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부터 침체기 시작 체감
중국산 저가 공세·원조 논란까지
젊은세대 겨냥 신한복 트렌드 선도

■정인순 대한민국 한복 명장 인터뷰
중국의 한국문화 빼앗기가 날로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전통 의복인 한복 또한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복을 한푸에서 유래된 중국의 전통 의복이라 주장하는 등 수위를 넘나드는 역사왜곡이 심각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국내 한복 시장은 날이 갈수록 깊은 침체 수렁에 빠지고 있다. 경제난으로 인해 한복을 사는 사람도, 한복을 짓겠다는 사람도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
한복의 현재와 미래를 광주, 전남·북, 제주에서 유일한 대한민국 한복명장인 정인순(67) 명장으로부터 들어봤다.
-한복은 언제 시작했는가.
▲18살이던 1972년에 여성회관에서 한복 기초를 배운 것이 시작이다. 이후 직원이 10명 정도 있는, 당시에 큰 한복점이었던 대흥한복점에서 9년을 근무했다.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 열심히 배운 끝에 29살에 지금의 아리랑주단을 충장로5가에 문을 열었다.
-당시 한복 인기는 어땠는가.
▲직원이 10명일 정도면 얼마나 바빴는지 말 안해도 알 것이다. 한복을 지으려는 손님들이 참 많았다. 이후 내 가게를 차리고도 명절이면 열흘 밤낮을 잠도 못자고 만들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복에 대한 인기는 나쁘지 않았다.

-한복 시장의 침체는 언제부터인가. 현재 상황은 어떤가.
▲주변 한복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10여년 전부터 침체가 시작되는 것을 모두 몸으로 느꼈다. 우리 가게는 단골이 많아 그나마 버텼는데 5년 전부터는 확실히 침체기를 나 또한 느끼고 있다. 경제가 좋지 않다보니 한복을 사는 사람이 없어지고 시장이 침체되니 한복을 배우려는 사람도 없다. 한복 짓던 사람들도 투잡을 하거나 이직하는 상황이다.
-대여 시장과 온라인 판로 활성화로 활로를 찾는 것처럼 보이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한복 침체기의 원인 중 하나가 중국산 한복의 저가 공세와 대여 활성화다. 일단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저렴한 상품은 중국에서 대량으로 만든 한복이다. 한복은 거의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데 중국에서 대량으로 만드는 한복 가격을 따라가기 어렵다. 또 대여 시장으로 인해 한복 시장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복을 살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혼수로 한복을 짓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한복을 잘 입지 않다보니 혼수품목에서 많이 빠지는 추세다. 그렇다보니 많은 한복점들이 대여에 동참하고 있지만 대여 또한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최근 폐백을 생략하고 식후 손님 인사 때 신랑 신부가 양장을 입는 추세이다 보니 대여도 양가 어머니들만 하기 때문이다.
-침체기, 어떻게 타개해야할까.
▲한복 짓는 이들은 한복에 여러 시도를 해야할 것이다. 일단 한복이 대중화가 되어야 찾는 이들이 많아질 것인데 이는 한복 짓는 사람들의 끊임 없는 연구와 시도가 필요한 대목이다. 일상에서 입을 수 있으려면 활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디테일에 신경써야한다. 또 최신 트렌드를 배워 적용해야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다만 최근 신한복 만드는 젊은 세대가 생겨나고 있는데 이 친구들 또한 전통복식에 대한 공부가 잘 돼야한다. 이것이 없으면 양장일 수 밖에 없으니 기본을 바탕으로 변화를 줘야할 것이다.

-개인들의 역량 만으로도 타개가 가능할까.
▲물론 아니다. 한복을 대중화하는데에는 정부나 지자체의 뒷받침도 필요하다. 한복은 수작업하는 특성상 비용적 문제로 다양한 시도가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선투자가 필요한데 이를 뒷받침해준다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리라 본다. 또 젊은 세대가 한복을 어렵지 않게 여길 수 있는 문화상품도 필요하다. 전주만 가도 한옥마을을 배경으로 한복을 입고 사진 찍는 것이 젊은 세대에 유행이다. 이것이 바로 한복 시장의 부흥과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한복을 대중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광주 또한 예를 들자면 한복의 거리가 위치한 충장로 4가와 ACC를 비롯한 도심권이 멀지 않으니 이를 테마로 한 상품을 만들어볼 수도 있겠다. 한옥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아닌 현대 도심과 문화 기관을 배경으로 말이다.

-마지막으로 한복의 매력을 강조해본다면.
▲평면재단임에도 누가 입어도 아름다운 선이 나온다는 것이다. 평면재단은 각 사람에 맞춰 만들어지다보니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기도 하다. 곱고 아름다운 색상은 두말 할 것 없는 한복의 매력이다.
■정인순 명장은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좋아 바느질을 잘했단다. 18살에 한복을 시작, 당시 광주에서 가장 큰 한복집이었던 대흥한복점을 거쳐 1983년 아리랑주단을 열었다.
한복을 지으며 우연히 출토복 재현에 관심을 갖게 된 정 명장은 전통 복식 1인자인 故석주선 박사를 찾아 전통 복식에 대해 심도 있게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출토현장을 찾거나 문헌 등을 찾아 계속해서 공부를 이어간 그는 2013년부터 3년여간 무형문화재 침선장을 찾아 한복 공부를 계속해서 이어갔다.
이같은 노력에 정 명장은 2016년 무형문화재 제22호 침선장을 이수하고 2017년 광주광역시 공예명장에 이어 2019년 대한민국 한복 명장에 선정됐다. 2020년에는 소상공인으로는 드물게 대한민국철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최근에는 시대에 맞춰 신한복을 연구, 제작해 지난해부터 핸드메이드 플랫폼 아이디어스에 입점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광주 동구와 협업해 인턴을 도입해 젊은 세대에 한복을 가르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전통한복 수업을 열고 전문가 양성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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