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해남오시아노 관광단지 딜레마③] "나라가 사기친 꼴…'개발이라는 말' 치가 떨린다"

입력 2021.06.06. 16:25 김봉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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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만 올린 개발에 주민들 시름
매입 때 보상가 평당 2만5천원
현재 70~80만원 30년간 30배↑
주민들 논밭 헐값 수용 후 이주
"실현 못 할 공문만 수십 차례
지금이라도 땅을 되돌려달라"
정부와 한국관광공사 등 관계당국이 지난 30년동안 오시아노 관광단지를 개발하지 않고 방치수준에 머물자 인근 주민들은 당초 약속했던 회센터 운영 이이주민들의 생계대책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사진은 신주광마을 경로당서 가진 설명회 모습.

해남군 화원면 주광리와 화봉리 일대 주민들은 토지보상이 이뤄진 지난 2006년 12월 이전까지만 해도 꿈에 부풀어 있었다. 살아생전에 이만한 축복과 천운이 어디 있겠느냐며 행복에 겨워 감사의 기도까지 올렸다.

 해남 땅끝에서도 최남단 오지마을에서 평생 농사나 지으면서 살 팔자인가 싶었는데 화려한 관광단지가 들어선다니 땅값은 물론 부대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기대심리에 마음이 환해졌다. 지난 91년부터 관광단지 개발을 위한 가시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94년부터는 본격적인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소식에 기쁨의 나날을 보내게 됐다.


◆찔끔 보상에 강제수용까지

순박한 주민들은 정부와 한국관광공사 등 관련당국의 약속과 개발의지를 굳게 믿으며 이제나 저제나 낭보를 기다렸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을 한바퀴 반이나 넘긴 15년이 훌쩍 지났건만 프로젝트 진척률은 바닥이었고 낭보도 없었다. 그래도 주민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한국관광공사측이 각종 공문과 주민설명회를 통해 제시했던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득증대, 생활개선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해남군도 이곳 주민들의 건의사항을 적극 반영,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겠다고 독려하는 걸 보고서 긴 세월을 참아내는 건 자신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지난 2006년 말께 이주민들에게 돌아온 건 실비보상이 아닌 감정평가액 기준으로의 찔끔 보상뿐이었다. 일부 이주민은 논밭을 팔 수 없다고 끝까지 버티다 강제수용령에 의해 농토를 빼앗기기도 했다. 애지중지하던 논밭을 헐값에 넘기고 8.5㎞나 떨어진 신주광마을로 집터를 옮기게 되면서부터 이주민들의 확신은 점차 의구심으로 변해갔다.이주민들이 손에 쥔 돈이라고 해봤자 논과 밭 3.3㎡(1평)당 각각 2만5천원과 3만7천500원이 고작이었고, 개미눈물 같은 보상금이 전부였다. 건의사항이나 대책마련 목소리는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관련 법규 운운하며 자꾸 딴소리를 하는 관계당국을 보면서 무지몽매한 자신들을 한탄해야만 했다.

이주민들은 생계수단으로 영산강 3-II지구 66만㎡(20만평)의 간척지를 분양 매입할 수 있도록 요구했건만 임시 경작 대토로 유야무야 마무리 돼버렸다. 그마저도 한국관광공사나 해남군이 빠진 상태에서 한국농어촌공사가 해마다 이주민들의 자격요건 등을 운운하며 대토조차 허락할 수 없다고 입장을 변경, 천신만고 끝에 24만7천500㎡(7만5천평)에 대한 임대계약을 맺고 공동경작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해수욕장 배후부지에 조성하기로 한 지역특산품판매센터(일명 회센터)의 6천600㎡(2천평)분양과 관련해서도 한국관광공사는 개발 원가선에서 마을 공동으로 분양할 계획이라는 선언적 의미의 대책만 세웠을 뿐, 유구무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다 관광단지 개발 시 이주민 우선채용이라는 달콤한 명분을 내세워 이주민 달래기에만 앞장섰지만 개발은 언감생심이고 이주민 모두가 노인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이 또한 빛 좋은 개살구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렇게 또 피눈물 나는 시간 15년이 흘러갔다. 모질고 야속한 세월을 견디다 못해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난 이주민들도 줄잡아 40여명. 나머지 살아있는 이주민 70여명은 이제 개발이라는 말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고 했다. 당시 동네에서 가장 꽃다운 청춘이었던 30대 초반 젊은이들마저 황혼길로 접어든 60대 할아버지 할머니로 변해버렸다.

