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미술관 가보니] 기적 소리 끊긴 구도심, 문화예술 전진 기지로

입력 2021.04.12. 17:55 김혜진 기자
관람 않더라도 편히 쉴 수 있는
앞마당·선큰가든 등 쉼터 조성
6m 높이 쾌적한 전시 공간 '일품'
과거-현재-미래 관통하는 개관전
폐창고 개조한 광양예술창고로
구도심 문화예술지구 조성 '기대'
6m 높이의 전시 공간은 대작이 여러점 걸려도 답답함을 주지 않고 공간의 장점을 부각시킨다.

봄 기운이 완연해진 지난 5일, 광주에서 차로 한 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광양버스터미널. 낮은 건물들이 줄지은 곳 끝자락에 위치한 터미널에서 나와보니 한쪽 벽면이 통유리로 만들어져 현대적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이 왼편으로 보인다. 터미널에서 걸어서 5분도 채되지 않는 곳에 자리한 이 건물은 전남도립미술관. 지난달 23일 개관했다.

도립미술관이 들어선 자리는 옛 광양역 부지다. 버스터미널과 기차역을 모두 끼고 있던 광양읍의 번성기는 말하지 않아도 그려진다. 지금은 구도심이 됐지만 도립미술관이 들어서면서 이곳에도 따뜻한 기대감이 피어나고 있다.

전남의 새로운 문화기지 도립미술관을 쉼터, 전시, 확장 세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도립미술관 지하 선큰가든(왼쪽)과 그 앞에 놓여진 소파. 관람객이나 방문객이 오며가며 쉴 수 있도록 아늑하게 쉼 공간을 조성했다.

쉼터

도립미술관은 전시를 관람하지 않더라도 방문객들이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한다. 그같은 철학이 반영된 공간이 미술관 앞 마당과 선큰 가든 등이다.

광양읍을 바라보고 서 있는 도립미술관 전경은 봄 그 자체다. 통창 건물은 맑은 하늘과 주변 경관을 담아내고 미술관 마당은 잔디 옷을 입었다. 해사한 꽃들은 잔디밭 사이사이 난 길을 따라 관람객을 반긴다. 날이 더 좋아지면 가까이는 광양주민, 멀리는 도민이나 국민들이 날씨를, 풍경을 즐기러 오면 좋을 듯 싶다. 마당에는 영국 작가 줄리안 오피의 미디어아트 작품 '워킹 인 런던(Walking in London)'이 설치돼 미술관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예술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미술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휴식 공간인 카페와 아트숍은 모두 직영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직영으로 운영해 공간의 통일성을 해치지 않도록 카페를 운영하고 아트상품 또한 미술관과 전남 미술의 개성을 담아내는 한편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지하의 선큰 가든은 미술관 공간 중 백미로 꼽힌다. 지하 공간의 답답함을 선큰 가든을 통해 극복한다. 또 관람으로 지친 다리를 쉬게 하는 감각적 소파를 설치해 남도의 햇살을 한껏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이남 작가의 '반전된 산수'

전시

전시 공간은 후발주자답게 모든 국공립 미술관 실무진이라면 부러워할만큼 쾌적하다. 높이 6m로 설계된 전시 공간은 일반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전시하기 어려운 대작 여러 작품을 걸어놓아도 답답함이 전혀 없다. 오히려 대작을 통해 공간이 가진 장점이 돋보인다.

미술관의 첫 인상이나 다름 없는 개관전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는 크게 세가지 섹션으로 나눠 진행된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다'를 대주제로 기획됐다. 먼저 '의재와 남농전'은 전남미술의 정체성이나 다름 없는 남종화를 좀 더 색다르게 즐길 수 있도록 한다. 광주 시민이나 전남 도민은 많은 전시와 행사를 통해 남종화를 많이 접했던 만큼 작품 수보다는 구성에 신경을 썼다. 특히 남종화 종가로 일컬어지는 허씨 가문의 의재 허백련과 남농 허건의 작품 세계를 함께 다뤘다.

광양예술창고는 옛 광양역 자리에 세워진 도립미술관 앞에 위치한다. 광양시는 기차역 창고로 사용했던 공간을 문화예술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광양예술창고에서 도립미술관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구도심이 문화예술지구가 될 수 있도록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어린이 다락방(왼쪽)과 문화쉼터.

두 사람의 작품을 비교, 전통에서부터 현대로 이어지는 남종화의 변화를 볼 수 있다. 허백련이 가지를 그리면 어린 아들이었던 허건이 열매를 그려 함께 만들어낸 '고목과 수도' 등 의미 있는 특별한 작품들도 살펴볼 수 있다.

'현대와 전통, 가로지르다'에서는 한국화부터 미디어아트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 중인 광주·전남 출신 작가10명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조선대를 나와 독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오의 작품, 이이남의 새로운 도전이 담긴 작품 등 작품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겼다. 이중 조병연 작가나 장창익 작가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특별히 조명 받지 않더라도 꾸준히 자신의 작업을 펼쳐온 이들을 도립미술관이 연구해 발굴한 것. '팔리는 작품'을 하는 작가는 아닐지 언정 자신들의 작품 세계를 아뜰리에에 가득 담아온 이들이다. 조병연 작가는 영암 출신으로 10m가 넘는 대작 '지리산' 등을 출품했다. 광양에 작업실을 둔 장창익 작가는 장승과 탈을 주제로 한 대작 위주의 작업을 해왔다. 작업량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 전시에서 그는 장지에 채색을 한 대작들을 선보인다.

프랑스에서 '핫'한 젊은 작가 로랑 그라소도 '로랑 그라소: 미래가 된 역사'를 통해 이번 개관전에 힘을 보탰다. 도립미술관 개관을 기념해 윤두서의 '말 탄 사람'과 정선의 '금강내산총도'를 재해석한 '과거를 연구하다'를 선보이며, 보이지 않는 세계를 과학적 접근으로 풀어내는 그의 작업 세계를 반영한 작품들도 선사한다. 그의 영상작품 '오토'는 최근까지 외부에 밝혀지지 않았던 호주 원주민의 역사적 장소를 열측정 카메라로 들여다보고 이곳에 문명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고유한 에너지가 존재하는 지 등을 살펴보는 흥미로운 작업을 보여준다.

옛 광양역 자리에 자리한 전남도립미술관

확장

도립미술관의 영향력은 미술관 공간을 벗어나 더욱 확장된다. 옛 광양역 창고로 쓰이던, 미술관 앞에 위치한 창고 건물 두 동이 미술관 개관과 함께 문화예술공간으로 새단장한 것이다. 광양예술창고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공간은 전시는 물론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어린이 공간을 함께 구성해 젊은 부부 등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공간 디자인 또한 옛 기차역 창고였던 연원을 살려 내부 천장은 마감하지 않고 구조 그대로를 살렸다. 또 구석구석에 기차와 관련한 디자인을 접목함으로써 공간이 가진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내도록 했다.

광양시는 도립미술관과 광양예술창고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도립미술관에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광양예술창고의 역할을 더함에 따라 광양은 물론 전국 각지의 인파를 끌어들일 수 있으리란 기대가 크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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