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웃음 사라진 전남대 히포크라테스 선서식

입력 2024.02.23. 15:51 한경국 기자
정 학장 "국민들 신뢰 얻지 못했다" 사과
정 원장 "조속히 환자곁으로 돌아와" 회유
23일 오전 동구 전남대병원 학동캠퍼스 의과대학 명학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72회 히포크라테스 선서식' 모습. 전남대 제공

"선배들이 사과합니다. 졸업생들에게 축하한다는 말보다 의료 현안을 제대로 대처 못해 미안합니다."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등 의료대란으로 번지고 있는 의정갈등 속에 전남대학교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식이 열렸다. 사실상 졸업식인 이날은 의대정원을 2천명 더 늘리기로 한 정부와의 마찰 탓에 공기는 무거웠다. 웃음소리는 없다시피했고, 대신에 정적만이 흘렀다.

23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 학동캠퍼스 의과대학 명학회관 대강당.

이날 의학과 예비졸업생 122명이 참석한 가운데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번째로 생각할 것을 맹세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식이 열렸다.

의사로서 시작을 알리는 날인 만큼 평소라면 가족이나 친구, 동기 등과 함께 학사모를 던지고 사진을 찍는 등 환호했겠지만, 졸업생들의 표정은 차분했고 행사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채로 진행됐다.

의대증원 정책 이후 발생한 전공의 집단 이탈, 의대생 동맹휴학 등 의료대란으로 치닫고 있는 갈등이 현장에서도 느껴졌다.

축사로 나선 정영도 전남대 의과대학장은 축하의 말보다 먼저 고개를 숙였다.

정 학장은 "기쁜 날이지만 무거운 마음으로 여러분들 앞에 섰다. 선배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했더라면 졸업생들이 이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의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며 "선배들이 의료 현안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해 미안하다. 후배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정신 전남대병원장이 23일 오전 동구 전남대병원 학동캠퍼스 의과대학 명학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72회 히포크라테스 선서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정신 전남대병원장은 "조속히 환자곁으로 돌아오라"고 당부하며 회유했다.

정 병원장은 "몸과 마음이 추운 시절이다. 의대정원 확대 정책과 관련해 상황이 무척이나 무거울 것 같다. 현재 병원은 비상진료체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속한 시일 내로 환자 곁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의사의 기본 덕목은 소통 능력이다. 환자와 보호자, 동료들과 소통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의사로서 사명감을 가져라. 의사는 '독고다이'가 아니다. 헌신적으로 환자와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졸업생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축하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더라.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빨리 타협점을 찾아 상황이 마무리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남대병원에 입사키로 했던 인턴 101명 중 85%가량인 86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임용 포기자 중 77명은 이날 오전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졸업생 등 전남대 의대 출신이다. 조선대병원에서 올해부터 임용돼 수련하기로 한 인턴 36명도 모두 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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