~3시간 정도만 기다리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 그 증거다. 타국에 가면 2~3일씩 기다려야 하는 사례는 흔하다. 병원을 잘못 방문하는 진료미스매치만 줄어도 의료인 부족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실제로 응급실에 가면 응급환자가 아님에도 빨리 치료받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이 있다. 이같은 경우를 위해 정확한 병원에 찾아가도록 정부에 오래전부터 의료환자 분류체계를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들어주지 않았다.

-의대 정원을 증원시켜 의사를 늘리자는 목소리를 내는 의사들은 없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는 의사라면 동의하지 않고 있다.

-전공의가 떠나는 것은 미래소득 감소 때문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의사들은 굶어 죽지 않는다. 고령화가 되면서 의사들 일자리가 부족할 가능성이 낮다. 진료를 10명을 보나 100명을 보나 월급은 비슷하다. 오히려 일손을 덜 수 있어서 좋아할 것이다. 의료인들이 현장을 떠나는 이유는 돈이 문제가 아니다. 사회붕괴를 우려해서 이같은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대로 가면 총파업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총파업은 모르겠다. 다만 정부가 의료계 현실을 알아주지 않는 이상 앞으로 더 현장을 떠나는 의사가 더 늘어날 것이다. 지금은 전공의 중심으로 떠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버티던 전문의들도 두 손 들 수도 있다. 정부의 빠른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이를 지켜보는 의료인들과 시민들에게 당부한다면.

▲환자를 지키는 의사는 어떤 순간에도 환자 편이다.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살아가는 존재다. 환자를 보기 싫어하는 의사는 없을 것이다. 환자 곁에 있게 해달라. 정부는 의료인과 시민들과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했으면 한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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