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 운동가·지식인 모습 조명
정송규 기획, 손주 수경·병하 참여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목 중 하나가 바로 오지호 화백이다. 화순 출신으로 동경미술학교에서 그림을 공부한 오 화백은 대한민국 최초의 인상주의 화가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이렇듯 화가로서의 오지호는 잘 알려져있지만 그의 지사적 삶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도 사실. 이에 호남인으로서 항상 긍지를 갖고 민족주의적 사회활동에 참여해온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자리가 마련될 예정으로 눈길을 모은다.
10일 오전 11시 무등현대미술관 2층에서 열리는 오지호 선생 구술 좌담회가 바로 그것.
이번 좌담회는 지역 대표 원로 화가인 정송규 무등현대미술관 관장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2022 광주광역시 문화예술상' 오지호 미술상 본상을 수상하게 된 정 관장이 오지호 화백의 손자 오병하 카이스트 교수로부터 축하를 받으면서다.
정송규 관장은 "상을 받으며 다시 한 번 오지호 선생의 정신에 대해 생각하게 됐는데 마침 손자인 오병하 교수에게서 축하한다는 전화가 왔다"며 "식사를 사러 광주로 내려온다기에 '밥 먹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오지호 선생의 화가 이면의 삶에 대해 조명해보는 계기를 마련해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정 관장은 오 화백의 작품 세계에 대한 연구에 비해 그의 민족주의 운동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활발하지 않아 안타까움을 갖고 있었단다. 어릴 적 만났던 오 화백의 이야기들이 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깊숙한 곳에서 자리하고 있음에 연유한다.
정 관장이 본격적으로 미술 공부를 시작한 고등학교 1학년 시절, 그때 스승이 바로 오 화백의 아들인 오승우 화가다. 주말이면 정 관장이 속했던 미술부원들은 선생님을 따라 지산동을 찾아갔고 그곳에선 항상 오 화백이 이들을 반기며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정 관장은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호남인들이 그렇게 무시 받을 때였는데 '호남 사람들이 머리가 좋다. 빛을 볼 때가 있을 것이다'는 말이다"며 "그게 참 희망이 됐다. 나는 호남학의 뿌리, 광주정신의 뿌리가 바로 오지호 선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관장의 기억에 따르면 오 화백은 어떤 행사에서든 빛이었다. 체구는 작아도 반짝이는 눈빛과 열정이 주변을 집중시키는 분위기가 있었단다. 그가 나타나면 모든 언론도 주목했다고. 오 화백은 그런 점을 활용해 젊은 화가들의 전시장을 다 찾아갈 정도로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컸단다.
정 관장은 이날 좌담회에서 그 시절 자신이 보고 들은 오 화백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의 지사적 삶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오 화백의 손자인 오병하 교수 내외, 손녀인 오수경 작가도 참석해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정 관장은 "가진 것 하나 없이 언제나 당당했던 청렴한 지식인의 삶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시작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동안 우리 지역의 어른을 소홀히 하지 않았나 아쉽다"며 "창씨개명 반대나 전쟁기록화 제작 거부, 국한문혼용운동 등 지사적 삶을 살아온 그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삶으로부터 오는 교훈 등을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긴 시간 연구한 것을 공유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오 화백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히 구술할 수 있는 시간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우리 세대가 사라지면 이제는 오지호 화백에 대해 연구할 자료들이 더욱 사라지게 돼 여러가지로 시급히 서둘러야한다는 생각이다"며 "이번 자리가 선생의 지식인적 삶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시작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좌담회에는 오 화백의 직계 후손인 오병하 교수 내외, 오수경 작가 뿐만 아니라 광주시 관계자, 지역 미술계 인사 등이 참여한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