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유학·인문학자·시민 참여
뜨거운 토론 이어지는 등 '열기'
서원 본래 기능 활성화 '주목'

지역 인문 예술의 중심이었던 서원. 지역 유학자들이 학문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장이었던 곳으로 다른 지역의 유명 유학자가 오면 지금의 '특강'처럼 수업을 듣기도 하고 서로 의견을 교류하며 유학을 꽃피운 장소였다. 뿐만 아니라 주민 교화, 도서출판, 지역의 선배 유학자를 기리는 제향의 기능을 하며 지역 문화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한국 서원의 역할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며 '탁월한 보편적 가치'로 평가 받았다. 지식인을 양성했고 지역 대표 성리학자를 기리며 그의 정신을 지역에 널리 전파했으며 지역사회 공론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철폐령과 일제강점기 등을 거친 오늘날의 서원 대부분은 고유의 기능을 거의 상실하고 제향의 기능만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몇 해째 다양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에 문을 활짝 열고 있는 월봉서원이 서원의 대표 기능인 강학을 최근 열어 눈길을 모은다. 호남 지역서는 최초의 강학으로 지역과 세대, 나이를 뛰어넘어 학문적 교류를 오랜 시간 이어온 고봉 기대승과 퇴계 이황처럼 도산서원과 함께 민, 관, 학이 협업해 대규모 강학을 열어 의미를 더한다.

지난 6~8일 월봉서원장과 도산서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병일 원장의 발의 아래 월봉서원에서 동계 서원 강학회가 열렸다.
강학회는 행주기씨 문헌공 종중이 주최하고 전남대 호남학연구원과 월봉서원 숭덕회, 광산구가 후원했으며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호남학당이 주관하는 등 민, 관, 학이 협력해 진행됐다.
이번 강학회는 월봉서원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서원의 고유 기능인 강학 기능을 되살려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에
강학은 함께 모여 학습하고 토론하는 것으로 이번 강학은 이전 방식 그대로를 적용해 하루 조강(아침), 주강(오후), 석강(저녁)으로 이뤄졌으며 강학을 주재하는 강장 6인, 공부할 책을 읽는 강독유사 6인, 논의를 이끄는 토론유사 6인으로 구성해 운영했다.
이 자리에는 이광호 국제퇴계학회장을 비롯해 경상권·전라권 유학·인문학 권위자 등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 등이 대거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등 조선시대 서원의 모습을 방불케했다.
참석을 원했으나 선착순에 들지 못한 참여하지 못한 이들은 광산구가 마련한 월봉서원 메타버스를 통해 강학을 듣기도 했다. 이번 강학에 참여한 이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대규모 강학을 근래 들어 찾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내용이 더해진 까닭이다. 이에 이번 강학을 연 월봉서원과 도산서원, 광산구 측은 대규모 강학을 정례화할 계획이다.
백옥연 광산구 문화재활용 전문위원은 "지난해 고봉 기대승 서세 450주년을 기념해 국회의원회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의 행사를 가졌는데 현대적으로 활용이 잘 되고 있는 월봉서원을 보고는 김병일 원장이 강학을 제안해 빠른 시간 안에 민, 관, 학이 서로 손 잡고 대규모 강학을 열 수 있게 됐다"며 "한국의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 때문인데 이를 계승하고 발굴해낸 것이 의미가 큰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강학은 월봉서원과 도산서원이 조선시대 기대승과 이황이 그랬던 것처럼 지역을 넘어 서로 문화적 교류를 할 수 있었다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며 "정례화 이야기가 오고 가는 한편 타 지역의 한 공공기관이 직원 워크숍으로 강학을 열고 싶다 요청하는 등 이번 강학이 서원의 다양한 역할을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는 마중물이 돼 기쁘다. 앞으로도 서원을 현대적으로 활용해 많은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월봉서원은 퇴계 이황과 사단칠정을 논했던 조선 중기 유학자 고봉 기대승을 기리기 위한 서원이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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