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여성가족재단 지역여성사
아카이빙 결과물 바탕 개발
서서평·조아라 등 여성 인물
알리고 주체적 활동상 부각
익숙한 관광지 양림동 일대
새로운 해석 '또다른 재미'
"서서평 선교사가 남기고 간 물건은 담요 한 장, 동전 7전 그리고 강냉이 두홉이었다고 합니다. '성공이 아니라 섬김이다'를 좌우명으로 여성 교육과 한센인, 빈민 구제에 힘쓴 분이었기에 남긴 물건마저 소박한데요. 이 '두홉길'이란 이름 또한 서서평 선교사가 남긴 강냉이 두 홉이 상징하는 바를 담았습니다."
9일 직접 가본 광주여성사체험로드 '광주여성두홉길'은 양림동과 근대 광주 여성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광주여성두홉길은 광주여성가족재단이 개발, 운영하는 체험길이다. 지난 2019년부터 지역 여성사를 발굴하고 아카이빙 해온 광주여성가족재단은 이 결과물을 시민들과 보다 쉽고 재밌게 공유하기 위해 이번 체험길을 개발했다. 모델은 대구의 반지길 투어로 근대 여성들의 진취적 모습을 담아냈다. 이와 함께 보통의 투어에서 쓰이는 해설 용어를 보다 성평등한 용어로 바꾸고, 익숙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여성사적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코스는 총 2개. 1코스는 광주여성근대교육의 역사적 흔적과 진취적 광주여성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두홉길', 2코스는 나라의 독립에 주체적으로 참여한 광주여성독립운동 '백단심길'이다.
이날 돌아본 코스는 '두홉길'. 서서평길의 서서평 벽화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센인과 빈민들의 인권 구제를 위해 힘쓴 서서평의 주체적 활동상이나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다. 그간 헌신과 희생이란 단어 아래 자애로운 전통적 여성상으로 부각된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지점이다. 이름 없는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일학교를 세운 그의 이야기를 끝으로 발걸음은 광주의 대표적 여성 독립운동가이자 민주화의 어머니로 불리는 조아라 기념관으로 이어진다. 신사참배 거부, 학생독립운동 비밀단체 백청단 연루 등으로 두 번의 옥고를 치룬 그는 80년 5월 다시 한번 민주화운동에 투신, 투옥되기도 한 인물이다. 남성 인물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는 학생독립운동이나 5·18민주화운동 속 여성들의 활동상을 주목하게 한다.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 등 이전 선교사 사택을 빙 둘러 언덕에서는 수피아여고가 내려다 보인다. 1908년 개교한 수피아여고는 여학생에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세워진 학교로 여러차례 항일독립운동에 재학생들이 참여하는 등 광주 근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수피아여고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는 허철선, 허마리아 선교사 사택이 자리한다. 커다란 은행 나무가 반기는 이 사택은 80년 5월과 뗄 수 없는 공간으로 계엄군에 쫓기고 있는 시민들이 이들 사택 다락에 숨어 목숨을 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허철선 선교사는 기독병원 원목으로 있으며 계엄군의 총칼에 다친 시민들의 엑스레이와 그들의 몸에서 나온 M16 총탄 등을 보관했다가 미국 대사관에 보내 5·18의 진상을 알리는데 역할했다. 그의 부인인 허마리아 선교사는 기자 출신으로 80년 5월의 진상을 담은 글을 남장로교 신문에 기고해 전세계에 이날의 진실을 전파한 인물.
이 밖에도 이어지는 코스들은 익숙했던 공간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고 또다른 이야기를 발굴해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이번 체험길은 이달부터 양성과정을 거친 17명의 해설사와 시범 운영을 거쳐 미비점을 보완, 내년부터는 양림동에서부터 계림동까지 이어지는 '광주학생독립운동길'을 더해 3개의 코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김경례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해설 시나리오 또한 최종적으로 여성학자에 검토 받아 용어 사용이나 이야기 내용을 성평등하게 꾸렸다"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들의 모습이나 이야기 등을 통해 보다 주체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친 이들의 모습을 전달하고 또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 속 여성의 이야기를 전달하려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체험길 신청은 광주여성가족재단으로 희망 날짜 5일전까지 하면 된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국립나주박물관, 수어 영상 제공 전시실에 준비된 QR코드 안내문을 통해 전시 수어 해설 영상을 이용할 수 있다. 국립나주박물관이 무장벽(배리어 프리) 관람 환경을 조성하고 나섰다.국립나주박물관이 어린이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을 위한 전시 수어 해설 영상을 제작했다.이 영상은 관람객 누구나 어린이박물관 관람을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음성과 수어를 동시에 제공한다. 수어 해설은 청각장애인 수어해설사가 직접 설명해 수어 해설의 정확도를 높였다.영상은 '문화재를 지키는 박물관 사람들'이라는 전시 주제에 따라 고고학자, 소장품관리자, 보존과학자, 전시기획자, 교육연구사 등 박물관 학예연구사의 다양한 역할과 각 전시 공간의 체험 방법을 소개한다.영상 이용은 각 전시 공간에 배치한 QR코드를 통해 개인 휴대전화로 가능하다. 또 국립나주박물관 누리집과 유튜브 채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김상태 국립나주박물관 관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넘어 장벽 없이 누구나 전시를 즐길 수 있는 전시 감상 콘텐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박물관 전시 관람에 불편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 · 국립광주박물관, 아시아 도자 문화 이끈다
- · 무등미술대전 내달 1일 작품접수
- · 오월예술에 활력과 지속가능성을
- · "지역민 일상과 역사 함께 한 존재로 소중"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