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종 박사의 고고학 산책]<24>담양 제월리의 백제고분

입력 2021.06.15. 18:05 김혜진 기자
제월리 6호분 출토 동경(좌;주문경, 우;변형신수경),

영산강 상류의 최고 권력자들!

'담양출토의 삼국시대 동경 2면'. 1964년 한국 고고학의 선구자인 삼불 김원룡 교수가 이상백 박사의 회갑기념논총으로 제출한 글의 제목이다. 그는 전라남도 담양군 봉산면 제월리의 백제고분에서 출토된 유물 가운데 백동제 동경(銅鏡) 2점을 이렇게 보고하였다.

봉산면 제월리는 조선시대 호남제일의 가단(歌壇)을 형성한 송순(宋純) 선생이 자신의 호를 따 세운 면앙정이라는 정자가 있는 곳이다. 이 면앙정에서 바라보면 제월리의 백제고분은 북동쪽이며 표고 20m 정도의 구릉에 위치한다. 유적의 전면에는 영산강 지류인 오례천(옛 대교천)이 흐르고 비옥한 평야가 펼쳐진다. 한마디로 광활한 들녘을 안고 있는 형세이다.

1959년 이곳 제월리 출신의 향토사학자인 양회채 선생은 이 구릉에서 다량의 석기류를 채집하였다고 한다. 같은 해 그가 전남대학교 박물관에 제출한 청동기시대 석기류 67점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석기들은 단순 석재들이 섞여 있음은 물론, 재질이나 형식, 시기 등이 서로 맞지 않아 여러 지역에서 채집된 것처럼 보인다. 또한 양회채 선생은 제월리에 위치한 파괴된 고분의 존재를 전남대 측에 제보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1959년 5월, 제월리고분의 조사가 시작되었다.

제월리 6호분 출토 철제 무기류와 마구

조사자는 전남대학교 박물관의 김창호 관장이었으며 그는 12일 동안 백제고분 4기와 고려시대 고분 2기를 수습하였다.

이 가운데 김원룡 교수가 보고한 동경 2점이 출토된 고분은 6호분이다. 6호분에서는 동경 뿐 아니라 철검과 철창 등 무기류, 개배와 평저단경호 등의 토기류, 금제 귀걸이와 반지·곱은옥·유리구슬 등의 장신구류, 그리고 등자(橙子, 발걸이)와 같은 마구를 포함하여 전체 22점의 유물이 발견되었다.

5호분에서는 금동제 귀걸이와 다량의 유리구슬이 출토되었다. 6세기 전반경의 이 두 고분은 유물의 특성에 따라 각각 장군총(6호분)과 부인총(5호분)으로 부르기도 한다.

제월리 6호분 출토 평저단경호와 개배류

김원룡 교수는 김창호 관장의 보고문에도 불구하고 제보자인 양회채 선생이 직접 6호분의 유물을 채집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발굴허가와 관련된 진행과정이야 이미 지적된 바 있거니와 당시 향토사학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격려하려는 사정이 고려된 것일 수도 있다.

어떻든 이 고분은 동경과 토기류, 철제무기 및 마구, 장신구 등 출토된 다양한 유물의 수량이나 종류별 조성내용에서 화려하고 탁월한 면모를 보인다. 특히 해방과 전쟁기를 거치는 동안 우리 손으로 전개되는 고고학연구나 발굴조사가 국립박물관에 불과하던 시절에 호남지역 최초로 시행된 조사성과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같은 해 6월, 제월리의 조사내용은 중앙 일간지에 크게 보도되었다. 신문은 '담양서 발굴한 보물'이란 부제 아래 채집품과 고분출토품을 구분하여 상세히 소개하고 조사자의 담화와 함께 '노다지'보물이라고 적었다.

제월리 6호분의 유물출토상태 도면(1959년, 전남대학교박물관)

그 뒤 제월리고분에 대해서는 1976년, 전남대학교의 최몽룡 교수가 김창호 관장의 약보고를 토대로 보고하였고, 2021년 조진선교수는 전남대박물관에 소장된 1957~1959년 문서자료를 해제하면서 제월리고분의 공문서를 근거로 최몽룡의 보고문 및 유물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였다. 그의 글에는 구체적으로 유물의 소재와 공반관계 및 이동사항이 지적되었다. 초기의 보고에 없던 말재갈이 언제쯤 이들 유물에 포함되었는지도 꼼꼼하게 추적하였다.

한편, 제월리고분 6호분에서 출토된 토기를 비롯한 유물의 조합상은 백제계와 왜계를 망라한다. 특히 동경 2면(점)은 이미 김원룡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주문경(珠文鏡)과 변형 육수경(六獸鏡)으로 왜계의 방제경(倣製鏡)들이다. 이 거울들은 일본에서 수입되어 고분 축조와 함께 공헌물로 매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선사와 고대사회에서 거울은 이른바 신과 소통하는 제사장(祭司長)의 특급 소지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원전 5세기경 청동기시대 후기에서 초기철기시대에 걸쳐 크게 유행하다가 기원 전후가 되면 중국의 한경(漢鏡) 또는 그것을 모방하여 만든 거울(방제경)로 대체된다. 이후 삼국시대에는 주로 일본에서 제작된 방제경이 수입되는 경향이 있다. 주문경은 둥근 점이 돌출된 문양의 것이고 육수경은 6마리의 동물문양이 새겨진 거울을 말하며, 중앙에는 끈을 꿰어 걸기 위한 1개의 거울걸이가 위치한다.

전자는 경주 금령총과 산청 생초고분(9호), 해남 조산고분, 광주 쌍암고분 등지에서 출토되었고 후자는 진주 중안동고분, 경주 황오동고분의 유물들이 있다. 이들 거울이 출토된 무덤은 적석목곽분, 가야계 석곽, 횡혈식석실 등 구조를 보이지만, 2점의 거울이 발견된 제월리고분의 무덤형태는 아직 모호하다. 백제고분 4기를 조사한 보고내용을 신뢰한다면 단독으로 존재하는 횡혈식석실을 가진 원형분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른바 위석묘는 더욱 논거가 빈약하다. 그렇다면 여전히 석곽이거나 석곽형 석실 가능성은 남아 있다. 추후 정식의 발굴조사를 기다려 볼 일이다.

영산강 최상류의 담양평야를 아우르는 제월리 6호분의 주인공은 어떤 사람일까? 고분에서 출토된 길이 81㎝의 철제 대도를 비롯한 무기류와 마구 등은 주인공의 무장(武將)적 성격을 나타내며, 특히 2점의 동경은 그가 국제적인 교류시각을 가졌음을 암시한다. 예컨대 영산강 상류의 최고 권력자를 상징하는 자료들이다.

담양지역은 내륙지역인 섬진강유역권의 가야, 그리고 영산강의 수로를 통해 백제와 왜 등 해양으로 연결되는 점이지대이다.

내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거점(據點), 이 사실은 이미 담양 대전면의 서옥고분에서 출토된 유물에서 알 수 있듯이 6세기를 전후하여 강화된 가야와 백제, 그리고 왜를 연결하는 문화교류가 이를 반증한다. 1500년 전, 담양은 국제적 네트워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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