해남군 화원면 주광리와 화봉리 일대 주민들이 오시아노 관광단지 개발로 지난 2006년 12월까지 신주광마을로 이주한 마을 전경.

◆"대체농지도 회센터도 모두 거짓"

이들은 오로지 자신을 책망하고 후회하는 한숨만 내쉬며 정부와 관계당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멋들어진(?) 관광단지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지난한 기다림의 대가가 오직 늙고 병든 삭신뿐이라는 이주민들은 죽고 싶도록 한스럽다는 말로 지난 30년 세월의 아픔을 표현했다.

신주광마을로 이주한 최영봉(61)씨는 "오시아노 관광단지 개발은 국가가 지금까지 이주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과 진배없다"고 규정했다. 최씨는 당시 해남군수와 서남개발공사 지사장이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대체농지를 분양해주고 회센터도 운영할 수 있게끔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어떤 누가 그들이 얘기하는 걸 믿지 않을 수 있느냐. 못 배운 우리들서는 그들의 말이 곧 법이었다"며 "그러던 그들이 신주광마을로 이주한 후엔 어느 집 개가 짖느냐는 식이었고 알고 보니 모두 거짓이었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는 또 "한국관광공사가 그간 민간자본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 했다면 결과물이 있어야 할텐데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기껏해야 골프장밖에 더 있느냐. 그것도 현재 운영되는 27홀 가운데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9홀을 조성해준다는 조건으로 알토란 같은 광대한 토지(18홀)를 무상으로 줘버린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지난 30년 동안 실현 가능성도 없는 공문만 수 십차례 주거니 받거니 했을 뿐, 이주민들에게 어떻게 살아가느냐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넨 적이 없었고 대책마련은 커녕 건의사항조차 흔쾌히 수락하지 않았다"고 관계당국을 강도높게 성토했다. 그래서 최씨는 "이제 이주민들 사이에서는 관광단지 조성여부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말한 뒤 "이제라도 정부가 서둘러 개발할 수 없다면 땅을 되돌려 주던지, 생계유지를 위한 방책을 반드시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고광용(63)씨도 "한국관광공사측은 모두 보상을 해줬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당시 그 보상금으로는 인근 땅을 살 수 없는 형편없는 보상이었다"고 회고하면서 "지금이라도 8~9년 전쯤 이주민들과 생계대책의 일환으로 회센터 부지 2천평과 관련된 협상을 벌였던 그 수준에서 하루빨리 이에 대한 결론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고씨는 "먹고 살 방도가 막막하다 보니 최근에는 가족들과의 불화도 자주 발생하는 주민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빠른 시일 내에 이주민들을 위한 토론회나 설명회라도 개최해야 한다"고 관계당국의 방관과 무성의함을 질타했다.

주민 장영숙(72)씨는 "애당초 관광단지 개발이 이토록 힘든 여건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텐데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개발을 추진했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며 "만약 그냥 내버려뒀으면 늙은 말년에 여유는 없지만 청정바다에서 고기도 잡고 논밭을 가꾸면서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눈물을 훔쳤다.

정석균(73)이장은 여태까지 한국관광공사와 해남군이 이주민들에게 보낸 서류 보따리를 꺼내 보이면서 "어떻게 해당 기관들이 주민들을 현혹시켜 놓고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했다"며 "약속을 어긴 건 기관들이지 애꿎은 우리들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정 이장은 "30년을 기다리게 해놓고 이렇다할 입장표명이 없어 이제는 주민들과 협의해 조만간 한국관광공사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30년이 지난 오시아노 관광단지의 3.3㎡(1평)은 70~80만원으로 치솟아 있다. 지금까지도 못해왔던 민자유치가 계속 해를 넘긴다고 될 성 싶지 않다. 한국관광공사와 전남도, 해남군이 이주민들의 애끓는 목소리와 사연을 귀담아 듣고 바로 지금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때다.

김봉일기자 amazingreporter@srb.co.kr·해남=박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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