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환경·성평등·인문학 도서 가득
대형 서점서 보기 힘든 책 '눈길'
차 한잔 여유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다양한 독서 문화 프로그램 '호응'
동명동을 지나 푸른길을 따라 산수도서관 방향으로 걷다보면 옹기종기한 주택 사이,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포인트를 준 작은 책방 하나가 눈에 띈다. 주택을 개조해 만든 책방이라 그런지 따스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곳은 올해 3월 문을 연 산수책방 꽃이피다(이하 산수책방)이다. 책과 차를 함께 팔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마을 사랑방 같은 느낌을 준다.
책방지기는 지역에서 오랜시간 노동운동가로 활동했던 김미순씨다. 대학을 졸업하고 줄곧 노동운동 현장에 있다가 1995년 민노총 설립 당시 지역본부를 함께 만들고 초대 교육선전국장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법률 교육, 상담의 역할 등을 해오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법률 상담이나 자신의 권리를 구제 받을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민노총을 나와 2010년 비영리단체 노동자교육센터를 설립했다. 여전히 작은 노동조합이나 노조를 갖지 못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던 그는 센터 설립 10년이 지날 무렵 '정체돼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세대는 바뀌어가고 시대와 트렌드에 맞는 교육이 필요한데 센터를 이끌어오고 있는 자신은 이미 그것을 할 수 없는 나이가 됐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김미순 산수책방 대표는 "더이상 한계라고 느껴져 센터를 해산했고 내가 뭔가를 시작한다면 이것과 연결된 것을 해야겠다 생각했다"며 "동네에서 이런 것들을 하고 싶었는데 책방이 그것에 적합해보였다. 좋은 책을 나누고 같이 읽고 토론하는 공간으로 말이다"고 말했다.
책방을 결심한 김 대표에게 가장 어려웠던 것은 공간 선정이었다. 1층은 세가 비싸 2~3층으로 알아보자니 누구나 쉽게 드나들기 어려웠다. 또 네모 각진 공간은 동네 사랑방으로는 적합해보이지 않았다. 공간을 고민하던 그는 어느날 우연히 푸른길을 걷다 지금의 책방 건물을 마주하게 됐다. 주택을 개조해 파스타집으로 이용되다 폐업하고 6개월 동안 비어있던 공간이었다.
그는 "우연히 푸른길을 걷다 이 건물을 발견했는데 햇살이 이 집만 비치는 것 같더라. 너무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며 "큰 도로에 접해 삭막한 느낌도 아니었고 정말 동네에 있는 느낌이었다. 어떤 공간을 봐도 이곳만 생각나더라"고 떠올렸다.
책방은 서점과 찻집을 겸한다. 공간은 판매하는 책으로 채워진 서가와 누구나 머물며 차 한잔 마시다 갈 수 있는 테이블로 채워졌다.
책방에 놓인 1천500권 정도의 책은 노동과 환경, 성평등 도서와 인문 도서로 채워졌다. 주변 전문가 추천과 책방지기가 직접 보고 선별한 책들이다. 특히 산수책방 도서의 중심이 되는 노동, 환경, 성평등 도서는 대형 서점에서는 '팔리지' 않아 비치되지 않은 책들도 찾아볼 수 있다. '이곳에서 책을 사지 않더라도 실제로 내용을 봐야 어떤 책인지 알 수 있기에 가져다놨다'는 것이 책방지기의 설명이다. 이 주제들에 대한 도서는 책방지기의 추천도 받을 수 있다.
산수책방의 특별함은 다양한 도서, 독서 관련 프로그램이다. 이 덕인지 구도심에 자리한 작은 책방이지만 문을 연지 1년도 되지 않아 책 애호가들이라면 한번쯤 발걸음한 곳으로 자리잡았다.
이화경, 문요한 작가 등 와 함께 하는 북토크나 펀그린 작가 책그림전시, 시와 음악이 흐르는 가을밤 콘서트, 세상에서 하나 뿐인 엄마 그림책 만들기, 환경도서 낭독회, 인문학 강좌 등 다양한 주제의,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열어 다양한 이들이 독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함께 책방에서 김남일 소설가를 초청, '아시아문학상 수상작 깊이 읽기' 시간을 갖기도 했다. 기후환경과 성평등을 주제로 한 독서동아리도 운영하며 서로 책을 나누고 토론하는 사랑방으로도 역할하고 있다.
내년에는 더욱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리란 계획이다.
김 대표는 "책만 보는 공간이 아닌 동네 문화사랑방이 됐으면 한다"며 "내년에는 청년들과 세대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만들어보고 싶고 생활 속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용품들도 판매하며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전했다.
산수책방 꽃이피네는 동구 동명로69번길 28에 위치하며 월요일은 쉰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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