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

문화와 생태가 어우러진 도심 속 쉼터

입력 2021.09.10. 10:36 김혜진 기자
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31> 풍영정천
장성군 진원면에서 시작해 광산구 하남, 운남, 수완 택지지구 7km에 걸쳐 자리하는 풍영정천은 택지지구를 가로지르며 고층아파트 숲의 답답함을 해소한다. 사진은 풍영정천을 따라 난 산책로.

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31> 풍영정천

오십대 중반에 들어서서 그런지 요즘 들어 주위 사람들의 화두는 단연 건강이다. 필자 또한 건강을 생각하게 된다. 직업 특성상 업무시간에는 시간에 쫓겨 일을 하고 퇴근 시간이 지난 늦은 저녁시간이나 주말에는 건강을 위해 풍영정청을 따라 걷는 걸 좋아한다. 풍영정천은 도심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 작게나마 힐링 공간으로 친근감을 더한다. 풍영정천에는 왜가리, 소백노, 물오리 등의 다양한 조류와 잠자리, 소금쟁이와 같은 곤충들이 서식하고 있기도 하다.

수완지구는 광산구 수완동을 중심으로 장덕동, 흑석동, 신가동, 운남동 일대에 140만평 규모로 조성된 광주·전남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계획도시다. 지구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풍영정천을 따라 3만평 규모의 호수공원이 조성돼 있고 전체 면적의 20%가 넘는 32만평이 녹지공간으로 조성된 친환경 '디자인시티'로 위엄을 자랑하고 있다. 상주인구가 8만여명에 다다르는 대규모 단지인 수완지구가 다른 주거지역과 대비해 갖는 몇 가지 특징을 건축가와 도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수완지구 호수공원 음악분수. 고층아파트 사이로 도심의 답답한 풍경을 열어준다.

◆산소 같은 풍영정천과 조형미 전형 아치교

풍영정천은 전남 장성군 진원면에서 발원해 장성 구간 7㎞와 광주 광산구 하남·운남·수완 택지지구 7㎞ 구간으로 명칭은 인근 극락강 옆에 있는 '풍영정'이라는 정자에서 따왔다.

현재는 친근함과 편안함을 안겨주는 풍영정천이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10년 12월부터 2014년까지 국토해양부가 주관한 '고향의 강' 사업에 선정돼 국비예산이 투입되고, 관과 민이 하나가 돼 많은 노력을 들인 끝에 맑은 물이 4계절 흐르고 문화와 생태가 어우러진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됐다.

또한 지역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풍영정천을 사랑하는 모임'(풍사모) 등의 봉사단을 만들어 생태 교육과 환경 감시 등의 활동을 통해 생태 하천을 알리고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고 있다.

원당산 공원 전망대(왼쪽)와 전망대에서 무등산 방향으로 바라본 풍경. 수완지구 도시숲 건너에 신창지구 단지가 보인다.

풍영정천을 기준으로 동서(東西)로 연결되는 지역은 교량(차도교 5개소, 보도교 3개소)과 지하차도를 설계해 조형미 등 도시 미관을 강조하고 있으며 교통 편리성을 추구하고 있다. 신창지구와 하남산업단지를 연결하는 제 3호 교량인 성덕교는 수완지구 중심지역에 위치한 반원형아치교(높이 38m, 길이 72m, 폭 35m)로 야간에 경관조명이 비칠 때면 아름다운 모습이 더욱 빛난다.

또한 풍영정천을 가로지르는 7개의 교량은 천변을 따라 조성된 천변공원과 중앙공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언제 어디서나 녹지공간으로의 접근이 가능하다.

수완지구 랜드마크 호수공원에는 대형 음악분수와 공연을 위한 야외무대가 설치돼 화려한 야간 경관도 감상할 수 있다. 물줄기로 표현하는 각종 형상의 이미지에 놀라고 시원하게 뿜어져 나온 분수로 인해 잠깐의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공간이다. 주변 아웃렛 등 복합문화공간과 어우러져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도심 빌딩숲 건너편에 자리한 한옥 건축물. 효령대군의 손자인 율원군 후손이 거주한 주택이다. 현대식 건축물들이 즐비한 도심 속 한옥 건축물의 모습이 낯설다.

◆ 숲 원형 보존한 원당산 공원

풍영정천을 따라 걷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산을 하나 만나게 된다. 숲속 공원 원당산 공원이다. 생태 놀이터와 함께 천연 잔디 광장에 농구장, 인라인스케이트장, 자전거를 타고 장애물 묘기를 부릴 수 있는 구조물 등을 갖추고 있어 활동력이 왕성한 청소년들에게 친근한 장소다. 공원 입구에는 김숙빈 작가의 '공존의 쉼터'등 조형물이 설치돼 있으며 정상에는 수완지구 일대를 동서남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멀리 동남쪽으로 바라보면 무등산 정상까지도 시원하게 보인다. 숲의 원형을 보전하면서 청소년 놀이공간이자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자연생태공원이다. 전망대에 올라보니 수완지구는 고층아파트단지 및 저층주택 단지들이 모여있어 계획도시로서의 모습을 이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수완 신도시와 '개량한옥'

광산구 장덕동 대로변에는 빌딩숲 건너편 개량한옥 한 채가 자리한다. 효령대군의 손자인 율원군의 후손들이 거주한 주택으로 수완지구 개발과 더불어 철거 위기에 몰렸지만 조상 대대로 살던 터와 가옥을 지키고자 하는 소유자의 강력한 의지로 보존되고 있다. 이 개량한옥은 '시민자유대학' 등 인문학강의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또한 가옥 뒤편에는 청동기시대 유물인 고인돌이 복원돼 있는데 이 고인돌은 수완지구 성덕유적지에서 옮겨왔다. 현대 문명의 신도시에서 개량한옥과 청동기 돌무덤이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무미건조한 다리 아래를 작은 음악회,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변화시켰으면 하는 필자의 마음을 제인한다.

◆풍성한 공간으로의 아쉬움

수완지구 동쪽 지역과 서쪽 지역 연결에 있어 교량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교량이라는 기능적 요소 외에 각각 특징과 스토리가 담겨 있는 교량으로 구축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리 아래 여유공간에도 작은 콘서트나 각종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해 시민 문화공간으로 이용되면 좋지 않을까. 또 천변 주변으로는 팽나무, 자귀나무, 수양버들 등의 수목이 식재돼 있다. 그러나 천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욕구를 채워주기에는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나무 그늘 아래 '휴식쉼터'를 생각해 본다.

다리 설계는 기능과 구조적 안전성이 중요하지만 기획 단계에서 건축가가 함께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단순히 자동차만 이용하는 도로 시설물이 아닌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머물며 즐길 수 있는 다양하고 풍성한 공간이자, 도시의 멋진 관광 자원이 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박상구 건축사사무소 더공감건축 대표

박상구 건축사는

대지가 주는 장소성, 주변 건축물과 어우러지는 공간으로의 건축을 추구한다. 현재 건축사사무소 더공감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서구 건축위원회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광주광역시 제2기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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