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속도 조절 나선 강기정, 수소트램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지호 입력 2022.11.09. 16:01


대중교통이 도시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일수록 대량 수송 교통수단이 필요하다. 지하철·경전철·모노레일 등 도시철도가 대표적이다. 시내버스도 보편적 수단이다. 대중교통 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된 건 호주 멜버른에서였다. 1990년대 후반 어학연수 할 때였는데, 시민과 관광객들이 번화가인 스완스톤 거리나 빅토리아마켓 등을 갈 땐 지하철과 버스·트램을 이용했다. 편리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과 보행자 우선의 운영 시스템은 인상적이었다. 장거리(지하철)·중거리(버스)·단거리(트램) 연계 네트워크도 촘촘했다. 반면 도심이나 사람 많은 곳을 갈 땐 승용차가 불편했다. 비싼 기름값에 교통 체증이 시작되면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찾기도 어려운 도심 주차장은 요금도 비쌌다. 차량의 도심 진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편하게 이동하는 데 따른 더 많은 비용 지불 정도로 이해됐다.

승용차 중심…대중교통 분담률 36%

광주는 멜버른과 달리 차량과 도로 중심이다. 승용차 의존도가 매우 높은 탓이다. 차종별 도로점유율은 승용차가 버스의 2∼3배 수준이다. 교통수단분담률이 가장 높은 버스의 도로점유율이 가장 낮다. 건설비가 많이 들어가는 지하철은 더욱 심각하다. 분담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광주의 대중교통 분담률은 36%에 불과하다. 그나마 2020년 27%에 비해 9%p 늘었다. 서울은 60%가 넘는다.

매년 차량은 넘쳐나는데 도로는 비좁고 주차장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말 기준, 광주 전체 승용차는 58만6천296대다. 시민 5명 중 2명이 출·퇴근 때 승용차를 이용하는 꼴이다. '나홀로 차량'도 많아 교통량에 비해 분담률은 크지 않는다. 대중교통이 시민들을 효과적으로 흡수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 운전자들이 기를 쓰고 차를 가져가려고 하는 이유다.

대중교통 체계를 바꿀 기회는 두 번 가량 있었다. 첫 번째는 2004년 4월 개통한 도시철도다. 1호선엔 IMF 직전인 96년부터 8년간 모두 1조6천44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만큼 기존 시스템의 전면 개편은 불가피했다. 문제는 1호선이 동서축, 단선 구조로 수송 수요가 낮을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순환선인 2호선과 시내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3호선 건설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꼬였다. 열악한 광주시 재정이 발목을 잡았다. 운영적자가 심각한 1호선에 이어 2호선까지 연간 1천300억여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추산됐다. 2002년부터 총 사업비가 2조579억원에 달하는 2호선이 2025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됐지만, '건설' '재검토'를 반복한 배경이다. 필요성과 건설방식·노선 등을 둘러싸고 논란만 거듭됐다.

2007년 준공영제 도입은 두 번째 기회였다. 도시철도와 버스의 문제들을 연계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대중교통의 혁신이 가능해서다.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버스 업체들의 적정 수입을 보장해 주는 대신에 노선 변경이나 증차를 할 때 관리·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제도다. 이는 노선을 지하철과의 환승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춰 개편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의미했다. 하지만 2호선과 자동차 전용도로, 제도 자체 등에 관심이 쏠리면서 효과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광주 대중교통 주력 수단은 무엇"

대중교통은 다양한 요소들이 연계된 복합적 시스템이다. 인프라는 깔렸다. 도시철도와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된 게 20년 가까이 된다. 여전히 주력 교통 수단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정작 문제는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은 차치하고라도 광주시가 지향하는 대전제, 즉 대중교통의 궁극적 지향점 조차 모르겠다는 점이다. 그 간 각종 논란만 남았을 뿐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던 것이다.

지난 16년간 대중교통에 대한 방향성은 시장에 따라 오락가락했다. 재선의 박광태 시장 이후 후임 시장들의 임기가 단임으로 끝나면서 혼란을 키운 측면도 있다. 시의 구상과 시민들간 괴리감은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최근 강기정 시장이 속도 조절에 들어간 수소트램도 마찬가지다. 트램은 한 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부활하고 있는 교통수단이다. 지하철에 비해 건설비용이 적게 드는데다 친환경적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공감대 없이 불쑥 등장했다. 시민들이 뜨악했던 이유다. 지난달 광주시의회 여론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찬성 보다 높았던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 간 교통 전문가들과 관련 공무원,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불만은 하나로 모아진다. '광주가 어떤 대중교통 시스템을 착근시키려는 지 모르겠다'. 지하철로 대표되는 서울처럼 광주의 주력 교통수단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다. 도시철도 인가, 시내버스 인가, 아님 '도시철도+버스 혼합형'인가. 트램과 2호선 가동에 앞서 광주시가 시민들의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유지호 부국장대우 겸 뉴스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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