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윤석열차의 표절 검증, 그리고 창작

입력 2022.10.10. 17:00 이관우 기자

■김경수의 미디어리터러시

최근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수상작 '윤석열차'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보리스 존슨 열차'(이하 보리스열차)를 그린 스티브 브라이트 작가는 "표절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문체부는 표절 시 수상을 취소하겠다고 했고, 무분별한 표절 시비는 끊이지 않고 있다.

표절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작품의 일부를 몰래 따다 쓰는 것'이다. 현재 논문 표절은 '유사도 검사'라는 분석 시스템을 통해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차와 같은 시각적 창작물의 경우 검증할 기준안이 없다. 그러나 어떤 학문이든 있는 그대로를 '분석'하면 검증할 수 있다. 분석이란 '나눌 분(分)' 자에 '쪼갤 석(析)' 자처럼 나누고 쪼개서 비교하는 것이다. 이미지를 분석하는 방법은 이미지의 형식을 비교분석하는 '형식분석법(Form Analysis)'과 이미지의 내용을 비교분석하는 '내용분석법(Content Analysis)'이 있다.

참고로 2019년 영국 보리스 총리와 최근 한국 대통령의 내용은 관련이 없기에 본 검증에서는 '형식분석법' 위주로 검증한다. 이미지의 형식분석법은 '캐릭터'와 '배경', 그리고 '구도와 기법' 등으로 나누어지고, 캐릭터는 다시 '메인'과 '서브', '엑스트라' 등으로 구분된다.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보리스열차의 메인 캐릭터는 '토마스와 친구들'의 주인공 '토마스 기관차'의 둥근 얼굴을 보리스 존슨의 얼굴로 대입했고, 윤석열차는 윤석열 대통령 얼굴로 대입했다. 이와 같은 대입을 '패러디(Parody)'라고 한다. 또한 보리스열차는 석탄을 실은 화물용이고, 윤석열차는 사람을 태운 여객용으로 기차의 용도가 다르다. 기차의 앞부분과 바퀴 형태, 연통의 위치도 각각 다르다.

서브 캐릭터를 살펴보자. 보리스열차에는 트럼프와 그의 책사 로저스톤이 화물칸 위에서 석탄을 넣고 있다. 윤석열차는 조정석에 영부인이 있고, 객실의 창문 밖에 검사들이 칼을 들고 있다.

엑스트라 캐릭터에서 보리스열차는 보리스와 경쟁한 정치인들(리시 수낙, 사지드 자비드, 마이클 고브)이 기차의 좌우와 앞쪽으로 튕겨 나가는 구도이지만, 윤석열차는 4인 가족이 기차 앞쪽으로 도망가는 모습이다.

보리스열차가 철길을 탈선하는 모습 역시 윤석열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두 작품의 배경을 비교해 보자. 보리스열차의 배경은 초록색 초원만 보인다. 반면 윤석열차의 배경은 왼쪽에 나무가 있고, 맨 뒤쪽에 용산청사 등이 파괴되는 모습이 보인다. 우측 하단에 작품명이 있고 윤석열차 끝에 느낌표 형태로 구두 자국을 넣었다. 고3 작가의 섬세함과 창의성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이와 같은 비교분석 결과, 윤석열차는 토마스 기관차의 패러디 기법, 2점 투시도와 전체 비율이 비슷한 점 이외에 표절 요소를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재창작' 작품이 확실하다. 이는 스티브 브라이트 작가의 의견과 일치한다. "증기기관차가 유사할 뿐, 절대 표절이 아니다. 오히려 뛰어난 기술을 칭찬해야 한다".

주목할 점은 저작권법 제5조 "원저작물을 변형·각색·영상제작 등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이다. 원저작물을 활용하더라도 창의적 개성이 추가되면 '2차적 저작물'로 인정된다. 예컨대 기차를 모티브로 한 애니메이션 '꼬마기차 띠띠뽀', '기차로봇 트레인', '델타 트레인' 등이 이에 해당된다.

윤설열차가 '표절'이라면 위의 사례와 구글 검색을 통한 수많은 카툰들도 표절일 것이다. 혹여 또 다른 논란거리가 있다면 '이미지 비교분석법'으로 검증하기를 제안한다.

'초록색 신호등'을 '파랑색 신호등'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초록색도 종류가 다양하다. 12색 물감도 있지만, 전문가용 96색 물감도 있다. RGB 칼라의 수는 1천677만7천216 가지이다. 창작이란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의 다채로운 빛과 같은 것이다.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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