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정치실종

@박지경 입력 2022.11.02. 15:26

'이태원 참사' 직후 잠시 정쟁을 자제하던 여야가 다시 전투 모드에 돌입할 태세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여야는 양 극단으로 치달으며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 특히 여권의 야권에 대한 '철 지난' 이념 공격으로 '협치'는 사라졌다. 또 정치 행위에 대한 고소·고발이 빗발치면서 한 정당이나 정치인의 운명이 사법부 결정에 좌우되는 상황이 빈발하고 있다. 모두 '정치 실종' 때문이다.

강경파의 득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19일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초청 오찬에서 "종북 주사파는 반국가 세력이고, 반헌법 세력이다. 이들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상황에 나와서 주목을 끌었다. 앞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주장하며 이념 공격의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여권이 이처럼 야권을 친북세력으로 몰며 강공을 하는 것에 대해 협치를 포기하고 힘으로 야권을 제압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것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여권 지지기반인 보수 세력을 결집해 지지율 반등을 노린 거라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윤 대통령의 강경 발언 직후 대통령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 보수 강경 기조로는 지지율을 올릴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동안 중도 세력의 지지를 받았을 때 선거를 승리했던 국민의힘이 이를 모를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여권의 극우적 발언 이면은 다른 데 있을 수도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지지율을 올리는 것보다 야권 특히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한 것"이라며 "비록 적은 수지만 든든한 지지배경을 바탕으로 야권 전열을 흩트리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실제 최근 윤석열 정부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를 본격화하며 이재명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는 여권 내에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대중 정부 이후 진보·보수 진영 모두 강경파가 득세했다. 노무현~윤석열 정부 모두 온건·중도파는 당내 소수파로 힘을 갖지 못했다. 강성 지지세력의 '큰 목소리'만 과대 평가한 때문이다. 당연히 야당과 관계는 좋지 못했고 정치는 사라졌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한 칼럼에서 이같은 정치 부재 원인을 '진영논리 심화'로 꼽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극에 달한 진영 간 갈등이 여태 봉합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팬덤 정치'를 정치 실종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정치인들이 일반 국민을 대변하기보다는, 자신을 지지하는 특정 강성 팬덤을 대변하려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건 정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치를 사법의 손에

강경파 득세는 상대 정치세력에 대한 집중 수사와 고소·고발 남발로 정치 부재를 부채질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수사와 국민의힘 당권을 둘러싼 '가처분 신청'대결 등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면서 '정치 보복'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하게 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모든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 된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도 위법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지만 정치적 영역까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정치인들은 "사법부가 대한민국 정치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며 씁쓸해하고 있다.

최근 검찰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의 대선자금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2003년 헌정사상 첫 대선자금 수사가 있었다. 현찰 150억원을 트럭째 전달한 이른바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이다. 여당에 대한 수사도 이어져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이 구속됐다. 그러나 대선주자는 수사하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이 형사소추에서 면제되니 형평성 차원에서 야당 대표도 면제했다. '정치'가 작용한 것이다. 물론 이번 수사에도 정치력이 발휘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같이 정치의 운명을 사법기관에 맡기는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 부재가 그 원인이다. 사실 '3김 시대'나 그 이후 여야가 문제 해결을 못해 검찰청에 고발장을 들고 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는 상대를 압박하는 수단이었지 궁극적으로 사법기관 결정까지 가지 않았다. 정치가 역할을 한 것이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문제 해결 능력이 정치권의 제일 중요한 능력인데, 그것이 제 기능을 못 하니 정치의 사법화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여야가 정쟁으로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다.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사법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해서 여야 갈등을 없애고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박지경 디지털편집국장

슬퍼요
5
후속기사 원해요
5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무등칼럼 주요뉴스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