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5월 광주 잔혹사 생생하게
진압군 후유증·학살 주범 단죄
가려졌던 진실 하나둘 스크린에
시민들 아픔도 다양하게 그려내
12일 개봉한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는 가해자의 반성과 진정성 있는 사과, 고백을 통해 서로 화합해 미래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동안 80년 5월 광주의 아픔에 집중해왔던 것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그동안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들은 어떤 메시지를 던져왔을까. 상업장편 영화를 중심으로 메시지 변천사에 대해 살펴본다.
'오월영화'의 시작은 1996년 개봉한 '꽃잎'이다. 80년 5월 광주, 시위 현장에서 오빠가 죽었다는 이야기에 금남로로 나선 어머니를 따라나간 소녀. 계엄군의 총을 맞고 죽어가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달아나다 암매장까지 당할 뻔 했으나 가까스로 빠져나온 소녀의 이야기다. 그동안 광주 내에서만 회자됐던 80년 광주의 잔혹함을 그대로 담아내 당시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잔상을 남겼다.
이어 2000년 개봉한 영화 '박하사탕'은 80년 5월의 가해자의 삶에 대해 다뤘다. 남들처럼 결혼도 하고 아파트에 살며 아이도 가졌던 한 40대 남자의 이야기로 결국 실패한 인생을 살다 철교 위에서 최후를 맞이한다.
이 남자는 80년 광주에서는 진압군으로, 또 같은 시대 노조 탄압 공안경찰로 시대의 가해자로 살아왔다. 결국 그런 그가 불행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가해자도 결국 시대의 피해자였음을 보여주는 진일보적 메시지를 던졌다.
김상경, 이요원, 안성기 주연의 '화려한 휴가'는 2007년 관객들을 만났다. '화려한 휴가'는 당시 광주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공수부대가 사용한 작전명이다.
80년 5월 당시의 참상을 평범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담아냈다. 이를 통해 5·18은 한 명의 영웅이 아닌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함께 한 민주화운동이며, 가까웃 이웃들의 아픈 이야기임을 전한다.
영화 '26년'은 강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2012년 개봉했다.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2세인 세 사람이 모여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직접 단죄하는 내용이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인해 지금까지 폄훼와 왜곡으로 두 번의 아픔을 겪고 있는 80년 5월 희생자 가족과 피해자들을 대변한다.
2017년 개봉해 1천만 관객을 모은 영화 '택시운전사'. 민주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봉쇄된 광주로 들어가 시위 현장 곳곳을 택시로 돌아다니는 택시운전사 김사복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그날의 참상은 물론 대동정신으로 똘똘 뭉친 시민들, 언론 장악으로 철저히 고립된 광주 등의 모습을 담아냈다. 이를 통해 그날 광주의 아픔을, 외로움을 전한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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