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⑨] 일상 속 인본 건축물

입력 2021.04.08. 23:45 김혜진 기자
드러냄보다 기본 지켜 삶을 이롭게 하는 디자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일대의 도시경관을 재편하고 주변 보행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했다. 사업 초기 단계부터 랜드마크성의 정의에 대해 대중과 분야 전문가 사이에서 상반된 의견들이 존재했다.

건축물에 인본적 가치를 투영하려

수고하고 있는 결과물들은

일상 깊숙이 침투해

문득 우리의 눈과 다리를 쉬게 해주고

약자를 위해 높이를 낮추고

어두운 길목을 밝히기도 한다


전남대 용봉 캠퍼스 밖 가로변

상업건축물로 뒤엉킨

무질서한 경관과 대비되는

안정감 있는 건축물이 눈에 띈다

과거 헌혈의 집으로 사용되다

현재 브랜드샵으로 운영 중인 곳이다

자기표현을 최대한 절제함으로써

오히려 건축물의 인지성을 높이게 된

역설에서 건축가의 기지가 느껴진다


대체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도시나 마을에 멋진 건축물이 들어서길 원하고 그 건축물이나 도시가 가진 가치와 자신의 가치를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그런 연유로 위정자들은 다중이 이용하는 건축물의 설계에 스타 건축가를 참여시켜 이슈화되기를 바라고, 대중은 규모 있고 화려한 랜드마크 건축물에 대한 열망을 적극적으로 표출한다.

이는 마치 그것들이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연극에서와 같이 뜬금없이 등장해 상황을 정리하곤 했던 '기계장치로 내려온 신'(deus ex machina)처럼 절대적인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하던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하지만 기계장치가 내려준 신이 개입한 연극은 억지스럽고 급작스러운 전개로 마무리되곤 한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이은 극적인 마무리는 요원한 것이 돼버리는 것이다.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이를 두고 '나쁜 연극의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기계장치가 내려준 신이 개입한 도시와 건축에 대한 평가 또한 이와 매한가지라 생각이 드는 건 과할까.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건축은 어떤 모습을 띠고 있으며 그것에 매진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우리가 매일 매일 마을을 거닐고 출퇴근하며 가로에서 보게 되는 일상 속 도시의 풍경은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인가.

옛 헌혈의집인 전대용봉센터 리모델링 설계 컨셉 모형과 준공 당시 모습

유명한 건축물뿐 아니라 가로변 이름 없는 상가부터 여느 주택들, 학교, 관공서 등 수 많은 건축물들 또한 모두 누군가의 창작물이다.

물론 그 누군가들은 딱히 알려질 기회가 없었을 뿐 적극적으로 익명이 되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 중 유독 노력하는 사람들은 그 익명에 기대어 소홀히 하기는커녕, 오히려 건축물에 인본적 가치를 투영하려 수고하고 있음을 필자는 종종 목도했다. 이러한 작업 결과물들은 일상 깊숙이 침투해 문득 우리의 눈과 다리를 쉬게 해주고, 약자를 위해 높이를 낮추고, 어두운 길목을 밝히기도 한다. 과격한 드러냄보다는 건축의 기본 소명을 지키고자 노력하며, 결국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는 사례들이 주변 곳곳에 있다.

전남대 용봉 캠퍼스 밖 가로변. 상업건축물로 뒤엉킨 무질서한 경관과 대비되는 안정감 있는 건축물이 유독 눈에 띈다. 과거 헌혈의 집으로 사용되다 현재 브랜드샵으로 운영 중인 곳이다.

자기표현을 최대한 절제함으로써 오히려 건축물 자체의 인지성을 높이게 된 역설에서 건축가의 기지가 느껴진다.

소규모 건축물이지만 방문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단순하고 친절하게 디자인했다. 외부에는 버려질 수도 있는 자투리 공간에 큐브형 벤치를 놓아, 보행자들이 잠시라도 앉아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참고로 이 벤치들은 놓인 위치와 배치 형태가 제각각으로, 앉아있는 곳에 따라 각기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한 설계자의 의도를 담고 있다. 이토록 소소한 부분도 허투루 두지 않으려 고민한 부분에서 리모델링 설계자 원현성 건축가의 세심함과 위트가 느껴진다.

도심 속 거대한 덩어리인 챔피언스필드도 본질은 사람을 위한 공간이다.

광주 챔피언스필드는 광주시민과 야구팬들에게 사랑받는 친근한 장소이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러한 장소는 그냥 쉽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건축물의 설계 자문 과정에서 장애인편의시설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이순미 건축가의 노력이 없었다면 어쩌면 지금보다 조금은 이용하기 불편한 공간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지역에서 경기장으로서는 최초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인증을 받은 이곳은 접근이 쉽고 시야가 좋은 위치에 200여석 이상의 장애인 전용관람석을 배치하고, 화장실은 최소가 아닌 최적의 사용환경을 고려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장애인과 노약자를 배려하도록 노력했다. 이는 모두 초기 설계안 대비 개선된 내용이다. "장애인이나 노약자의 이용이 고려돼야 하는 건축물은 단순히 법규나 관련 기준을 넘어서서 사용자의 마음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말에서 노련한 건축가의 진심이 전달된다.

이처럼 소소하기 이를 데 없는, 너무 흔하고 평범해서 지나쳐 버리기 일쑤였던 작은 사연들이 주변 곳곳에 얼마나 더 많을지.

집 앞마당 씨 뿌리기 도면을 유작으로 남겼다는 저명한 도시계획가 케빈 린치의 일화는 학생 시절 마음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익히 알려져 유명세가 있는 곳도 좋지만, 그가 긴 여정의 끝에서 다시금 일상으로 회귀했듯 우리 또한 주변의 소소한 건축물과 장소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그 관심의 씨앗은 자라서 케빈 린치의 집 마당에 뿌리 내리고 그늘을 만들었을 그 무엇들처럼 일상의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도시와 건축에 긍정적인 변화들을 말이다. 임태형 건축사사무소 플랜 대표

임태형 건축사는

정서적 안정과 상호 교감이 가능한 공간에서 결국 인간 본성이 회복되고 내면의 성숙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보편의 영역에서 누구에게나 폭넓게 소비될 수 있는 양질의 건축문화에 기여하는 것을 건축가의 중요한 과업으로 삼고 있다. 광주대를 졸업하고 조선대 석사과정 중으로 광주대 건축학부 겸임교수와 전라남도 경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건축사사무소 플랜을 운영 중이며 광주광역시 건축상 금상 외 여러 수상 경력을 지니고 있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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