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30년 숙원 '전남 국립의대' 마지막 기회 살려야 한다

@류성훈 입력 2024.03.20. 17:06

노인·장애인 비율 전국 1위, 의사 없는 유인도 전국 최다, 공중보건의 감소, 중증응급·외상환자 유출률 전국 최고, 1인당 의료비 전국 1위, 매년 300명 응급환자 골든타임 놓쳐 사망….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의대 불모지' 전남의 현주소다.

최근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방침에도 전남은 증원할 의과대학과 학생(의대생)이 없어 논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제로섬 게임' 악순환에 빠져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200만 전남도민의 몫이 되고 있다.

전남도 수장인 김영록 전남지사가 중앙과 지방을 오가며 목이 터져라 '30년 숙원'인 전남도 국립의과대학 신설을 외치고 있는 이유다.

전남도민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김 지사는 지역간 갈등과 반목을 없애고 동·서부권 도민들의 고른 의료 혜택을 위한 방법으로 목포대와 순천대의 대학 간 통합을 전제로 한 '통합형 의대' 신설을 적극 추진하는 등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통합 의과대학을 만들어 성공한 사례도 있다. 캐나다 노던 온타리오 의대는 1천㎞가 넘는 서부캠퍼스와 동부캠퍼스에 각각 의대를 두고, 공동 운영하며 지역 의료 개선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불과 120㎞ 거리, 차량으로 1시간 30분 소요되는 목포대와 순천대를 통합 의대로 운영해 지역 화합을 도모하고 의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역 내 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남다른 시사점을 주고 있다.

물꼬는 트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전남도청에서 가진 민생토론회에서 "전남에 국립 의대가 절실하다"는 김 지사의 공식 제안에 "추진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지역의 의대 신설 기대감에 다시 불을 지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공식 석상에서 전남도민의 30년 염원인 국립의대 신설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는 사실상 처음으로 적지 않은 기대감을 주고 있다.

국무총리도 거들었다. 한덕수 총리는 20일 대국민 담화에서 의대가 없는 광역단체인 전남 지역에도 의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단, "지역 내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고 절차에 따라 신청이 이뤄지면, 정부가 신속히 검토해 추진해 나가겠다"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정부가 전남만 꼭 집어 의대 신설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 대단한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전남도민들은 물론 지역 각계각층에서는 곧바로 '국립 의대 설립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환영 성명과 함께 고무적인 입장을 연달아 내놓으며 반색했다.

하지만 전남권 국립 의대 설립에 대한 지역사회의 부푼 기대감은 단 5일 만에 사그라들고, 지역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통합 국립 의대 당사자인 순천대와 해당 지역 단체장이 통합 의대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순천대 단독 추진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의대 신설을 언급한 지 닷새 만에 순천시장이 '의료 수요'가 많은 곳에 의대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단독 유치를 추진하겠다'는 지역 이기주의가 바탕이 된 입장을 제기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목포대와 통합의대를 합의하고 추진했던 순천대도 기존 입장을 바꿔 '단독 유치론' 주장을 펼쳤다.

이에 뒤질세라 목포시장을 포함 일부 정치인도 '의료 취약지역'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기존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목포시장은 "전남도가 추진하는 통합의대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정부에서 단일의대로 방침을 정하면 목포대에 유치돼야 한다"고 했다.

전남도민의 '30년 숙원'이 정치적 성향을 띤 소지역 이기주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그간 '전남권 국립 통합 의대 신설'을 두고 공들인 수많은 관계·유관기관들이 약속한 공동협의 등 다양한 노력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루아침에 일방적으로 깨진 셈이다.

일부 정치인 등이 지역 발전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소지역 이기주의 발언으로 어렵게 얻어낸 국립 의대 신설이라는 '전남의 큰 선물'이자 '절호의 기회'를 물거품 될 수 있는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김 지사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발언에 대해 "양 지역이 평행선으로 가서는 의대 유치가 어려울 수 있다"며 "싸우거나 반목, 대립해선 안 된다. '일정한 선'을 지켜줄 것"을 거듭 당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이어 정부가 공식적으로 전남에 의대를 신설하겠다고 밝혀 대단히 환영한다"면서 "앞으로 전남권 국립 의대 신설을 위한 시기와 방법, 절차 등을 정부와 잘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제 시작이다. 아직 제대로 걷지도, 뛰지도 못했다. 이제 겨우 신발 신고 걸어 보려고 하는데 소지역 이기주의 등으로 인한 지역간 반목과 갈등에 발목잡혀 어렵게 얻어낸 절호의 기회를 날려선 절대 안 된다.

200만 전남도민의 30년 염원인 '전남 국립 의대 신설'을 위해 지역의 하나 된 목소리가 중요하다. 전남권 의대 신설은 갈등이 아닌 화합을 통해 이뤄져야 가능하다. 그래야만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약속이 즉각 이행될 수 있도록 모든 행·재정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대통령, 총리까지 나서 힘을 실어주겠다는 상황에서 필요 이상의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는 것은 분명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자칫 목포와 순천간 갈등 양상이 심화될 경우 정부의 전남권 국립 의대 신설에 대한 부정적인 명분만 보태줄 뿐이다.

더 이상 소지역 이기주의로 200만 전남도민의 염원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도민들은 그 책임을 분명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류성훈 취재2본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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