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⑭] 일곡마을

입력 2021.05.13. 19:20 김혜진 기자
플로팅6(Floating6)는 이름처럼 원형기둥을 의지해 공중에 공간이 떠있다.

좁고 구불구불한 옛 마을 돌아보니 포근함이 다가선다


광주광역시 북구의 끝자락 일곡지구에 발을 들인지 10여년이 되어 간다. 지구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한적한 주거를 영위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장소인 듯하다. 가볍게 등산할 수 있는 한새봉과 도심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생태 개구리논이 마을의 북쪽과 서쪽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항상 청량한 공기를 내어주는 곳이다. 필자는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봄볕이 따뜻한 주말이나 시원한 저녁 바람이 살랑이는 초여름이면 일곡마을을 산책한다. 이곳을 걷고 있노라면 벌레 소리, 향긋한 꽃과 풀 내음, 시간의 흐름만큼 자라난 나무들 사이에서 즐기는 초록의 풍성함이 지친 도심의 일상 속에 쉼을 주는 큰 위로와 기분 좋은 여유로움으로 다가온다.

거주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도록 만든 내부 지향적 구조를 가져 지나는 사람에게 호기심을 주는 혜로헌.

일곡지구는 동쪽으로는 아파트단지를, 서쪽으로는 음식문화 특화거리를 축으로 도로 이면에 단독주택지를 조성했다. 중앙부분은 기존 마을의 이름을 따서 일곡마을로라는 도로명을, 마을 주변 논과 밭은 새롭게 택지를 조성해 일곡택지로라고 도로명을 부여했다. 반듯하고 정리된 택지의 도로와 달리 좁고 구불구불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기존의 마을을 돌아볼 때면 또 다른 아늑함과 포근함을 느끼게 된다.

택지를 조성한지 25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과 더불어 단독주택지에는 저마다의 이유 있는 모습으로 건물들이 채워졌다. 길을 걷다 마주친 들꽃처럼 그 수 많은 건물들 속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유심히 들여다 보게 만드는 얼굴들이 있다.

아늑함과 따뜻함을 주는 음식특화거리의 돌담과 큰 나무

먼저 주택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고 노출콘크리트의 담과 대문만이 보이는, 2005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수상을 한 김효만 건축가의 작품 혜로헌이 있다. 언뜻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대문의 문살사이로 보이는 골목길 같은 진입로와 지상 3층 규모의 주택은 집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도록 만든 내부 지향적인 구조를 보여주며 지나가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을 갖게 한다.

혜로헌에서 50m정도 올라가다 보면 최경양 건축가의 작품인 버드하우스가 눈에 들어온다. 2012년 광주광역시 건축상을 받은 지하 1층, 지상 3층의 단독주택이다. 버드하우스는 주변에서 바라보기에 존재감을 느끼게 만드는 지붕이 마치 새가 날개짓하는 형상과 흡사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정면에서 캔티레버를 받치고 있는 2개의 원형철골기둥의 조형과 정원에 놓인 수석, 공예품들이 멋스럽게 어우러진 주택으로 거주하는 이의 취미를 가늠케 한다.

특화거리 끝자락에 위치한 임태형 건축가의 Floating 6는 저장고가 잔디밭 언덕 아래 숨어있을 것 같은 흡사 미술관과 같은 느낌을 주는 주택이다. 이름에서 주는 이미지처럼 원형기둥을 의지해 공중에 떠 있는 매스 속의 투명한 스킨은 일곡마을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풍경을 오롯이 담아 내부에 풍요로움을 선물해 줄 것 같은 주택이다.

Floating6를 작업한 임태형 건축가의 두 번째 일곡동 주택. 차분하고 절제된 형태, 단아한 느낌이 돋보인다.

Floating 6를 지나 모퉁이를 돌아 나오면 2020년 광주광역시상을 받은 주택이 있는데 바로 임태형 건축가가 일곡동에 작업한 두번째 주택이다. 첫 번째 주택인 Floating 6와는 다르게 차분하고 절제된 형태로 각각의 다른 재료들이 만나는 부분이 섬세하다. 주차장을 통한 식재 한그루와 배경이 된 벽돌벽의 조화가 단아한 느낌을 주는 주택이다.

택지의 남쪽으로 걷다 보면 한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외장 재료인 노출콘크리트 회색빛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청월재가 나온다. 강필서 건축가의 작품으로 주변 흐름을 해치지 않으며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으로 자리한다. 언제 걸어도 잘 정돈된 잔디밭을 사이에 두고 본동과 별동으로 배치돼 있는데 잔디밭 한 쪽에 자리한 오래된 소나무가 이 집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듯하다.

택지로를 돌아 기존의 마을들이 자리한 곳으로 접어들면 초입에 1층에는 사무소, 2층과 3층에는 주택이 담겨있는 붉은색 벽돌의 소박한 사계절프로젝트의 사옥이 있다. 작은 대지지만 외부공간을 계획한 배려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속에서 건축가가 의도한 최소한의 소통의 표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변 흐름을 해치지 않고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의 청월재.

마을 안쪽으로 좀 더 걷다 보면 숨겨진 주택이 한 채 있는데 기존의 흰색 스타코에서 어느새 회색으로 옷을 바꾸어 입은 김창균 건축가의 작품이다. 작은 도로에서는 각기 크기가 다른 창만이 보이는 주택이다.

도로보다 낮은 대지에 자그마한 정원을 향해 열려있는 거실과 부엌 창을 통해서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지만 행복이 느껴지는 주택이다.

이렇듯 기존 옛 마을의 흔적들이 아직 남아있는 마을로는 미로 같지만 걷다 보면 발견하는 소소한 풍경들로 걷는 이들에게 미소를 짓게 하는 매력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와 거리두기가 보편화된 요즈음 아파트로 넘쳐나는 도시 풍경 속에서 우리네 일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야 할지, 일곡마을을 걸으며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정선 엘에이앤(LAN) 건축사사무소 대표

김정선 건축사는

목포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류가람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경력을 쌓은후 2016년부터 엘에이앤(LAN)건축사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네트워크를 이루며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작업으로는 농성동 주간보호센터, 장성주택, 2019년 광주 건축상 주거부분 은상을 수상한 녹원재 등이 있으며 광주광역시교육청 학교 공간혁신촉진자 활동을 통해 학교공간의 리모델링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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