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씨, 5·18 기념식 동시간 구묘역 찾아 추모
“오월 열사들 보면 가족들 죄 더 크다는 것 깨달아
5월 희생정신 이어받아 가족 관련 진상규명 돕겠다”

[전두환 손자 전우원 단독 인터뷰]
"'오월 광주' 민주묘지에 오니 우리 가족들의 죄가 더 훤히 느껴져요. 광주에 계신 분들이 큰마음으로 여기에 올 수 있게 해주셨는데 한 분, 한 분 대화 나누고 보듬어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18일 오전 10시30분께 5·18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식이 한창 진행 중이던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뒤편 민족민주열사묘역(구 묘역)에서 무등일보 취재진이 만난 전두환 손자 전우원(27)씨는 사실상 발포 명령자인 할아버지 고 전두환 대신 오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었다.
얼마 전 할아버지 전두환을 '5·18 학살의 주범'이라고 말했던 우원씨는 5·18 기념식이 열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고 있을 무렵, 더욱 엄숙한 표정으로 구묘역을 참배했다.

이한열 열사·백남기 농민 등 영령들의 묘역을 찾아 묵념한 뒤 구묘역을 나가려는 순간 무등일보 취재진과 만난 우원씨는 "5월 묘지에 오니까 가족의 죄가 더 크게 느껴진다"며 "열사의 사연들을 들었을 때는 괴로웠다"고 고개를 떨궜다.
전씨는 "저희 가족의 죄가 커서 제가 오는 것에 대해 다른 반응을 보여주셨을 수도 있는데 광주에 계신 분들이 큰마음으로 제가 여기에 올 수 있게 해주셨다"며 다시 한번 광주시민들에게 감사함을 표한 뒤 "이렇게 따뜻하게 환영해 주시고 믿어주시니 실망시켜 드리지 않고 계속해서 꾸준히 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에 올 때마다 방송이나 인터뷰 등 쇼맨십 스타일로 보이기보다 한 분, 한 분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고 보듬어 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선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광주에서 있었던 일이 오늘날의 저희가 누릴 수 있는 민주주의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중요성을 지니는 일인데 타지역이나 세대가 넘어갈수록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되새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의 사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시민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제 사과를 받아주시는 분들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광주에 왔다는 것 자체로 힘들어하고 고통받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워낙 상처가 크다 보니까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고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우원씨는 약속했다.
전씨를 본 시민들은 '전우원님 반갑습니다', '응원합니다' 등의 말을 건넸고 이에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한 시민은 전씨의 손을 마주 잡고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이냐. 할아버지가 이렇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우원씨는 이날 일명 '전두환 비석'을 밟지 않았고 전날 열린 추모제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고 두 손을 맞잡고 정면만을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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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지키기대책위, 오월 문제 해결 위한 공개토론회 제안 21일 오전 광주·전남 199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가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월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제안하고 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광주·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5·18 공법단체와 특전사 동지회의 대국민 공동선언식 이후 촉발된 오월단체와의 갈등 해결을 위해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광주·전남 199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는 21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책위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시민 참여를 전제로 오월이 현재 직면한 문제와 5·18 50주년을 비롯한 중·장기적 과제에 대한 광주공동체의 책임과 노력, 해법을 찾기 위해 공개토론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이어 "지금까지는 5·18 공법단체와 특전사 동지회의 활동에 하나하나 대응하는 식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능동적으로 오월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자 한다"고 설명했다.대책위가 제안한 공개토론회의 원칙은 광주·전남 시·도민의 눈높이에서 현안을 바라보고 해결하는 것으로 구성은 광주시와 광주시의회, 5·18기념재단, 대책위 등 4자 토론회다.5·18 공법단체와 특전사 동지회는 지난달 12일 5·18기념재단이 제안해 열렸던 비공개 간담회 때처럼 갈등의 양상만 부각되면서 서로의 주장만 되풀이하다가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어 구성에서 배제했다.다만 대책위는 공개토론회 진행에 앞서 5·18 공법단체와 특전사 동지회에 '진정한 사죄의 조건'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 공개토론회를 별도로 제안했다.유봉식 대책위 상임대표는 "올해 불거진 오월 갈등은 크게는 대국민 공동선언식으로 촉발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동안 광주와 오월이 안고 있던 수많은 문제들이 터진 것이다"며 "당사자들끼리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 광주·전남 시·도민 전체가 '그만하면 됐다'라고 할때까지 5·18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고백과 같은 실질적인 노력이 있었어야 진정한 사죄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어 "광주·전남 시·도민의 눈높이에서 공개토론회를 열어 오월이 직면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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