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혼돈의 정치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장 입력 2022.10.26. 10:32

딱 이 수준인가. 대한민국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지방정치는 존재감이 없고 중앙정치는 혼돈의 연속이다. 무릇 정치라는 게 민생을 살찌우고 역사를 진전시켜야 하는 것인데, 지금의 정치판은 영 아니다. 정치를 통해 미래를 저울질하려 해도 도대체 희망도 비전도 없이 심란한 요즘이다.

지방정치판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기력한 호남정치'다. 대부분 초선 일색인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선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다. 오랫동안 중앙정치 무대의 한복판을 지켰던 호남정치가 언제부터인지 변방, 그것도 저 구석지에 머물러 있다.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던 게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최고위원 경선이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세 차례나 연거푸 고배를 마신 건 그저 '친명 대 비명구도'의 프레임으로 풀어내기에는 석연찮은 데가 있다.

따지고 보면 총선을 1년 반이나 남겨둔 시점에 선수들이 속속 등판을 서두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치열하지 않았던 총선이 어디 있었겠는가마는 다가올 광주·전남 총선이 역대급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역들의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한번 해 볼 만하다는 것인데, 단순히 초선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또 하나는 5년 만의 정권교체로, 중앙의 유력인사들이 하방(下放)을 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 있다. 광주만 해도 동남갑 출마가 점쳐지는 노형욱 전 국토부 장관을 비롯해 동남을의 안도걸 전 기재부2차관, 서구갑의 조인철 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 서구을의 양부남 전 고검장·김경만 비례대표 의원·천정배 전 장관, 광산의 박균택 전 고검장·박양우 전 문화부장관 등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 나섰던 서구갑의 김명진 정당인, 서구을의 이남재 전 광주시 정무수석, 북구갑의 정준호 변호사, 광산구을의 김성진 전 광주TP 원장 등 지역의 예비후보군도 줄줄이 국회의원 자리를 노리고 있다.

그 배경에는 지난 총선 이후 우려해 왔던 호남정치의 실종이 깔려 있다. 당 지도부 입성에 실패한 것은 물론, 굵직한 정치현안이 있을 때마다 지역 국회의원들의 목소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그런다고 지역의 주요 현안과 관련해 존재감을 드러냈냐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는 공천잡음도 끊이질 않았다. 지역민들의 실망감은 국회의원을 넘어 민주당으로 향하고 있다. 유력한 제3의 정당이라도 뜨게 되면 민심은 요동칠 것으로 보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된 이유는 지역 국회의원 당사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중앙의 정치는 혼돈의 연속이다. 칼을 쥔 측은 무소불위의 힘을 전방위로 휘둘러댄다. 준비 안 된 대통령의 시행착오를 만회하려는 듯 검찰을 앞세워 판을 흔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당 내부의 갈등구도와 거대야당의 틈바구니에서 대통령이 패를 쥐기 위해서는 다가올 총선이 중요하다. 만약 총선에서 실패한다면 5년의 임기가 만신창이가 될 공산이 크다. 총선을 겨냥한 정치구도 흔들기가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결코 잦아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그 이유다.

이에 맞서는 제1야당의 당수는 사법리스크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입으로는 민생정당을 외치지만 검찰의 칼날을 방어하는 데 온통 힘을 쏟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입장도 딱하긴 매 한가지다. '이재명 구하기'라는 따가운 시선이 신경 쓰이지만 지금의 강 대 강 대치 정국에선 속내를 드러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로지 정쟁과 대결만 있을 뿐이다. 민생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타협과 협치는 사라진지 오래다. 윤석열 정부를 대상으로 한 첫 국정감사도 파행으로 얼룩졌다. 국감 시점에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둘러싼 대치상황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제1야당의 전면 보이콧으로 퇴색했다.

이러니 정치가 어찌 민심을 살피고 서민들의 삶을 어루만질 수 있겠는가. 지난 대선 당시 대한민국을 옥죄였던 비호감의 정치가 아직도 어김없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로 신분만 바뀌었을 뿐이다. 심란한 것은 이런 숨 막히는 정치의 기운이 좀처럼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지방정치엔 힘이 없고, 중앙정치엔 힘이 너무 과하다. 경제는 최악이라는데 혼돈의 정치, 그 와중에 서민들의 일상은 무너지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이 더욱 허허롭다.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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